'스몰 폼팩터'라는 규격으로 불리는 PC는 대개 작은 '크기'에 집중하다보니, 여러 가지를 잃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성능이 낮다던지, 기능이 적다던지, 열이 더 난다던지, 값이 비싸던지. 치부하기에는 꽤 큰 단점들을 하나 둘, 또는 그 이상 달고 다녔다. 때문에 스몰 폼팩터 PC는 돈 많은 사람이나 취향 독특한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이와 같은 선입견에 반기를 들고 시장에 나온 제품이 여럿 있기는 했다. 노트북 부품을 쓰던 고가의 스몰 폼팩터 PC의 단가를 줄이기 위해 데스크톱 부품을 쓰거나, 열을 줄이기 위해 특수 제작된 부품을 채택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두, '밸런스' 측면에서 실패하면서 시장에서 쓸쓸히 사라졌다. 가격과 성능, 기능과 디자인 등 여러 요건이 충돌하는 시장 특징이 어중간한 것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았다.
'상당히 터프하다'는 평가를 듣던 국내 스몰폼팩터 PC 시장이 제대로 개화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에 마이리플의 전신인 베이하이에서 출시한 리플미니 시리즈다. 리플미니 시리즈는 플랫폼 홀더인 인텔에서 인정한 PC 샤시의 안정성과 내구성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고성능 PC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인텔 DG45FC 메인보드를 탑재한 '리플미니 익스트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리플미니 익스트림'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받은 Mini-ITX 폼팩터 PC 케이스인 리플미니 샤시에 인텔 DG45FC 메인보드를 넣어 파워업 시킨 제품이다. 리플미니 시리즈는 라인업이 인텔 Mini-ITX 폼팩터 메인보드를 중심으로 짜여지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저전력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 나오곤 했다. 그런데 최근 인텔이 프리미엄 레벨 제품으로 출시한 DG45FC이 나오면서 제품의 다양성이 더 빛나게 되었다.
DG45FC는 Mini-ITX 메인보드에서도 고성능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나온 제품이다. 'TDP 65W' 라는 프로세서 제한이 있기는 하나, 듀얼코어인 코어2 듀오 프로세서까지는 너끈히 작동된다. 나중에 TDP 65W 사양을 충족시키는 코어2 쿼드 프로세서가 나온다면 이를 통해 쿼드코어까지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듀얼채널 메모리 구성까지 가능해 64비트 운영체제도 제대로 쓸 수 있다.
현존 최고 사양의 Mini-ITX 폼팩터 메인보드를 품고 있는 '리플미니 익스트림'은 프로세서, 메모리, 하드디스크, ODD 정도만 더 구입해 넣으면 시스템 본체 하나가 뚝딱하고 만들어진다. 마이리플에서 PC 구성에 필요한 부품들과 운영체제를 함께 넣은 완제품 PC 패키지도 시중에 판매하고 있으므로, 조립이 번거롭다면 리플미니 익스트림 완제품을 노려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크기는 작지만 있을 것은 다 있어
▲ 리플미니 익스트림의 전후면 모습
베어본 PC는 '반제품' 상태로 나온 PC를 뜻한다. 주로 프로세서, 메모리, 하드디스크, ODD 등 4대 주변기기가 빠진 형태로 나온 제품을 시장에서는 '베어본 PC'라고 부른다. 이런 형태로 제품이 출시된느 것은 바로 그 네 가지 주변기기가 변수가 많아서다. 소비자들의 선택과 수요가 변동이 많고, 개인의 호오비 역시 차이가 크다.
때문에 아예 네 가지 주변기기만 빼고 그 외의 것은 모두 다 넣어 만든 패키지 형태로 베어본 PC가 나온다. 베어본 PC는 규격화된 플랫폼을 가지고 있어 A/S나 조립 편의성 등이 좋다는 특징이 있다. 또 Mini-ITX 와 같은 스몰 폼팩터 PC인 경우에는 해당 규격에 적합한 케이스와 파워서플라이를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편인데, 이 부분을 해결해준다는 측면도 있다.
