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복싱게임은 크게 두 가지 경향으로 흘러왔다. 리얼리즘을 중시한 것과 과장스러운 연출을 중시한 것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아무래도 축구나 농구와 달리 사람을 때리는 행위 그 자체를 즐기는 게임의 장르적인 특징 때문에 무언가 처절하게 가던가 무언가 웃기게 가던가 해야 게임성이 그나마 존속되는 것이 복싱 게임의 특징이다.
요즘처럼 이종격투기와 같이 어느 정도의 룰 제한이 있다고는 해도 수단방법 안 가리고 사람을 두들겨 패는 스포츠경기가 인기를 끄는 시대에 두 주먹만 믿고 싸워야 하는 복싱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수십년전부터 '사각의 링'이라고 하면 K-1 보다는 복싱이 주인공이었던 까닭에 '게임'으로서의 스타일 정의는 오래전에 내려졌다고 볼 수 있다.
EA가 '펀(Fun)한 게임'을 표방하며 '프리스타일(FreeStyle)' 브랜드로 내놓은 '페이스 브레이커(Face Breaker)'는 심각한 게임이 아니다. '록키 발보아'처럼 드라마틱한 면도 없고, 같은 제작사에서 나온 '파이트 나이트 라운드 3'처럼 처절하게 싸우는 것도 없다. 그냥 만화처럼 사람을 때려주는 그 순간의 느낌에 집중한 게임이다.
게임 제목인 '페이스 브레이커'라는 말 그대로, 상대방 캐릭터의 얼굴을 뭉개 버리는 것이 이 게임의 목적이다. 일단은 게임이기 때문에 매치 업 상태에서 이기기 위해 열심히 버튼을 연타하는 게임이긴 하나, 그러한 조작보다는 마구 누르다보니 상대방 얼굴이 깨지는 걸 보는 재미에 치중한 감이 매우 크다.
같은 제작사에서 만든 '파이트 나이트 라운드 3'가 스트리트 파이트 스타일의 '싸움'을 나타낸 것에 비해, '페이스 브레이커'는 전형적인 '연출'을 다룬 게임이다. '싸움'도 아니고, '경기'라는 느낌은 더더욱 들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민감한 게이머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냥 심플하게 콘솔을 키고, 좀 두들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정도로 볼 게임이다.
하드코어 게이머 관점에서 본다면 밋밋한 인공지능 캐릭터나 사람이 조작해도 뜻대로 안 움직이는 둔중한 캐릭터가 걸리기는 한다. 샌드백에 발 달린 것 처럼 때리면 맞아주는데 충실하다 보니, 리얼 계열 복싱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게임임이 분명하다. 대신 캐주얼하게 가볍게 복싱을 빙자한 펀치볼 스타일 게임을 하고자 한다면 이 때 적합하다.
게임 자체는 단순하게 흘러가지만, 제작사에서는 꽤 복잡하게 생각한 측면이 돋보인다. 무슨 이야기라면 단순한 게임 스타일과 다르게 이것저것 실험된 것은 매우 많다. Xbox360 버전의 경우, 라이브 비전 카메라를 통해 얼굴을 촬영한 것을 게임 내에 적용할 수 있다. EA가 게임에 넣은 '포토 게임 페이스'를 활용하면 자기 얼굴로 패거나 맞을 수 있다.
이 외에도 EA가 만든 'EA Sports World'에 자신이 만든 복서를 업로드 하거나 윌 스미스나 코비 브라이언트 같은 유명 캐릭터를 주제로 만들어진 캐릭터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게임 내에 복서 크리에이트 툴이 워낙 뛰어나 굳이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게임 스타일과 엮어 본다면 무엇을 지향하는지 눈치채기 쉬울 것이다.
기본적으로 '페이스 브레이커'는 심각한 게임이 아니다. 이런저런 실험들이 더해져 있긴 하나, 게임 자체의 완성도는 가볍게 만들어진 측면이 존재한다. 때문에 리얼 복싱을 좋아한다거나 캐주얼 게임을 싫어하는 사람이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가볍게 복싱의 형식을 빌려 버튼 연타를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한다면 적합하다.
[기사제공 : 아크로팬 www.acrof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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