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던 PC들은 대개 덩치가 컸다. '빅 타워'라고 불리던 산(山) 만한 케이스는 써줘야 파워유저 소리 듣던 시절도 있었다. 덩치 큰 케이스는 그만큼 많은 주변기기를 넣을 수 있었고, 또 프로세서 쿨링을 위한 장비도 달 수 있었던 관계로 케이스의 크기가 곧 성능으로 직결되기도 했었다.
물론, 지금도 과거의 논리가 통용되긴 한다. 특히 수냉을 제대로 쓰자면 케이스는 안전을 위해서라도 크게 가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쓰면 성능 하나는 확실한 PC를 만들 수 있기는 하나, 대신 덩치 하나는 매우 커진다. 이렇듯, 케이스 크기와 관련된 학습과정이 십수년간 거듭되면서, 성능이 배가되자면 케이스의 크기도 커져야 한다는 선입견이 은근슬쩍 있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선입견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베어본 PC가 하나 나왔다. 케이스도, 파워도 예전 것 그대로 가면서 성능만 뚝딱 2배로 뛰어오른 베어본 PC가 화제다. '리플미니 카라멜 2.0'이라 명명된 이 베어본 PC는 기존 D945GCLF 리틀폴 메인보드를 D945GCLF2 리틀폴2 메인보드로 업그레이드한 거 하나 만으로 성능이 훌쩍 높아져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리플미니 카라멜'과 '리플미니 카라멜 2'. 겉보기만으로는 알 수 없다. 박스 패키지를 통해서 알던지, 아니면 케이스 뒤에 있는 백패널을 찾아서 S-Video 포트가 있는지 없는지 정도로만 알 수 있다. 앞에 있는 '아톰 스티커'가 230인지, 330인지에 따라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육안으로 틀리 부분을 찾아보자면 어찌되었든 수고가 필요하다.
딱히 제품에 대해 미리 공부하지 않았다면 외관 상으로는 전 모델과 2.0 모델의 차이를 눈치채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런데, 이처럼 별다를 것 없는 외형과는 달리,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차원이 다른 얘기가 벌어진다. 외관상 차이인 S-Video 단자 덕분에 거실에서 텔레비전과 연결해 쓸 수 있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듀얼코어 프로세서가 들어가 있어 성능이 두 배나 좋아졌다.
리플미니 베어본 PC는 초절전, 초소형 등 다양한 이슈로 시장에 파란을 몰고온 제품이다. 그런데 이번에 카라멜 모델이 2.0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2.0'이라는 수만큼, 딱 두 배 좋아진 제품으로 변신해 소비자들 곁으로 찾아 왔다. 괜스레 앞서 나온 전 모델인 카라멜의 재고가 걱정될 정도로 너무나 매력적인 요소 하나가 떡 하니 버티고 있는 베어본 PC가 바로 '리플미니 카라멜 2.0' 이다.
스몰 폼팩터 베어본 PC의 진화형, '카라멜 2.0'
리플미니 카라멜 2.0 베어본 PC가 다른 베어본 PC와 남다른 부분이라면, 메인보드에 프로세서가 아예 집적되어 있다는 점이다. 프로세서를 자기 마음대로 바꿔 낄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적어도 카라멜 2.0 모델에서만큼은 그 논리가 통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카라멜 2.0에는 다른 곳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매우 독특한 프로세서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아톰 330 프로세서. 카라멜 2.0 모델에 붙어 있는 프로세서 이름이다. 1.6GHz 동작클럭, 512KB L2 캐시메모리, FSB 533MHz 등등 주요 사양만 놓고 본다면 앞서 카라멜 모델에 붙어 있던 아톰 230 프로세서와 다를 바 없다. 그런데 분명 매우 큰 차이가 하나 있다. 그것이 무엇이냐면 코어가 2개, 즉 듀얼코어 프로세서라는 점이다.
프로세서가 듀얼코어가 되면서, 성능은 글자 그대로 두배로 늘어났다. 아톰 프로세서는 하이퍼 쓰레딩 기술까지 지원하는 관계로 물리코어 1개당 쓰레드가 2개가 생성되는데, 아톰 330 프로세서 역시 그 전통을 이어받아 '듀얼코어, 쿼드 쓰레드'라는 매우 독특한 형태로 연산을 처리하는 칩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낮은 동작클럭과 적은 캐시메모리로도, 데스크톱 프로세서 안 부러운 성능을 자랑한다.
안에 들어간 프로세서 하나가 바뀌었을 뿐. 겉으로 보이는 것은 여전하다. 리플미니 카라멜 2.0 모델은 전작인 카라멜과 마찬가지로 타워 형태로 세워 쓰는 PC다. ODD를 세워 쓰기 불편하다거나, 아니면 PC를 배치한 공간에 문제가 있어 눕혀둬야 한다면 구성물로 제공되는 고무를 케이스 바닥면에 붙여 쓰면 된다.