특히 리플미니 익스트림과 같은 스몰 폼팩터 PC는 후자의 특징이 매우 강하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Mini-ITX 폼팩터 기반 케이스와 파워서플라이들은 대개 높은 가격에 어정쩡한 사양으로 나와 구매자로 하여금 매우 고민하게 만든다. 좀 괜찮다 싶은 케이스는 가격이 메인보드 값에 맞먹기 일쑤다. 때문에 리플미니와 같은 검증된 샤시와 DG45FC 메인보드의 조합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 본체 전면에서는 드라이브 커버와 전원버튼, 전원 램프 등을 다룰 수 있다.
리플미니 익스트림은 기본적으로 세워 쓰는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다. 눕혀서도 쓸 수 있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세워 쓰는 것이 정석이다. 이렇게 제작된 것은 기본적으로 시스템의 지지를 위해 쓰이는 면적도 줄인다는 측면이 계산되어서다. 스몰 폼팩터 PC는 디자인 이전에 작은 크기로 얼마나 공간을 덜 차지하냐는 대전제가 있다. 이 부분에 충실하고자 세워 쓰는 방식을 채택했다.
세워 쓰게 되는 것의 이점은 측면에 장착되는 하드디스크를 수평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는 보너스가 있다. 하드디스크를 수직으로 세우는 것도 디스크에 악영향이 적다고는 하나, 이는 헤드부가 밑으로 내려가 있을 때, 그리고 각도가 90도 직각일 때 얘기다. SSD를 쓰는 것이 아니라면 하드디스크를 수직으로 세워 쓰는 것은 리스크가 따른다. 그런데 이 부분은 리플미니를 세워 쓰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하드디스크는 바로잡을 수 있는 대신, ODD가 90도 각도로 서게 된다. ODD는 하드디스크와 달리 디스크를 잡아주는 중심축이 존재하므로 작동중에 본체를 물리적으로 건드리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같은 디스크라고 해도, 하드디스크 디스크에 문제 생기는 게 훨씬 심각하므로 비교의 격은 맞지 않는다. USB 포트 등 전면에 배치된 기능들은 세워쓰나 눕혀쓰나 별 차이 없다.
'스몰 폼팩터 PC'를 표방한 케이스가 시장에 적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시장 규모가 작아 제품을 내놓아봤자 많이 팔기 힘들다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작은 크기의 케이스를 만드는 것이 큰 케이스를 만드는 것보다 기술적으로 어려워서다. 시장성이 제한적인데, 만들기까지 어려우니, 자연히 시장에 나오는 모델이 적은 것이다.
케이스는 엄연히 철판을 프레스로 떠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철과 철을 붙이면 뒤틀리기 쉽다. 싸구려 케이스를 보면 종잇장처럼 얇은 철판이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어 쉽게 휘거나 뒤틀리는데, 이와 같은 이치다. 다른 점이 있다면 큰 케이스는 공간 여유 때문에 사용자가 그 폐해를 바로 느끼기 어려운데 비해, 작은 케이스는 약간의 뒤틀림도 조립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케이스의 물리적인 강성을 위해 도입된 것이 일명 'H'자형 프레임이다. 리플미니 샤시를 처음 개발했을 당시에 제품의 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험된 여러 시도 중에서 최종적으로 낙점된 것이 본체 후면 백패널을 중심으로 뻗어나간 'H'자 형태의 프레임이다. 프레스로 조그만하게 압력을 가해 만든 것이긴 해도, 이 것이 있어 케이스 뒤틀림 문제가 해소되어 상품으로 나올 수 있었다.
▲ 'ㄷ'자 형태의 커버로 케이스 내부가 보호된다.
