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크라이텍이 선보인 크라이시스는 출시 이전부터 요구사양 하나만으로도 화제의 중심에 섰던 게임이다. 그래픽 프로세서 전문기업인 엔비디아가 크라이텍 설립초기부터 공동 개발에 참여한데다, 그들 스스로도 전작인 파 크라이(Far Cry)로 전 세계 PC 게이머들에게 좌절을 매우 크게 안겨줬던 전력이 있어 특히 그러했다.
크라이시스는 "그 어떤 하드웨어로도 좌절감을 느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공언대로, 발매 이후 현재 판매되는 그 어떤 하드웨어로도 풀옵션이 매우 어려운 게임으로 공인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게임이 즐기기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모든 게이머들이 한결같이 극찬한다는 점이다. 모두 다 언젠가는 풀옵션으로 돌려보겠다는 '꿈과 희망'을 품은 극찬이다.
크라이시스는 컴퓨터 사용자 입장과 별도로 한국인들에게는 유독 의미가 깊은 게임이다. 게임 스토리가 '미국과 북한이 서로 외계인의 흔적을 독차지하려고 싸우다가 외계인의 공격을 받고 함께 손잡고 맞서 싸운다'는 것이기에, 게임에서 북한이 어떻게 다뤄지는지가 국내에서는 하드웨어 사양과 별도로 매우 큰 관심사로 부각되었다.
게임을 끝까지 진행해보면, 북한은 동맹군이라는 느낌보다는 '적'의 성격이 훨씬 강하다. '크라이시스 2'나, '크라이시스: 에피소드 1' 식의 후속작이 나와서 시놉시스를 풀어주지 않는다면 북한군은 '초강적' 이미지가 훨씬 짙게 드리워져 있다. 게다가 '한국인민군'과 같은 오기가 심심찮게 등장해 북한이 주장하는 '고려연방제'로 통일이라도 한 듯한 착각이 든다.
한국인민군 이슈는 아크로팬과의 인터뷰에서 크라이텍 세밧얼리 CEO가 실수로 인정한 부분이다. 실수로 인정한만큼, 차후 게임 패치에서 수정되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그 부분만 뺀다면 한국인 입장에서도 크라이시스는 그래픽, 연출 측면에서 당대에 둘도 보기 힘든 명작으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마치 영화 주인공이 된 것 처럼 실전을 체험하는 느낌이 명불허전이다.
게임플레이 측면에서 크라이시스는 그래픽 효과에 대한 실험과 더불어 많은 시도가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로 코어(Core) 맵을 꼽을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부유감'이라는 요소를 게임 플레이와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다. 디센트 등 앞서 나온 비슷한 스타일의 게임들은 무중력, 진공의 느낌이 강했는데, 크라이시스는 매우 끈적한 부유감이 특이하게 느껴진다.
탁월한 그래픽 효과는 시각적인 느낌만으로도 다른 감각을 되살린다. 크라이시스는 맵의 특수성과 그래픽 효과를 접목시켜 게임 플레이어가 2차원 평면 디스플레이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을 자극해 이제껏 없었던 독특한 플레이 쾌감을 느끼게 해준다. 아마도 이런 부분 때문에 자신의 시스템을 원망할지언정, 크라이텍을 원망하는 게이머가 없는 듯 싶다.
크라이시스는 엔비디아 컨텐츠 부문 수석부사장인 로이 테일러가 아크로팬과의 인터뷰에서 '7년간의 협력으로 빚어낸 게임'이라 지칭했을 정도로, 특정 그래픽카드에서의 우세가 두드러지는 게임이다. 때문에 지포스 그래픽카드 사용자들만 좀 더 나은 여건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8800Ultra도 부족하게 느껴지는 압박감이 상당하지만, 그래도 역사는 진보하기에 기대감을 품게 된다.
[리뷰제공 아크로팬 www.acrof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