케이스 앞에서 볼 수 있는 주요 부분의 기능과 구성도 전 모델과 같다. 전원버튼과 전원램프도 그대로 있고, 5.25인치와 3.5인치 드라이브 베이 역시 똑 같다. 전작과 설계적인 특성을 공유하기 때문에 이미 리플미니 베어본 PC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활용자체가 직관적이어서, 조립이나 사용 모두 딱히 매뉴얼을 보지 않고도 가능하다는 점이 리플미니 베어본의 장점이다.
▲ 리플미니 카라멜 2.0 측면부 모습
'ㄷ'자 형태로 만들어진 케이스 커버를 벗기면 시스템 내부를 볼 수 있다. 리플미니 브랜드 제품들이 언제나 그러했듯, 내부에는 하드디스크, ODD 처럼 한 덩치 하는 주변기기가 없는 썰렁한 상태다. 베어본 PC는 주변기기를 사용자 기호대로 구입해 내부 구성을 얼마던지 바꿀 수 있다. 카라멜 2.0의 경우는 프로세서가 기본 제공된다는 점만 빼면 여느 베어본 PC와 다를 바 없다.
기본적으로 아톰 330 프로세서 자체가 워낙 소비전력과 발열이 적은 편인 덕분에 내부 조립을 하기 쉬운 편이다. 최근 출시된 리플미니 익스트림의 경우, 펜린코어 프로세서에 번들로 딸려오는 나름 작은 LGA775 규격 쿨러를 쓴다고는 하나, 그거 하나가 들어옴으로써 안이 꽉 차는 그런 맛이 있다. 반면, 카라멜 2.0은 그런 느낌이 아예 없다. 되려 칩셋에만 있는 팬이 무언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아톰 230 프로세서가 들어간 D945GCLF 리틀폴 메인보드은 저전력, 저발열로 시장에서 입지전적인 성과를 올린 제품이다. 일반 리테일 소비자들에게 대량으로 공급되지 않아서 그렇지, POS나 산업용 PC 시장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리고 있는 제품이다. 이런 성취는 어찌보면 카라멜 2.0 모델에서 볼 수 있는 이런 단순함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단순한 구성이지만, 고장 없고 튼튼하니 업계에서 특히 좋아한다.
그런데 그 '업계'가 POS나 자동화기기같은 것을 생산하는 기업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싱글코어 아톰 230 프로세서가 박힌 D945GCLF 메인보드를 쓰던 시절에도 기업에서 저전력에 따른 전기요금 절감과 작은 크기 등에 반한 사업주나 담당자를 중심으로 업무용으로 카라멜 모델 베어본 PC를 많이 구매했다. 카라멜 2.0 역시, 전작에서 부족했던 '성능'이 보완되면서 시장에서 인기가 좋은 상황이다.
▲ ODD 장착 모습. 앞의 커버를 떼었다 붙여야 한다.
성능이 좋아졌다고 해서, 다른 부분이 상태가 안 좋아진다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제조사인 마이리플은 이런 측면을 감안해 조립하기 편한 리플미니 시리즈의 전통을 이번에도 계승했다. 나사 없이 조립이 되는 그 정도 수준은 아니라고 해도, 꼭 필요한 부분에 나사를 조여 시스템을 튼튼하게 꾸미는 것이 가능하다.
ODD의 경우, 내부 프레임을 보면 알 수 있듯, 측면에서 나사를 조여 고정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내부에서 밖으로 밀어내 고정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시스템 앞쪽에서 땡기고 들어와야 하는 구조다. 사실 이 부분은 케이스 앞 커버를 열어서 쉽게 해결이 가능하다. 처음 만져보면 매우 단단하게 잡히지만, 내부에 있는 걸쇠가 위와 아래가 어느 정도 유격을 두고 있어 위를 열고 아래를 여는 식으로 떼어낼 수 있다.
앞에 있는 커버만 벗겨낸다면 조립은 매우 쉽다. LG전자의 ODD를 쓴다면 쇼트넥 타입 드라이브를 구매하기 쉬운데, 이 경우라면 조립이 더 쉬울 것이다. 일단 뒤쪽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적어 조립공간에 여유가 있는대다, 커버에 있는 이젝트 버튼이 ODD에 찰싹 달라붙어 반응이 빠르다. 참고로 고정은 나사 2개씩 4개를 측면 트레이쪽 구멍에 돌려 넣으면 해결된다.
▲ 하드디스크를 장착할 때에는 빨간 원 안을 주의깊게 다뤄야 한다.
하드디스크는 리플미니를 처음 만난 사람이라면 다소 당황할 부분이다. 일단 하드디스크를 고정하는 나사가 뭉툭한 거 2개, 날카로운 거 2개가 있는데, 이중 뭉툭한 것은 하드디스크 가이드와 하드디스크를 고정할 때 써야 한다. 뾰족한 것은 플라스틱 재질의 하드디스크 가이드의 측면을 파고 들어갈 때 쓰므로 그 용도가 애당초 다르다.
가이드도 하드디스크 아래쪽 방향으로는 걸쇠 역할을 해주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하드디스크랑 이래저래 붙여보면 금새 감이 올 것이다. 가이드와 하드디스클 고정한 다음에, 한쪽 방향을 샤시 프레임 사이에 걸쳐 넣고, 위에서 나사 2개로 꽉 조여주면 설치가 끝난다. 데이터 케이블과 전원 케이블은 앞쪽에 넉넉한 길이로 있으므로 꼽아 쓰는데 큰 불편은 없다.
