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니드 포 스피드'가 벌써 13번째 작품을 내놓았다. '니드 포 스피드 : 프로 스트리트'라는 이름으로 나온 새로운 작품은 지금까지의 아케이드성을 소폭 유지하면서 리얼 레이싱 게임 스타일을 차용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다. 번아웃처럼 상식을 벗어난 게임 플레이를 내세우는 수준은 아니나, 거의 만화와 같은 플레이 스타일이 생명인 '니드 포 스피드'로서는 의미 있는 도전이다.
다른 플랫폼, 특히 PC버전이 나왔을 때 가장 많이 부각된 부분은 '물리엔진'의 도입이었다. 차체 파손이나 도로에 남는 스키드 마크 등 예전부터 나름대로의 현실성 부여를 위한 노력이 있었던 것을 뛰어넘어 새로운 게임 스타일을 모색하는 실험이 이루어진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를 기존 팬들이 받아들일지의 여부일 것이다. EA에게도, Wii 플랫폼 홀더인 닌텐도에게도 고민일 부분이다.
Wii 버전은 다른 콘솔과는 근본적인 입장의 차이가 있다. Xbox360과 PS3는 플랫폼 홀더인 마이크로소프트와 SCE 차원에서 리얼리티 기반 레이싱 게임 프랜차이즈를 직접 육성하는 경우다. 또 아케이드 스타일 게임은 서드파티를 통해 상당수를 발매한 상황이며, 가장 이상적인 액세사리인 '휠' 시장이 자리 잡은 경우다. 반면, Wii는 레이싱 게임 기반이 상대적으로 상당히 취약하다는 특징이 존재한다.
닌텐도에서 직접 내놓는 '마리오 카트'와 같은 캐주얼 스타일의 게임 인기가 너무 크다보니, 본래 코어 팬들이 좋아할 레이싱 게임이 발 붙이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또 다른 콘솔들이 HD 게이밍을 통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데 비해, 여전히 S-Video 정도가 가장 좋은 화질을 내는 Wii의 하드웨어 특성은 게이머로 하여금 선입견을 갖고 타이틀을 접하게 하기에 충분한 명분을 준다.
EA가 기댈 수 있는 부분으로는 아무래도 '경쟁 게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장 상황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닌텐도 정책상, 한국 정식 발매게임은 '한글판'이 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라 Wii 버전 게임을 발매할 수 있는 곳은 단 셋인데, EA가 그 중 하나다. 다른 메이커들, 특히 닌텐도는 캐주얼 스타일을 견지하는 관계로, 리일리티 기반 레이싱 게임에 대해서는 EA가 사실상 과점한 상태다. 이게 현실이다.
게임은 멀티플랫폼 게임답게, 다른 콘솔 게임과 마찬가지로 드래그, 드리프트, 그립, 스피드 챌린지 등의 모드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레이싱만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퀵플레이 기능도 제공되므로, 언락된 코스와 차량을 몰고 가볍게 게임만 즐기고픈 사람도 직관적으로 게임에 들어갈 수 있다. 스토리를 원해도 마찬가지인데, 한글판이므로 한국 사람이 스토리를 이해하며 게임을 즐기기 좋다.
레이싱 게임의 완성도를 논하자면 "전형적인 스타일을 답습하며, 새로운 기술을 시도했다"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게임 플레이 메뉴 자체가 정형화된 형태여서, 새로운 것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식상할 수도 있겠으나 도로 위를 질주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적당한 조합이다. 여기에 시각적으로 차체가 제대로 부셔져 나가는 것을 보여줘 SD 해상도 환경에서 가장 진보된 형태의 레이싱 스타일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니드 포 스피드' 게임에서는 속도만 빠르면 '최고'였다. 그런데 '프로 스트리트'은 도로를 내지르며 나가는 것보다 드리프트나 코너링 같은 잔재미가 더 강조된 게임이다. 그래서 차종도 업힐, 다운힐 해대는 일본 만화에서 봤음직한 것들이 주로 나온다. 슈퍼카, 아트카도 좋지만, 어찌본다면 차종의 다양화를 가장 앞세운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기존 팬들에게는 꽤 이질적으로 느껴질 부분이다.
[리뷰제공 아크로팬 www.acrof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