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 2007'에서 900 시리즈 칩셋 시대의 종언을 알린 3 시리즈가 나온지 딱 1년만에, '컴퓨텍스 2008'에서 4 시리즈 칩셋의 런칭이 이루어졌다. 여전히 '레거시 프리(Legacy Free)'라는, PS/2 등 오래된 I/O 규격 혁파를 못 이룬 3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현실 타협적인 사양을 선보였던 4 시리즈는 3 시리즈의 업데이트 버전 정도로 시장에서 인식되며 자리 잡았다.
3 시리즈 칩셋 자체가 나빴다기 보다는, 4 시리즈가 3 시리즈에서 발견된 버그나 문제점들을 고치는 면모를 부각시키며 시장에 등장했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 가장 직접적인 이유다. 때문에 제대로 된 제품을 몇 선보이지 못하고 3 시리즈는 밀려났다. 비슷한 경우로는 과거 815 칩셋이 유사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3 시리즈의 어중간한 성능과 애매한 스케쥴 덕분에 4 시리즈는 반대급부를 얻었다.
4 시리즈의 첫 스타트는 45 계열 칩셋이 끊었다. P45-G45-Q45 식으로 갖춰진 진용은 '탑-다운' 형태로 인텔 플랫폼 메인보드 시장을 장악했다. 3 시리즈에서 지적되던 문제점이 대거 해결된 덕분에 3 시리즈와 달리 금새 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시장에 안착했다. 하이레벨 시장이 평정되자, 인텔은 예봉을 보다 낮은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모습을 드러낸 '43' 칩셋이 바로 그 증거다.
▲ 인텔 플랫폼 메인보드는 이제 '4' 시리즈 칩셋으로 세대교체를 이뤘다.
이미 3 시리즈가 '38-35-33-31' 식으로 분화되어 매니아 시장과 퍼포먼스 시장, 메인스트림 시장, 엔트리 레벨 시장을 각각 맡도록 포지셔닝된 바 있다. 4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로 칩셋이 분화되는데, 현재는 48-45-43 계열만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중에서 48은 매우 고가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은 45와 43 계열 정도다.
45와 43의 차이는 과거 35와 31의 차이처럼 큰 것은 아니다. 그래픽카드 장착에 따른 레인 구분 및 슬롯 구성의 차이 정도가 이 둘을 가르는 구성이다. 3 시리즈 시절에는 한 단계 차이에 따라 내장그래픽 칩셋인 G 계열에서 내장그래픽의 수준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번 4 시리즈에서는 그런 식의 구분은 사라졌다. 내장그래픽 코어가 X4500으로 같다.
하드웨어 사양만 놓고 본다면 x5와 x3의 차이가 이처럼 좁게 느껴진 적이 드물다. 하다못해 코어의 리비전이라도 달리했던 과거를 상기해 본다면 x3 레벨이 상향평준화되었다고 무방할 정도다. 그래픽카드를 하나만 쓰느냐 병렬로 쓰느냐 정도가 x5와 x3 레벨을 나뉘는 구분이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만한 부분이 존재한다.
전략적 가변성을 상징하는 '43'이라는 수
▲ G43 칩셋 블록 다이어그램
43 칩셋의 존재의의는 '전략적 가변성'이라 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좋은 기능과 성능을 갖추고 있더라도 실패하는 사례를 종종 본다. 이는 구매자 입장에서 가장 절대적인 척도로 '가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은 48 칩셋에서 구현하고, 45 칩셋에서는 사용도는 낮은데 단가는 유독 쎈 피어처를 제거한 상태로 내놓는 인텔 입장에서는 45보다 구매하기 좋은 칩셋이 필요했다.
45보다 구매하기는 좋아야(=싸야)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기능이 너무 떨어지면 그 나름대로 상품성이 훼손된다. 때문에 절충적인 성격으로 그래픽카드 구성 형태에 따른 분류를 도입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그래픽카드를 병렬로 꼽아 쓸 것이 아니라면 45 보다는 43이 알맞는 선택이다. 다만, 45 칩셋이 43 칩셋에 비해 단가 압력이 덜해, 부가기능이 훨씬 많이 더해져 상품성은 더 좋다.
G45와 G43 칩셋의 비교는 P45와 P43 칩셋의 비교와 판박이다. 여전히 다른 부분이냐면 PCI Express 레인 구성에 대한 가이드라인 정도다. 그런데 이나마도 흔히 말하는 '연구소(註: 비 레퍼런스 디자인으로 설계하는 기업들을 칭하는 속어)' 메인보드로 넘어가면 곧잘 깨지는 기준이다. 다만 P 계열과 달리 G 계열은 풀사이즈 ATX 보다는 Micro-ATX가 기본형이 된다.