▲ 세워 쓰는 것이 하드디스크한테는 더 좋은 구조.
리플미니 카라멜 2.0 베어본 PC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필요한 부품은 딱 세 가지다. DDR2 메모리 1개, ODD 1개, 하드디스크 1개. 이게 전부다. 디스플레이 장비나 프린터 등도 더하자면 더할 수 있겠지만, PC 기능을 하는 기본 요소를 만드는데에는 이 정도면 충분한다. 만약 더 달면 좋을 것이 있다면 3.5인치 드라이브 베이에 플래시 메모리 리더 정도 넣으면 딱 맞을 것이다.
다른 베어본 PC와 달리, 카라멜 2.0은 초절전형 프로세서인 아톰 330 프로세서가 들어가 있어 내부 공간 여유가 매우 많다. 프로세서 발열보다 칩셋발열이 눈에 띌 정도로 열까지 적기 때문에 다소 팍팍한 사무실 환경에서 PC가 내구성을 지니고 작동하는데 충분한 역량을 지녔다. 아쉬운 점이라면 메인보드 기판에 있는 I/O 등을 놀려야된다는 점인데, 이는 스몰 폼팩터 자체의 한계라 당장은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지금 당장은 리플미니 케이스에서 제공되는 딱 있을 것만 딱 있는 환경에서 시스템의 가용성을 어떻게 뽑아내나 고민하는 것이 더 옳은 일로 보인다. 일단, 듀얼코어로 오면서 쿼드 쓰레드를 실현해 윈도우 비스타를 돌려도 무방한 퍼포먼스를 마구 뿜어내는 것이 카라멜 2.0 모델이기 때문에 이전에는 무리가 따랐던 인코딩도 슬슬 시작해볼만 하다.
▲ 리플미니 카라멜 2.0 : CPU-Z v1.47 정보 화면
앞서 나온 D945GCLF 리틀폴 메인보드는 초저전력 스몰 폼팩터 PC를 만드는데 큰 부족함이 없는 구성이기는 했다. 그러나 리눅스나 윈도우 XP와 같은 가벼운 운영체제를 가동하는 정도가 그 쓰임새의 전부였다. 본래 아톰 프로세서는 '넷톱'이라는, 소형 저가형 모델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칩인 탓에 성능 지향적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성능으로 윽박지르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 인텔이 아톰 프로세서에 이미 숙달이 될데로 된 '멀티 칩 패키징' 기술을 통해 하나의 프로세서에 두 개의 코어를 실장하는 형태로 아톰 230의 후속작인 아톰 330 프로세서를 내놓아 기존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 전력 소모도 2W 정도로 조금늘어났을 뿐인데, 성능은 2배 늘어난 것이 아톰 330 프로세서를 내장한 D945GCLF2 리틀폴2 메인보드다.
이는 유명 벤치마크 툴인 '산드라 XII SP1'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톰 330 프로세서는 아톰 230 프로세서를 두 배 가량 상회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데스크톱용 프로세서로 아직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셀러론 420 프로세서를 가뿐하게 능가하는 면모를 과시한다. 이 정도 수준의 성능이라면, 윈도우 비스타 운영체제도 너끈하다는 뜻이다. 비스타 베이직 로고가 아니라, 비스타 프리미엄 로고를 받을 성능이다.
듀얼코어 '아톰'으로 더욱 강력해진 '카라멜 2.0'
▲ 프로세서의 파워업으로 시스템 성능이 두배로 점프!
'리플미니 카라멜 2.0'은 겉보기에는 다를 바 없지만, 안에 들어가 있는 하나의 칩을 바꿔 혁신을 이뤄낸 성공사례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케이스와 파워서플라이가 기본 사양으로 달린 상황에서, 시스템의 성능 자체를 두 배로 점프시킨 프로세서가 투입된 결과는 너무나 자명해서 달리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최근 환율급등과 국제적인 금융혼란 등으로 인해, 무엇이든지 비용을 줄여야 된다는 '본능의 아우성'을 들어야 하는 나날이다. 이럴 때 '리플미니 카라멜 2.0'과 같이 성능은 성능대로 갖췄음에도 전기요금은 업계 최저 수준을 달리는 물건을 선택하는 것은 어찌보면 필연이다. 평소에는 POS나 자동화기기, 산업장비 등에서 쓰일 물건이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이유로 주목받고 있다.
점점 더 전기요금이나 도입비용 등을 줄이려는 사람이나 기업들이 카라멜 2.0 모델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PC를 바라보는 비용 관점에서, 도입 비용 외에 유지비용을 고민해봐야 할 때다. 그런데 무작정 비용만 따진다면 저성능이 덤으로 붙는데, 이를 떨쳐낼 수 있는 방안으로 '카라멜 2.0'은 독보적인 의미를 지닌다. 싸게 사서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PC를 찾는다면 '카라멜 2.0'이 정답이다.
[기사제공 : 아크로팬 www.acrof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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