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충격'을 논할 정도의 반열에 오르면 명작소리를 듣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나름 반열에 오르고도 명작 소리를 못 드는 게임이 간간히 있다. 게임이 감각적인 충격만 잔뜩 주고 끝나는 경우에 이런 사례가 발생하는데, 마침 최근 최신작이 국내에 정식 발매된 솔저 오브 포춘 시리즈의 최신작 '솔저 오브 포춘 : 페이백'을 그 대표적인 경우로 손꼽을 수 있다.
'솔저 오브 포춘'은 '용병'을 뜻하는 말로, 그 이름 그대로 용병이 되어 전장을 누빈다는 설정에서 출발한 게임이다. 레일건과 ICBM 정도만 빼고 다 들고다니는 병기고같은 슈퍼솔져가 의뢰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구성으로, 강렬한 게임 진행이 매력적인 게임 시리즈다. 구성 자체는 모범적인 FPS이긴 하나, 과유불급이랄까. 지나친 부분이 있어 괜스레 평가절하되는 게임이다.
올드 게이머라면 무엇이 지나치다는 것인지 잘 알 것이다. 일단 이 게임은 엄청나게 잔인하다. 시리즈 첫 작품에서부터 신체가 '박살'나는 게 너무 리얼하다보니 여러모로 말이 많았다. 다른 게임들이 총을 맞으면 피 나오고 쓰러지는 선에서 끝나는데 비해, 나선강탄(彈)의 효과를 살리다보니 총을 맞은 부위가 비틀리면서 터져 나온다.
솔저 오브 포춘에서의 총상 효과는 실제 상황에 근거한 것으로, 범죄 관련 기록 영상이나 경찰 검시 기록 등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그 모습 그대로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정도가 너무 과도하다보니, 게이머 스스로는 정작 게임 자체의 즐거움을 찾기 이전에 신체 파괴만 실컷 체험해보게 된다는 점이다. 국내 정발 게임중에서 이 부분만큼은 단연 최정상이랄까?
맨헌트 시리즈, 그랜드 시프트 오토 시리즈 등 나름 잔인하다고 하는 게임들이 여럿 있긴 하다. 그러나 디테일한 측면에서 해부학적으로 총상과 폭사를 표현한 게임은 '솔저 오브 포춘'이 최고다. 일반적으로 게임의 그래픽 수준이 떨어지고 그러면 비난의 화살부터 쏘는데, 이 게임만큼은 폴리곤이 생생하게 살아 있어 너무나 컴퓨터 그래픽다운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느껴진다.
게임 옵션에서 '고어(Gore)' 항목을 OFF로 설정해 다른 게임들과 같은 밋밋한 게임 환경을 만들 경우, 이 게임은 평범한 FPS 게임으로 모습을 확 바꾼다. 세계 각지를 누비며 테러리스트와 범죄자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는 용병의 일상을 엿보는 무사태평한 그저 그런 게임 중 하나로 변신한다. 그런데 만약 성인게이머라면 이런 걸로 만족할 수 있을까?
고어(Gore)가 빠진 솔저 오브 포춘은 단팥 빠진 붕어빵이다. 너무나 잔인하다보니 그것밖에 임팩트를 남기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실 그 것 하나만으로도 이 게임은 나름대로의 존재 가치가 분명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부분이 '솔저 오브 포춘'이라는 시리즈를 모질 게 유지하고 이어나가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분명 '감동' 이상의 것은 찾을 수 없으나 대신할 것은 있다.
처음 게임 시리즈가 나왔을 적에는 유명 용병이 제작진에 어드바이스를 했다는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총성을 사격장에서 직접 녹음해서 화제가 되었던 것도 이 게임이다. 솔저 오브 포춘 시리즈 자체가 게임 기획 단계에서 현실성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집대성된 게임. 따라서 최신작인 페이백 역시 '전투'라는 살인의 반복을 현실화시킨 측면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
[리뷰제공 아크로팬 www.acrof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