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제작사 소식을 듣다보면 간혹 최장기간 개발로 기록도전에 나서는 곳이 종종 있다. '듀크뉴켐 포에버' 마냥 '포에버(Forever)'하게 사람 기다리게 하는 경우도 있고, 기다리다 지쳐 소식 듣기를 잊어 버렸는데, 뜬금없이 다 만들어 나왔다고 소식이 전해지는 경우도 있다. 실리콘 나이츠가 만든 '투 휴먼(Too Human)'이 후자의 경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Xbox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시점에 개발에 착수된 게임이, Xbox의 차세대 게임콘솔인 Xbox360으로 선보였다는 점은 이래저래 호사가들의 입담꺼리이긴 하나, 여느 게임처럼 요란 떨지 않고 한글자막까지 더해져 나온 터라, 한국 게이머 입장에서는 그리 선입견으로 보지 않아도 될 게임으로 보인다. 화려한 액션게임의 스토리를 한글로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은 어지간한 단점은 덮어준다.
물론, 무조건적인 '봐주기'는 곤란할 것이다. 일단 몇 안되는 한글화 액션게임인 덕분에 그리스 신화에 뿌리를 둔 '갓 오브 워' 시리즈 처럼 부술 때 부수더라도 왜 부수는지 내용은 알아봐가며 부술 수 있다. 스토리 텔링이 외국어 몰라도 이해할 수 있어, 특유의 묵직한 설정을 알아보기 좋다. 단, 이벤트나 사망장면이 스킵이 안되는 탓에 여러 차례 즐긴다면 지루하게 느껴질 소지가 있다.
오딘, 로키, 발키리 등등. 게임 매뉴얼을 펼쳐봤을 때와 게임 플레이에 들어갔을 때, 생소한 단어들이 넘실댄다. 분명 눈으로 보이는 것은 기계들이 판을 치는 SF 세계지만, 정작 나오는 단어들은 북유럽 신화에서 나오는 단어들이다.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에서 인기를 끄는 비슷한 스타일의 대표 게임으로 '갓 오브 워'가 있는데, 이 것이 그리스 로마 신화 기반인 것을 의식해 대칭되도록 만든 느낌이 든다.
게임 제작 자체가 10년 전부터이니,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게임 자체가 게이머들에게 인도된 시점을 기준으로 본다면 유사성을 따져보기 꽤 좋은 떡밥이다. 스토리 진행 자체는 북유럽신화의 플롯을 그대로 밟아나가는 형태여서 신화 설정만 가져오고 실상은 완전히 따로 노는 '갓 오브 워'와 상당히 다른 스토리 텔링을 보여준다. 되려 북유럽 신화에 능통하면 꽤 적응하기 힘들 수준의 파격적인 묘사가 넘친다.
SF의 탈을 쓴 신화의 세계에서 노니는 만큼, 게임 스타일을 호쾌한 액션게임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다만, 매력적인 신화 세계에서 차용한 개념들이 게임 안에 다수 들어가 있어, '롤플레잉'의 장르특성도 함께 가지고 있다. 여기에 챔피언, 코만도, 버서커, 디펜더, 힐러 등 클래스 별 스킬 배분도 게임을 진행하는 하나의 요령이기 때문에, 이런 클래스 조합을 가지고 게임을 진행하는 것도 큰 재미다.
워낙 게임 개발기간이 길어진 탓인지, Xbox360 콘솔을 위해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여기저기 건너 뛰다 정착한 느낌이 존재한다. 에픽게임즈의 '기어스 오브 워' 처럼 게임 자체가 콘솔을 위해 만들어진, 그런 최적화는 보이지 않는다. 여느 멀티플랫폼 게임처럼, 무난한 개발에 더해진 수 많은 설정들이 게임에 재미를 부여하는 형태다.
SF 스타일을 채택한 게임 진행방식으로 인해, 북유럽 신화에 근거를 두었다고 해도 싸우는 방법 자체는 최첨단이다. 라이플과 발칸 같은 총기는 물론, 중세시대 스타일의 해머와 검으로도 싸울 수 있다. 이런 무기들이 상대하는 적수들이 '기계'라서 피가 튀기고 살이 튀는 하드코어한 표현은 없지만, 파괴적인 느낌 자체는 플레이 도중에 꽤 느껴지는 수준이다.
게임 구성은 기본적으로 스토리를 즐기는 싱글플레이 모두 외에 Xbox Live!를 통한 2인 코옵(Co-Op) 모드가 들어가 있다. 두 명이서 클래스를 나눠 서로 보조하며 싸우는 것은 게임 재미를 색다르게 만들어 준다. 의외로 완성도가 높아 '아미 오브 투'에서 미흡하게 느껴지던 부분이 해결된 느낌이다. 게임 자체의 빌드가 진행형 느낌이 강하긴 하나, 차기작을 기대한다는 측면에서 해볼 만한 게임이다.
[기사제공 : 아크로팬 www.acrof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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