인텔은 G45 칩셋을 쓴 제품은 Micro-ATX 폼팩터로만 출시했다. 서드파티들도 마찬가지인 제품만 한국에 들여왔다. 때문에 G45 칩셋을 쓴 메인보드는 Micro-ATX 폼팩터거나 희귀한 Mini-ITX 폼팩터 메인보드다. 인텔 순정으로 중하위권 G 계열 칩셋의 풀사이즈 ATX 폼팩터 메인보드는 대개 없었는데, 이번에 G43NB 메인보드가 보기 드문 형태로 빛을 봤다.
DG43NB 메인보드는 앞서 출시된 DP43TF 메인보드(관련기사 : [리뷰] 인텔 DP43TF ATX 메인보드)의 자매모델이라 할 수 있다. PCB, 즉 메인보드 기판이 서로 같다. 주요 기능 칩셋도 같고, 포트와 I/O 위치까지 모두 같다. 다른 부분이 있다면 DP43TF 메인보드에서 비어 있던 디스플레이 출력 포트가 꽉 차 있다는 점, 사우스 브릿지 칩이 ICH10으로 다운그레이드 되었다는 점 정도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이라면 메인보드에 있는 메모리 DIMM이 2개로 줄었다는 점이다. 풋 프린트가 있는 제품을 싫어한다면 유일하게 눈에 걸릴 부분이다 DP43TF 메인보드에서 보던 빈 자리가 드디어 다 찬 줄 알았다가, 메모리를 보면 허전한 감이 좀 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2GB 모듈을 꼽을 수 있어 최대 4GB까지 증설할 수 있다는 점. 증설이 문제지, 메모리 용량 자체는 문제는 못된다.
더도 덜도 없는 딱 '중간자'적인 레이아웃
앞서 언급했듯, DP43TF 메인보드에서 보았던 풋 프린트가 대부분 매꿔진 것이 DG43NB 메인보드의 특징이다. 메모리 DIMM 2개가 사라진 것과 관련해 약간의 아쉬움은 있을 수 있겠지만, 용량 자체는 4GB까지 장착이 가능해 증설 욕심 정도만 다스릴 수 있다면 큰 문제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메인보드가 쓰는 메모리 규격이 DDR2 이므로, 가격이 비싼 건 또 아니다.
대개 G 계열 칩셋을 쓰면 Micro-ATX 폼팩터로 나오는 것이 인텔에게 있어 역사와 전통이다. 스몰 폼팩터 시장을 주도하는 제품으로 G 계열 칩셋을 포지셔닝하고 밀고 있는 인텔 입장에서는 그런 역사와 전통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DG43NB 메인보드는 눈으로 보듯, 풀사이즈 ATX 폼팩터로 만들어졌다. 이는 이 제품이 지향하는 시장과 관련이 있다.
인텔은 기업 시장 제품으로 vPro 기술을 쓸 수 있는 Q 계열 칩셋을 밀고 있다. 그러나 이를 도입할 여건이 안되는 작은 규모의 기업에게는 내장그래픽이 있는 G 계열 칩셋 메인보드가 더 어울린다. 특별히 원격제어 솔루션이나 IT 관리자를 두는 회사가 아니라면 운영체제 하에서 직원의 자율성에 관리를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는 특별한 기술이 있다기 보다는 이 제품처럼 쓰기 편리한 것이 최고다.
사내에서 주로 쓰도록 고안된 제품이기 때문에, 고장나면 문제가 되는 '팬'이 없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DP43TF 메인보드도 같은 지향점으로 인해 팬이 없이 히트싱크만으로 쿨링이 되는 패시브 타입 쿨러를 채택했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음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겠지만, 기업에서는 고장요소가 있는 팬이 없어 관리편의성이 증대된다는 또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소규모 기업이나 가격대성능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제품인 탓에, 사용할 수 있는 프로세서가 코어2 쿼드 프로세서 이하로 제한된다. TDP 100W를 넘는 코어2 익스트림 프로세서는 달 수 없는 3 페이즈 전원부 설계에서 볼 수 있듯, 어느 정도 선이 존재한다. 딱 정격클럭으로 무난하게 쓰고자 하는 사람이나 기업에게 적합한 구성이다.
