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살인범으로 몰리게 된 주인공이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도주한 범인을 쫓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적 캐릭터의 등장에 맞춰 이 게임은 마약중독자와 정신 이상자가 출몰하는 뒷골목의 분위기를 사실감 있게 그려냈다.
이 게임의 승부수는 ‘원샷원킬’이 아니다. FPS게임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마치 ‘퀘이크’처럼 등장하는 적들을 사정없이 물리치고 빠른 전개로 이야기의 종착역을 향해 달려갈 것 같다면 오산이다.
이는 FBI의 연쇄 범죄 담당부서(Serial Crimes Unit) 요원인 주인공의 직업적 특성에 따라 ‘조사’ 항목이 비중있게 다뤄진 점이 주요하다. 따라서 게이머는 ‘3D 스캐너’와 ‘디지털 카메라’ 등의 최첨단 수사 장비들을 이용해 범인의 흔적을 채취하고 모은 자료를 휴대폰으로 전달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야 한다.
적들은 다양한 공격 방식을 선보인다. 게이머의 움직임에 따라 기둥 뒤에 숨어 있다 공격하며,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게이머를 곤란에 빠트리기도 한다.
‘컨뎀드’의 그래픽은 한 편의 영화적 구성을 방불케 할 만큼 꽤나 사실적이다. 공포의 뒤를 유연하게 쫓는 카메라 앵글에서부터 등장인물들의 미세한 표정까지 세밀하게 그려져 게임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5.1채널을 활용한 사운드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 가운데 하나. 어둠에 깔린 공포를 소재로 한 게임답게 전체적인 면에서 평가한다면 시각적인 공포 보다는 청각적인 공포의 비중이 높다.
단순한 액션 지향적 게임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게임의 이야기 전개는 기존 FPS 방식의 게임에 비해 무게를 갖는다. 국내 정발판의 경우 언어가 영어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공략과 대사 번역으로 구성된 한글 공략본이 첨부되어 아쉬움을 보완한다.
아쉽다면 Xbox Live를 활용해 플레이 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 게임의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혼자만의 공포에서 여럿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포로 발전 가능한 장치의 마련이 미흡해 확대 가능한 재미 요소의 부재가 눈에 띈다.
‘컨뎀드’는 호러를 위한 다양한 요소를 응집한 게임이다. 영화적 상상력과 사실감을 게임에서 맛보고 싶은 게이머와 FPS 게임의 재미를 원하는 게이머 모두에게 흥미를 주는데 충분하게끔 영리하다.
[최승진 기자 shai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