'H'자 형태의 프레임과 더불어 'ㄷ'형 커버도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했다. 대개 스몰 폼팩터 PC 케이스의 커버는 3면을 막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이는 주로 제품 미관의 일관성 유지라는 측면에서 적용되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케이스의 외벽을 붙잡아준다는 물리적인 특성도 녹아들어 있다.
리플미니 시리즈는 대대로 케이스에 쓰인 강판 두께가 ATX 케이스보다 2배 가량 두꺼운 편이다. 커버 역시 일반 ATX 케이스 커버에 비해 두꺼운 편이다. 딱 각 잡힌 형태로 나온 두꺼운 철판은 무게가 좀 더 나갈 수는 있으나, 안전하게 케이스 외벽을 든든히 잡아준다는 측면에서 제품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존재다.
'ㄷ'자형 커버를 열면 2개의 프레임으로 케이스의 앞뒤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프레임을 이용해 시스템에 ODD, 플래시 메모리 리더, 하드디스크 등을 고정시킨다. 케이스가 앞뒤로 뒤틀리지 않도록 잡아주면서, 동시에 각종 주변기기를 장착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 내부를 관통하는 2개의 프레임이다.
시장에서 '리플미니 익스트림'이 화제가 되는 것은 인텔 DG45FC 메인보드 탑재를 통해 그동안 Mini-ITX 폼팩터 메인보드가 들어가던 스몰 폼팩터 PC에서 불가능했던 고성능을 실현한 것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것이 가능했던 이면에는 이미 물리적으로 완성된, 시장에서 검증된 샤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몰 폼팩터 PC 시장에서는 제대로 된 샤시 하나가 매우 큰 가치를 지니는데, 이번이 바로 그 극명한 경우다.
'쓰기 좋게' & '보기 좋게'
▲ LGA775 소켓과 파워서플라이의 사이는 6cm 정도.
내부를 들여다 보면, 조립할 줄 아는 사람 입장에서 약간 조마조마하게 느껴질 부분이 하나 있다. 프로세서를 장착하는 소켓과 그 위에 얹어진 파워서플라이의 높이 차이가 좁아 보이는 것이 문제다. 본래 리플미니는 프로세서 쿨링을 팬이 아닌 히트싱크로 하는 D945GCLF 메인보드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이 부분으로 인해 높이 문제가 두드러져 보이게 된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유념할 부분은 DG45FC 메인보드의 프로세서 사양이다. TDP 65W로 제한이 걸려 있는데, 이는 최대 소비전력치 이므로 평소 사용량은 그 이하라는 뜻이다. 이는 LGA775 규격이라고는 해도, 엄밀히 이야기해 과거에 나온 프로세서 대신, 펜린 코어로 만들어진 코어2 듀오 프로세서를 쓰라는 무언의 권고와도 같다.
▲ TDP 65W 이하 프로세서용 번들쿨러를 써야 높이가 맞다.
65nm 공정으로 만들어진 코어2 듀오, 펜티엄 D, 셀러론 D, 셀러론 400 프로세서 등도 쓸 수 있다고는 나오지만, 45nm 공정으로 만들어진 코어2 듀오 프로세서보다는 뜨거운 프로세서들이다. 모두 리플미니 케이스에 넣어 쓸 수 있는 쿨러가 번들로 제공되긴 하지만, 만약 저발열까지 성취하고 싶다면 45nm 프로세서를 쓰는 것이 옳다.
