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에 PS2 버전으로 선보인 이래, EA를 대표하는 스노우 게임 프랜차이즈가 된 'SSX Blur'는 속이 다 시원한 질주와 각종 트릭으로 보는 즐거움이 매우 큰 게임이다. 또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캐릭터 표현을 채택해 만화적인 느낌을 줌으로써 게임 중에 자주 선보이는 초현실적인 연출을 보다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게임의 구성 자체는 단순하다. 보다 빠르게 코스를 제패하고, 보다 현란하게 묘기를 부려 스코어를 높이면 그만이다. 말로 풀면 꽤 단순하지만, 센서를 활용한 게임 플레이 자체의 난이도와 이를 지배해야 마음껏 쓸 수 있는 우버트릭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처음에 게임에 진입할 때 조작측면에서 난이도가 있는 편인데, 이를 극복한다면 다른 콘솔에서는 즐길 수 없는 재미가 보장된다.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Wii 만의 고유한 플레이 스타일이 가장 잘 살아있는 타이틀로 손꼽을 수 있는 타이틀이 'SSX Blur'다. 닌텐도 게임들도 리모콘과 눈차크 조합을 쓰긴하나, 'SSX Blur' 처럼 게임 템포가 빠른 것은 아니어서 몰입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만큼 빠른 템포와 패턴에 얼마나 익숙해지느냐가 숙제이긴 한데, 처음에 그 막막한 느낌을 극복한다면 재미의 관문으로 들어선 셈이다.
기능적으로 눈차크는 보드와 캐릭터의 움직임을 좌우한다. 리모콘은 무게중심 등 관성에 따른 컨트롤을 담당한다. 이는 대개 하나의 컨트롤러로 기능이 통합된 Xbox360과 PS3에서는 쓸 수 없는 패턴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Wii 스포츠에 담겨 있는 게임들 처럼 크게 팔을 휘저으며 플레이하면 안된다지만, 게임 템포가 빨라 스스로 흥에 겨워 오버액션을 취할 수 있다.
이렇듯, Wii 만의 컨트롤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화면 오른쪽에 있는 '트릭미터'를 채울 수 있다. 이 미터가 꽉 차면 현란한 묘기를 펼칠 수 있는데, 적절한 포인트에서 시도해 성공한다면 감동은 몇 배로 늘어난다. 특히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SD 화질을 커버한다고 할 정도로 시각적인 연출은 'SSX Blur'의 '블러'가 새삼 무슨 뜻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극단적으로 몰입도가 중시된 케이스랄까?
'SSX Blur'는 워낙 화면에 대한 몰입도가 큰 만큼, 미세한 프레임 변동도 쉽게 눈에 띄는 약점도 안고 있다. Wii 하드웨어 자체가 성능 보고 만들어진 기기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60 프레임도 끊겨 보일 듯한 스크린 몰입도를 갖고 있는 게임치고는 프레임 관리가 헐거운 느낌이다. 콘솔이라 패치 형태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지라, 차기작을 기대해야 할 부분이라 아쉬움이 더 크다.
대신이라고 하기엔 뭐한 부분이지만, 이런 약점은 음악이 커버해준다. 플레이 템포를 더욱 북돋아주는 자극적인 음악은 스스로의 게임 스타일에 대해 가늠해볼 수 있는 여건이 된다. 설렁설렁 코스를 기어 내려올 때의 적막함과 트릭을 쓸 때의 강렬한 사운드는 그 때 그 때 게임을 플레이할 때 활력소로서 작용한다. 음악이 플레이의 견인차면서, 동시에 격려자 역할도 하는 셈이다.
과거에 나왔던 SSX 시리즈 게임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안고 가는 문제겠지만,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게임 집중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너무 강하다. 여기에 Wii 콘솔로 넘어오면서 독특한 플레이 인터페이스도 강적으로 더해졌다. 이렇듯 여러가지 난해한 부분이 있긴 해도, 'SSX Blur'는 시원하게 설원을 질주하며 이런저런 묘기를 부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개성만큼은 확실하다.
[리뷰제공 아크로팬 www.acrof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