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측면에서 '바이오쇼크'는 자신이 조작하는 주인공을 막장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참으로 돋보이는 게임 타이틀이다. 조용히 비행기 타고 가다 바다 한 가운데로 뚝 떨어지면서 시작하는 게임 오프닝은 뉘 집 '자식'인지는 몰라도 참 팔자 드세다는 연민이 다 들 지경이다. 아니나다를까, 우려대로 바이오쇼크에서 게이머가 플레이하는 주인공은 어지간한 불행과 숙명은 다 뒤집어 쓰게 된다.
사바세계가 꼴보기 싫어 바다 한 가운데 자신만의 낙원을 건설하셨다는 위대한 창조주님의 넘쳐나는 변덕과 어지간한 스플렉터 무비 주인공 자리는 단박에 꿰 찰듯한 정신세계의 소유자들이 아귀다툼을 하는, 저 화려한 디스토피아 세계 한 가운데는 잔인한 연극이 펼쳐지기에 딱 좋은 장소. 바로 이 곳 한 가운데 뚝 떨어진 한 사람의 탈출기가 우연과 필연, 운명과 숙명 사이에서 펼쳐진다.
바이오쇼크가 국내외 평단에서 극찬을, 여기에 게임 팬들의 열렬한 구매를 불러들인 것은 단순히 '스토리만 좋아서'가 아닐 것이다. 게임의 시놉시스를 빛내주는 연출과 게임 시스템은 게임 자체의 시놉시스를 유기적으로 연계시키는 기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단순히 아이템 수집으로 치부될 것을 도덕적인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는 식의 연출은 트레이닝에 불과하다 할 정도로, 융합 정도가 뛰어나다.
'FPS + RPG = New Style' 식의 도상을 마냥 그리는 건 쉬운 일이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게임을 만들어 내자면 수 많은 설정과 역학 관계를 모순 없이 조율해 내는 역량이 있어야 하나, 어지간한 회사들은 이게 안 된다. 다행히 제작진이 전작을 통해 증명해 온 바가 있었던 것이 이런 부분에 대한 게이머들의 기대를 북돋은 것 같다. 여기에 그래픽 기술의 발전이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물을 보여준 것은 보너스랄까?
그래픽을 실사처럼 다룰 수 있게 됨에 따라, 자칫 진부해질 수 있었던 마법과 총의 조화가 맛깔나게 다듬어 졌다. 손에서 번개 쏘는 거야 스타워즈 에피소드 4가 개봉되었던 시절에도 유명했던 것이지만, 단순히 보여지는 것과 타격 데미지를 플레이어가 계산해가며 때리는 것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이런 부담 때문에 중요한 부분을 대충 처리하는 경우를 졸작에선 종종 봐 왔는데, 바이오쇼크에는 이게 전혀 없다.
영화와 게임은 달라도 참 많이 다르다. 영화가 A급을 넘어 S급을 달려도 게임이 D나 F 언저리에서 노는 경우가 많다. 반대의 경우도 거의 무슨 법칙처럼 설립될 정도로 상성이 안 좋다. 실상 따져본다면 바이오쇼크도 영화 기준으로 시놉시스를 본다면 B급 수준이다. 그러나 여기에 모순이 없도록 정련된 설정과 Xbox360의 하드웨어 역량을 적절히 배분한 제작기술이 더해져 S급 게임으로 탄생했다.
기술적인 역량이 뒷받침되고, 게임으로서는 필수불가결한 '설정'이 잘 다듬어져 있어 전 세계적으로 영어가 통하든 안 통하든 게이머라면 모두가 감명을 받으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FPS 타입의 게임 스타일 때문에 어느 정도 진입장벽이 있긴 하나, 그 정도를 감내하고 조이패드를 붙잡는다면 RPG의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바이오쇼크는 플레이 템포가 굉장히 빨라 손이 느리면 조이패드에 플라스미드를 난사하고 싶어질 정도로 그 다음 장면이 궁금해지는 게임이다. 또 스토리를 따라가다보면 처음에는 한 문명의 종말같지만, 종반부에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 그대로의 장면이 펼쳐져 동양인 입장에서 묘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마침,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자막한글화를 해 내놓았으니, PC판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은 콘솔에서 느끼자.
[리뷰제공 아크로팬 www.acrof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