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기, 잡기, 반격기, 달리기에 필살기 버튼으로 나뉘어진 조작체계는 그야말로 '스맥다운'의 판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물론 이 게임의 제작사가 스맥다운과 같은 유크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리라. 캐릭터 얼굴의 텍스처매핑과 폴리곤수에 올인한 점도 적은 폴리곤으로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는 유크스의 작품다운 면모다.
그러나 스맥다운에 비해 월등히 적은 볼륨이나 단순한 액션들을 보면 순수하게 레슬링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에게 있어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 듯 하다. 더우기 스맥다운이 WWE의 인기 선수들을 기용해 고정적인 팬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럼블로즈는 가상의 선수들이 등장한다는 약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럼블로즈는 섹시한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워 이러한 모든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캐릭터가 행동에 맞춰 출렁이는 가슴의 움직임이나 상대의 치욕감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필살기를 작열하면 볼 수 있는 야릇한 영상 등 한 마디로 '노리고 만든' 게임의 전형적인 예라 하겠다.
진흙탕 위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뒹구는 팔등신의 미녀들을 보고 있노라면(게다가 온 몸에 묻은 진흙으로 인해 마치 알몸처럼 보이는 의도적인 연출도 존재한다) 어째서 코나미의 게임들은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화제가 되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렇다고 이 작품이 게임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관절기나 타격기를 통한 부위별 대미지나 관절기 자세에서의 버튼 연타를 통한 공방을 수치로 보여주는 점 등 이 게임만의 독특한 요소도 다수 가미되어 있다.
또 각 캐릭터별로 존재하는 스토리 모드 및 캐릭터의 선악 성향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기술 등 상당히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나름대로(뻔하지만) 잘 짜여진 스토리와 캐릭터 설정, 예상을 뒤엎는 마지막 보스 등도 포인트를 주고 싶은 부분이다.
하지만… 솔직히 만약 섹시한 캐릭터들이 없었다면 이 게임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었을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길고도 지루한 로딩 화면 연출, 단순한 인공지능, 예상외로(?) 적은 수의 복장(단순히 색상만 바뀐다), 일부 성우의 미스캐스팅(앳된 소녀들의 허스키한 영어 음성은 문제가 있다) 등등 너무나 많은 단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려먹기로 유명한 코나미인만큼 2탄도 등장하리라고 보여지지만(사실 엔딩에서 속편을 암시하고 있다) 부디 다음 작에서는 섹시함에 버금가는 게임성도 갖춘 작품이 되길 기대해본다(섹시함만 더욱 강화될지도 모르지만…).
(2004.11.23)
[이용혁 기자 leey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