메인보드에 있는 빈 자리를 보면 코어2 익스트림 프로세서 장착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 1 페이즈의 빈 자리를 풋 프린트를 통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 레벨의 메인보드에 코어2 익스트림 프로세서가 장착되는 것도 무리수가 많다. 각각의 칩셋별 영역을 구분한다는 차원에서 소폭 다운그레이드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DG43NB 메인보드는 대중적인 DDR2 메모리 규격을 선택했다. 인텔이 주류로 밀고 있는 DDR3 메모리는 아직 가격이 비싸 저렴하게 시스템을 꾸미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시스템의 가격대성능비를 높이는데 적합한 G43 칩셋을 쓴 만큼, 구매하기 쉬운 DDR2 메모리를 썼다고 볼 수 있다. 이 덕분에 전체적인 시스템 구매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다만, 듀얼채널 메모리 구성이 가능하긴 한데, 최대 4GB 까지만 메모리 확장을 할 수 있는 2개의 DIMM은 아쉬움이 많다. 자매모델과의 차별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정도로 보기에는 메인보드 메모리를 나눠 써야 하는 내장그래픽의 특성상 더 많았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마음도 있다. 메모리 쉐어를 감안한다면 딱 32비트 운영체제를 설치하는 것이 적합한 사양이다.
SATA, IDE, USB 등 주요 I/O는 DP43TF 메인보드와 마찬가지로 기판 오른쪽 하단부에 몰려 있다. IDE 커넥터용 케이블이 좀 넓적해서 다루기 어렵기는 하나, 다른 포트 들은 모두 수직형인데다 직렬 방식 케이블을 쓰므로 그리 어렵지 않게 케이블을 달 수 있다.
조립할 때에도 한 곳에 많은 수의 I/O가 모여 있어 케이스에 메인보드를 집어 넣은 상태에서 따로 하나하나 만지기는 어려운 편이다. 때문에 가급적 처음에 조립할 때 계획에 따라 손 대는 것이 옳다. 이 부분은 시스템 납품처 입장에서는 조립해 관리하기 좋을 부분이다.
슬롯부 구성은 자매모델인 DP43TF 메인보드와 동일하다. P43 칩셋을 쓴 경우와 마찬가지로 병렬 그래픽카드 구성을 쓸 수 없도록 단순화된 형태를 갖추고 있다. PCI Express 2.0 16x 레인 슬롯 하나만 둬, 만약 그래픽카드를 달아 쓰고자 한다면 딱 1개만 그리할 수 있는 구조로 슬롯부가 디자인되어 있다.
대신 높은 가용성이 DG43NB 메인보드의 장점이다. PCI Express 1x 슬롯만 3개가 있어 다양한 주변기기를 여기에 장착해 쓸 수 있다. 또 레거시 규격 장비들을 장착할 수 있는 PCI 슬롯도 3개 있다. 메인보드 자체적으로 내장그래픽, 내장사운드, IEEE-1394 등을 다 제공하지만, 이 정도 슬롯 구성이면 다른 시스템까지 콘솔로 다룰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확장성과 가용성을 확보할 수 있다.
DG43NB 메인보드 백패널에는 PS/2 포트와 D-SUB, DVI, USB, IEEE-1394, RJ-45 LAN, 3 포트 타입 아날로그 오디오 포트 등이 있다. 메인보드 하나만 구매하면 시스템 사용에 필요한 기능은 모두 다 덤으로 제공되는 형태다. 따라서 시스템을 발주할 때, 케이스와 파워와 프로세서와 메모리와 하드디스크와 ODD 정도만 더 사면 된다.
SMB 시장에서 가능성 큰 'DG43NB'
▲ 평범한 서드파티 리테일 제품과는 다른 성격이 강한 인텔 DG43NB 메인보드
보이는 그대로. 여섯 가지 요소만 추가로 발주하면 시스템이 하나 나오는 구조여서, 저렴하게 인터넷 정도와 오피스 애플리케이션 정도만 다루고자 하는 사업주나 부가기능은 애드온 카드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일반 소비자들이 다루기 좋은 제품이 DG43NB 메인보드다. 때문에 다양한 부가기능과 번들로 패키지를 장식하는 제품들과는 이래저래 지향하는 시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패키지를 열어보면 메인보드 외에 케이블과 백패널 가이드, 전단지와 CD 등으로 단촐한 구성을 볼 수 있다. 그러나 DG43NB 메인보드는 단순히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인텔에서 직접 디자인해 자체 브랜드로 내놓은 레퍼런스 순정품이라는 부분도 호환성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고, 여기에 디지털헨지라는 인텔 채널의 온오프라인 지원 등이 모두 제공된다는 점은 관리측면에서 매우 뛰어난 장점이다.
P43 칩셋을 쓴 DP43TF 메인보드의 경우에는 퍼포먼스를 중시하는 개인 유저에게도 시장성이 있었지만, DG43NB 메인보드로 넘어와서는 비즈니스 시장에서의 상품성이 매우 두드러진다. 인텔이 배정한 '클래식' 시리즈 고유의 특징, 즉 가용성과 안정성을 두루 갖춘데다가 인텔 채널 파트너인 디지털헨지의 사후지원까지 곁들여져 SMB 시장에서의 상품성과 가치가 매우 높다.
[기사제공 : 아크로팬 www.acrof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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