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널판타지 XII
영화 같은 화면구성과 감동적인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삼은 게임 ‘파이널판타지’는 발매될 때 마다 수백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대중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정식판은 일본판과 비교해 매뉴얼과 케이스 표지가 한글화되었으며, 가격이 다운된 점이 다르다.
이번 작품은 기존의 ‘파이널판타지’와 비교해 많은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이전과 달리 마치 MMORPG(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처럼 실시간 요소를 강조해 눈길을 끈다. 이는 게임 내 ‘ADB(액티브 디멘션 배틀) 시스템’과 ‘건비트 시스템’을 통해 구체화된다.
‘ADB 시스템’은 턴 제 시스템에 기반을 둔 기존의 ATB(액티브 타임 배틀) 시스템과 다르게 실시간에 초점을 맞춰 필드 이동과 전투 전환을 자연스럽게 처리한다.
이 시스템의 채택으로 전투가 실시간으로 바뀌게 되면서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로딩의 부담이 감소됐다. 또한 필드에 표시되지 않았던 몬스터의 움직임이 한 눈에 관찰되면서 불필요한 전투를 피할 수도 있다.
‘건비트 시스템’은 전투중 캐릭터의 행동을 설정하는 것으로 대부분이 한 명의 캐릭터를 이용해 전투를 즐기는 MMORPG에서와 달리 총 3명의 캐릭터를 동시에 이용해 실시간 전투를 진행하는 어려움을 보완한다.
전투에서 사용되는 여러가지 기술을 얻는데 필요한 일종의 자격인 ‘라이선스’도 MMORPG의 분위기를 강조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스킬 트리와 비슷한 느낌의 이 시스템은 적을 물리치고 얻은 ‘라이선스 포인트’를 사용해 ‘라이선스 보드’에서 필요한 기술을 얻는 것이 주목적이다.
하지만 실시간 요소가 강조되고 필드와 전투의 경계가 사라지게 되면서 전투에서 이길 때 등장하는 캐릭터의 승리포즈와 배경음악(BGM)의 비중이 줄어든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픽만 놓고 봤을 때, 전체적인 분위기는 스퀘어社가 플레이스테이션1으로 제작한 ‘베이그란트 스토리’와 유사하다. 방가족과 제국군의 모습을 비롯해 처음 동영상에서 전투기의 공중전을 다룬 장면은 영화 ‘스타워즈’의 그것과 비슷하다.
미니맵 위주였던 이전과 달리 전체맵이 지원되고 목표 지점 역시 친절하게 표시돼 게임의 접근성을 높였다. 고정 시점을 제공했던 이전과 달리 자유 시점을 제공하는 점도 특징이다. 그러나 방향키와 아날로그 스틱의 조합으로 제어하는 시점 변환은 키보드와 마우스의 조합에 비해 다소 불편하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스토리의 흡입력과 캐릭터의 개성이 이전에 비해 떨어진 점이다. 실시간 매력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기존 작품들의 강점이었던 스토리를 음미하는 재미와 캐릭터의 개성 부분이 낮아진 인상이다.
‘파이널판타지’의 12번째 작품은 치밀한 스토리가 매력이었던 이전 작품을 그리워하는 유저들과 MMORPG를 통해 게임을 시작한 유저들 사이에서 극과 극의 평가를 얻어낼 만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게임성과 그래픽의 연출력이 수준급이란 점에서 즐겨볼만 하다. 실시간적 요소를 도입해 기존 시리즈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새로운 즐거움을 추구하며, 영화와 같은 고화질의 CG가 다수 출현해 그 어느 때 보다 유저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최승진 기자 shai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