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판으로 자막한글화되어 나온 '기어스 오브 워'는 2007년 한 해를 빛낸 'Only On Microsoft' 게임으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콘솔에서 상을 모두 다 쓸어담은 탓에 PC판 상복은 그다지 없었다지만, PC에서만 가능한 특전이 가득해 하드코어 게이머들이 도전하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흔히 '신의 게임기'라 부르는 PC답게, '1920x1200'과 같은 고해상도 도전이나 마우스 사용 등 행복할 꺼리가 잔뜩 들어있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Xbox360 콘솔은 그 가격에 그 정도 사양 뽑아낸 게 기특하긴 하다. 하지만 하이엔드 시스템을 갖추고 PC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눈에는 옛날옛적에 정통부에서 보급했던 '인터넷 PC' 같은 느낌이다. '게임이 되는데 의의가 있다'는 식의 바로 그 느낌! 게다가 PC 주변기기들의 눈부신 발전은 Xbox360에서 본 걸 보고 'PC에서 돌리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품게 만들었다.
'기어스 오브 워'가 PC판으로 나오면서 하이엔드 시스템을 가진 게이머들이 꿈꿔왔던 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고해상도에 안티고 비등방이고 드라이버 레벨에서 잔뜩 씌우는 게 가능해졌다. 여기다 30인치 모니터를 쓴다면 익스트림 HD 게이밍의 극한까지 노릴 수 있다. 비록 시스템에 돈 들어가는 게 Xbox360 10대 이상이라고는 해도, PC판 덕분에 끝까지 가면 뭐가 나올지 볼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진작부터 제작에 쓰인 언리얼 3.0 엔진 자체가 메모리 잡아먹는 귀신이라고 게임 프로그래머 사이에서 정평이 난 것인지라, 512MB 메모리를 쪼개 쓰는 Xbox360에서 제대로 된 표현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다. 게다가 요즘 하이엔드 게이밍 시스템은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정착한지 오래라, 파워계열 트리플코어보다 게임하기에는 더 좋은 환경이다. (물론, 돈은 많이 들었겠지만서도 말이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기어스 오브 워'는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 하나의 도전과제와 같이 받아들여졌다. Xbox360에서 안 되는 걸 되게 만드는 건 기본이고, 그 이상의 것을 시도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같이 된 것이다. 때문에 해외에서는 '기어스 오브 워'를 설치한 사람만 즐길 수 있는 MOD 게임을 만들어 즐기고 있고, BMT 매니아들은 벤치마크 놀이를 하는데 하나의 장난감으로 이 게임을 이용하고 있다.
국내에 PC판으로 게임이 발매된 것이 해외에 비해 늦은 편인 탓에, 게임 그 자체의 성격을 논한다기 보다는 PC라는 플랫폼이 지닌 역량을 게임이 얼마나 활용하는가가 문제라면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게임이 윈도우 XP와 윈도우 비스타 모두에서 잘 돌아간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헤일로2 PC판과 같이 되는 걸 막아놓으면 게이머 입장에서 속 상한다.
그런데 고사양을 요구하는 PC 게임이 늘 그러하듯, 설치한 이후에 벌어지는 일은 사람에 따라 상심할 정도가 꽤 클 일이다. 게임 패키지 뒷면에 써 있는 '시스템 성능이 좋을수록 게임 실행능력이 향상됩니다'라는 말이 심히 원망스러울 정도로, 풀옵션이 당대에 될 일인가 싶은 그런 경험을 하게 해 준다. 인텔 쿼드코어 프로세서에 엔비디아 SLI를 묶어서 도전해도 괜스레 좌절감만 더해간다.
다만 이런 기분은 드라이버와 레지스트리에 손대가며 게임을 하는 사람들한테나 해당될지도 모른다. 일반 게이머 입장에서는 해상도 정도만 모니터 사양에 맞춰주고, 그 외의 것은 기본값이나 시스템 사양에 맞게 낮춰서 쓴다면 Xbox360에서 즐겼던 그런 속도를 누릴 수 있다. 명색히 PC 게이머라면 꿈과 희망을 본체에서 찾아야겠지만, PC판이 좋은 게 있다면 융통성 있게 절충도 하자면 한다는 점이다.
[리뷰제공 아크로팬 www.acrof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