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총지휘에 '파이날판타지의 아버지'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임하고, 캐릭터 디자인을 '슬램덩크'로 유명한 이노우에 타케히코가 맡아 대중적인 인지도가 매우 높은 '로스트 오디세이'에서 가장 핵심직인 역할은 누가 뭐래도 지난 2001년에 '비타민 E'로 나오키상을 수상했다는 시게마츠 키요시가 아닌가 싶다. 자칫 중구난방을 튈 법한 설정을 문체로 잡아낸 것을 보면 작가의 혼이 들어간 것이 아닐까?
게임 스타일이야 감독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스토리 뼈대는 작가가 지켜주지 못하면 폭삭 주저앉기 쉽다. 앞서 같은 감독이 만든 블루드래곤만 보더라도, 유명작가의 참여 여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짐작할 수 있다. 제작 단계에서 감독한테 작가가 휘둘리면 플롯이 날라다니고 대사가 허공에 헤엄을 쳐도 모를 일인데, 아무래도 초빙해서 그런지 작가 뜻대로 시놉시스가 흘러간 티가 난다.
감독이 작가를 인정해주는 환경에서 촉매로 작용한 것은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캐릭터 디자인과 우에마츠 노부오의 음악이다. 게임은 엄연히 이미지가 우선하는 것이기에, 딱히 일본인이라기 보다 남방계 아시아인에 기반을 둔 캐릭터 디자인은 환상 속의 세계지만 마치 우리 동네에서 봄직한 인물들의 사는 이야기같이 느껴지게 만들어준다.
여기에 장엄한 음악, 톡톡 튀는 음악은 영화처럼 플롯이 이어지는 게임의 특질을 잘 살려준다. 미스트 워커 테크니컬 디렉터 가츠히사 히구치(Katsuhisa Higuchi)가 했던 말대로, 로스트 오디세이는 와이드 앵글이나 PIP(Picture in Picture) 연출을 자주 쓰다보니 분위기를 살려주는 음악이 필수불가결하다. 게다가 게임 스타일이 '파이날 판타지'와 클론이다보니, 누가 음악을 만들어야 할지 해답이 명확했다.
감독과 작가가 서로를 존중한 모습이 엿보이는 가운데, 이노우에 타케히코와 우에마츠 노부오 콤비가 엮어낸 비주얼과 사운드는 지금까지 Xbox360으로 나왔던 일본형 RPG 게임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위상을 창출했다. 여기에 사상 최대의 한글화 투자로 최고의 완벽한글화를 이뤄낸 것은 한국의 Xbox360 게이머들에게 축복이라 할 만한 경사다. 일본 개발진까지 극찬한 한글화는 꼭 봐야할 가치가 있다.
게임 디자인은 '언리얼 3' 엔진을 써 원거리까지 모두 한 화면에 표시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다만 가츠히사 히구치가 내한 기자회견에서 콘솔 메모리 때문에 고생했다고 토로했을 정도로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프레임을 유지하며 처리해야 했기에 원근에 따른 디테일 레벨의 품질 자체는 높지 않다. 대신 캐릭터에 자원을 투입해 모션캡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부분은 눈여겨볼만 하다.
플레이하는 방식은 앞서도 언급했듯 '파이날 판타지'가 재림한 듯한 인상이다. 무기로 때리고 마법으로 지저주는 턴 방식 전투를 통해 캐릭터를 키워나가는 그 분위기는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느즈막에 본 늦둥이라서 그런지 디테일한 부분이 강조된 느낌이다.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카임과 세스의 경우, '불로불사'라는 설정에 따른 '부활'과 오래 살았으니 '만랩'일 것이라는 가정에 따른 '무성장'이 적용된다.
살아있는 캐릭터로 어찌되든 두 턴만 버텨주면 부활해주는데다 다른 캐릭터나 반지로부터 스킬을 링크할 수 있으니 처음에는 게임을 플레이하기 편한 감이 좀 있다. 다만 반복작업으로 다른 캐릭터들의 레벨업을 거듭하기에는 전투의 볼륨이 너무 커 레벨업 속도 이전에 플레이하는데 부담감이 있다. 게임플레이 내내 물씬풍기는 로드무비 성격이 게임 플레이에 어느 정도 걸림돌이 되는 셈이다.
로스트 오디세이는 DVD 4장에 나눠 나오긴 했어도, 게이머 입장에서는 해도해도 더욱 더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만들어졌다.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도록 제작된 게임이어서 이야기만 따로 놓고 봐도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아쉽다면 씬을 따로 모아 볼 수 있는 이벤트 갤러리와 천년의 꿈 일부를 Xbox Live! 마켓플레이스에서 사게 만들었다는 점인데, 옛날 패키지 게임에 익숙한 사람은 가슴이 매어질 일이다.
[리뷰제공 아크로팬 www.acrof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