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PC 패키지 게임이 매니아 계층의 전유물이던 'C&C1'이나 '레드얼럿' 시절에나 '스타크래프트'와 대등했지, 그 이후에는 모두가 알 듯이 아는 사람만 아는 게임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EA코리아 초창기 한글화 대작이었던 '레드얼럿2'의 혹독한 참패 이후, EA 게임에서 한국어 음성 더빙을 찾아보기 힘들어졌을 정도가 됐으며 웨스트우드가 사라진 이후의 'C&C' 시리즈는 한국에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한국 'C&C' 팬들은 '타이베리움의 여명'을 보지도 못하고 눈을 감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고 살았다. 그러나 다행이도 해외에서 두터운 'C&C' 팬층이 '여명(Twilight)' 대신 '전쟁(Wars)'을 내건 'C&C3' 게임을 이끌어 내면서 타이베리움 3부작의 끝을 살아 생전에 볼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케인의 분노'를 통해 십수년에 걸친 이야기의 끝에 점차 다가서고 있다.
'케인의 분노'는 'C&C3'의 정규 확장팩으로 전작에서 볼 수 없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게임의 시놉시스는 'C&C2' 직후부터 'C&C3' NOD 엔딩 직전 까지의 시간을 다루고 있어 본작에서는 알 수 없었던 NOD의 권력 투쟁과 비밀 프로젝트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케인'이라는 상징이 사라진 이후에 보여지는 교조주의자들의 광란은 현실 세계의 모습이 투영될 정도로 회화적이다.
게임 시스템은 'C&C3'와 같아 본편을 즐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본편을 그대로 계승함에 따라 게임 자체는 물량전이 대세인 매우 현실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C&C' 시리즈 자체의 특징이라 '스타크래프트' 팬들은 여전히 적응 못할 것이다. '스타크래프트'는 유니트 상성이 있긴 해도, 어느 정도 버텨주는 맛이 있어 손놀림이 중요한데, 'C&C'는 그게 아니다.
'C&C3'나, '케인의 분노'나, 모두 대칭적인 상성 구조를 갖고 있다. 때문에 인간은 총에 약하고 기갑병기는 포, 빔에 약한 형태를 취한다. 문제는 이렇듯 상성 구조에 걸리면 매우 빨리 죽거나 터진다는 점인데, 이로 인해 개별적인 유니트 컨트롤보다는 물량에 의존하는 플레이가 필연적으로밖에 나올 수 없다. 컨트롤보다 구성이나 배합같은 유니트의 편제 측면이 플레이할 때 더 중요하다.
온라인 게임으로 대권이 넘어간 현실에서 PC 패키지 게임이 정식으로 유통되는 루트가 편협해 졌음은 누구나 알 것이다. 때문에 한국에서는 '스타크래프트'나 그 것의 클론이 아닌 RTS를 만나기란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그나마 'C&C3'가 나옴으로써, 국내 PC 게임 시장이 지닌 스펙트럼이 조금 넓어졌는데, 이에 '케인의 분노'가 어느 정도 보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문제는 그 역할이 '보조선'을 넘지 못한다는 한계가 극명하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물량전이 승리의 열쇠인 'C&C' 시리즈는 하드웨어 요구사양이 언제나 시대를 앞서간다. 확장팩 또한 그런 측면이 있어 쿼드코어와 8800GT 수준의 시스템으로도 화면을 가득 매우는 유니트들의 행렬을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C&C' 월드의 끝을 보기 전에 자신이 보유한 시스템의 끝을 먼저 보게 만든다.
한편, 'C&C3' 의 기술적인 기반이 된 'C&C 제네랄' 본작 개발 당시, 개인적으로 하버드 보닌과 더스틴 부르더에게 기획을 제안했던 '마샬 모드'가 '세계정복'이라는 이름의 게임 모드로 나온 점도 흥미롭다. 속칭 '땅따먹기'와 포인트 연계 방식의 RTS 플레이를 논의하던 것이 이제야 빛을 보는 것을 보면 RTS의 지향점은 시대를 떠나 관통하는 이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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