요즘 나오는 TDP 65W 이하 프로세서들은 흔히 '초코파이 쿨러'라고도 부르는 높이가 낮은 슬림형 쿨러가 번들로 들어 있다. 새 프로세서를 사서 넣었다면, 쿨러 자체에 써멀 구리스까지 발라져 있으므로, 큰 부담없이 바로 조립할 수 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프로세서는 바로 넣을 수 있으나, 쿨러를 달자면 파워서플라이를 분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프로세서와 메모리의 장착, 그리고 쿨러의 장착까지 끝난다면 할 일은 HDD, ODD 등의 장착일 것이다. 케이스 전면에서는 5.25인치 드라이브 베이 외에 3.5인치 드라이브 베이도 제공되는데, 이는 플래시 메모리 리더를 장착하는데 쓰면 딱 맞다. 메인보드에 FDD 커넥터가 아예 없기 때문에 USB I/O를 통해 메모리 리더를 증설하는 것이 시스템 가용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3.5인치 드라이브 베이를 플래시 메모리나 하드디스크로 채운 다음에 5.25인치 드라이브 베이에 ODD를 올리면 된다. 시스템에 들어가 있는 DG45FC 메인보드가 워낙 고성능인데다, 코어2 듀오 프로세서까지 붙이면 고급형 PC 성능은 나오므로, 여기에 블루레이 드라이브를 붙여서 최고급 멀티미디어 환경을 만끽하는 것도 좋은 활용법 중 하나다.
▲ 하드디스크 나사 고정은 케이스 측면부에서 가능하다.
하드디스크는 기본적으로 2개를 장착할 수 있다. 그런데 이중 하나는 전면 3.5인치 베이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권장할 일이 아니다. 전면 베이는 메모리 리더를 사다 꼽는 것이 훨씬 시스템의 가용성을 높이는 길이기 때문에 하드디스크를 장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하드디스크의 길이가 만만찮아 메모리와 접촉사고를 일으킬 여지도 있다. 높이가 낮은 메모리가 아니라면 3.5인치 베이에 하드디스크 장착을 이래저래 무리수가 따른다. 결론적으로 하드디스크는 측면부에 위치한 자리에 하나만 장착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
프로세서 옆에 하드디스크가 장착되기 때문에 발열 해소 부분에서 걱정이 생길 만하다. 프로세서 쿨러에서는 계속 주변부로 바람을 불어 넣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하드디스크의 배면은 '공랭' 형태로 냉각된다.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하드디스크 위에 공기구멍이 나 있다는 점이다. 세워 쓴다는 전제에서, 케이스 커버에 있는 공기구멍이 하드디스크의 발열을 바로 시스템 위로 빼주는 역할을 한다.
스몰 폼팩터 PC도 이제는 '고성능'
▲ 최고의 메인보드가 최고의 샤시를 만난 '리플미니 익스트림'
'리플미니 익스트림'의 존재가치는 무엇보다 최고의 메인보드가 최고의 샤시를 만났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최고'라는 단어가 사람에 따라 가치판단의 여지가 다를 수 있어 첨언하자면, DG45FC 메인보드는 Mini-ITX 폼팩터 메인보드 중 '최고'의 사양임이 분명하다. 또 리플미니 샤시는 '최고'의 가격대성능비를 지녔다.
리플미니 케이스보다 좋은 케이스는 손에 꼽을 정도고, 시중에서 좋다고 여기는 케이스는 가격이 베어본 패키지에 맞먹을 정도로 비싸다. 그나마도 단종이나 품절되기 일쑤라 손이 빠른 소비자가 아니라면 사기 힘들다. 리플미니 샤시는 양산을 통해 안정성이 확실한 케이스를 싸게 구했다는 측면이 있다. 때문에 하이엔드 유저 눈에는 미흡할 수 있으나,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런 거 어디서 따로 못 구한다.
과거처럼 Mini-ITX 폼팩터 메인보드가 들어간 스몰 폼팩터 PC가 부자 또는 매니아들의 전유물이었다면 겉에 금테 두른 물건이 나와도 이상할 것 없겠지만, 이제 스몰 폼팩터 PC는 분명한 이유로 인해 하나의 트렌드로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인해, 이제 PC도 전기요금 절약에 앞장서야 할 때인데, 미처 성능이 아쉬운 사람들에게는 '리플미니 익스트림'이 해답이 될 것이다.
[기사제공 : 아크로팬 www.acrof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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