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게임은 가정에 있는 게임기를 통해 즐겨진다는 측면에서, 게임 안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달리 현실 세계에서는 다소 밋밋하게 갖고 놀 수밖에 없다는 게 흠이다. 승패에 연연해 벌어지는 각종 사건과 사고를 빼고 놓고 본다면 스포츠 게임으로 단련되는 건 손가락밖에 없다고 봐도 무방한 게 현실이다.
이런 게임 환경의 변화는 닌텐도가 Wii를 발표하면서 단박에 형세가 뒤바뀌게 된다. 플랫폼 자체가 애초에 사람들이 몸을 움직이게끔 만들어져 다른 게임보다 몸을 쓸 일이 많아졌다. 특히 Wii 용 스포츠게임은 손가락만 움직이게 하던 게임기용 게임을 운동보조기구로 탈바꿈 시키는 마법을 발휘한다. 이번에 발매된 Wii용 FIFA08을 보면 그런 측면을 매우 많이 볼 수 있다.
이전에 나왔던 모든 게임기용 축구 게임은 방향키로 선수나 킥의 방향을 조정하고, 버튼으로 볼터치, 모션을 취하곤 했다. 하다못해 PC용 게임조차도 이런 휴먼 인터페이스에서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Wii는 센서가 들어가 있는 컨트롤러가 기본 장비라는 점을 십분 활용해 몸의 움직임이 게임에 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분명 Wii의 플레이 스타일은 소파나 이불 속에 들어 앉아 편하게 게임을 즐기고픈 사람에게는 안 맞을지 모른다. 이전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과는 거리는 두고 있는 측면이 존재해 유연한 자세로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면 불편함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게임이라는 것이 '재미'를 추구하는 일종의 대체재라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EA가 가세한 이런 실험은 분명 그 의미가 남다르다.
현실세계에서의 움직임이 게임 속 플레이어에게 투영되는 Wii 만의 독특한 필드 모습은 이제껏 몸만큼은 안 움직이던 게임기 게임이 새로운 형태로 진화했다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낮은 하드웨어 사양으로 인해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참신한 느낌을 받을 수 없다곤 해도, 플레이 스타일 측면에서는 이제껏 우리가 잊고 지내던 몸을 움직여 느끼는 쾌감을 되새기게 해준다.
본편인 게임 플레이보다 흥미로운 점은 게임에 부속된 미니게임들이다. 게임에 통달해서 숙련되면 템포가 빠르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겠지만, 플레이 방식 자체가 체력 소모가 커 오래 붙잡고 앉아 있으려면 어지간히 진득한 사람 아니면 못할 일이다. 쉽사리 질릴 수 있어 보이긴 하는데, 그런 측면을 플레이타임이 짧은 미니게임이 어느 정도 커버한다.
'파티 모드'라는 이름으로 제공되는 테이블 사커, 저글링, 킥오프 등 미니게임들은 컨트롤러가 지닌 재미있는 특성을 활용해 짧은 시간 동안 다른 사람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테이블 사커의 경우, 구미권 문화를 테마로 인테리어가 된 카페나 클럽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같은 이름의 기기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텔레비전을 통해 즐기게 해주는데, 보드 게임처럼 중독성이 완연하다.
볼을 갖고 노는 저글링이나 페널티킥 연습을 하며 스코어를 따지는 킥오프도 있긴 한데, 이 둘은 시간과 점수 측면에서 결과를 빨리 나오게 한다는 기능적인 성격이 재미보다는 좀 더 짙은 모양새다. 미니 게임 모두 축구공을 가지고 하는 여러 오프라인 놀이와 관련이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아무래도 테이블 사커로 보인다. 이런 미니 게임들이 Wii에서 부족한 비주얼을 재미로 보완해주는 것 같다.
[리뷰제공 아크로팬 www.acrof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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