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사이드뷰 플랫포머 액션게임 신작이 나오기만 하면 일단 '메트로바니아'를 내세우고 고난도와 로그라이트를 기본 사양으로 깔고 들어가는 기조가 생긴지 오래다.
플레이어가 취할 수 있는 액션에는 제약이 많고 잡몹으로 등장하는 놈들은 크기는 작으면서 잽싼 움직임으로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녀석들이 주류이며 보스전은 발을 들였으면 '일단 몇번 죽고 다시 와라'가 기본일 정도로 난도가 높아진 상태다.
그렇지만 일부 개발사에서는 이러한 액션게임의 근간을 결코 플레이어와의 기싸움에 두고 있지 않으며 '상황에 맞는 액션 체험으로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는 원점회귀를 시도하고 있다. 엑소제네시스 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인 '이나야 - 라이프 애프터 갓'(이하 이나야)도 이러한 작품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게임조선에서는 차주 중 진행되는 스팀 넥스트 페스트(Steam Next Fest)에 출품 예정인 이나야의 데모 버전을 선행 플레이하고 그 소감을 간단하게 적어보았다.
직접 플레이해 본 이나야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플랫포머의 종착지'라는 느낌이다. 대충 문명이 멸망한 이후 돌연변이 생물과 무법자들이 가득한, 소위 말하는 신도 부처도 없는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복잡한 장문의 텍스트를 통해 스토리라인을 이해할 필요는 없으며 눈 앞에 보이는 움직이는 모든 것은 적이거나 파괴하여 자원을 수급할 수 있는 오브젝트일 뿐이다.
게임플레이 도중에 접하게 되는 시체나 파괴된 문명의 흔적을 통해 대략적인 세계관을 파악할 수 있고 문서 형태로 남은 기록을 입수하면 이후 치러질 보스전의 대응 방법에 대한 힌트 등을 얻을 수 있긴 하지만, 이러한 활동이 게임 진행에 있어 결코 필수사항은 아니다.
특히 개발사인 엑소제네시스 스튜디오는 직원 대다수가 블리자드, 디즈니 출신이다 보니 좋게 말하면 고전적이고 예스러운 연출과 진행 방식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보스전 돌입에 앞서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스타일 시네마틱은 자막을 통한 부연 설명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지만 플레이어가 얼마나 위험한 상대와 맞서 싸워야하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레벨 디자인 또한 고전적인 느낌이 강하다. 일반적인 메트로바니아 장르의 게임은 전투 외에도 탐색에 활용될 수 있는 '마도기', '어빌리티' 등의 특수 액션을 게임 진행도에 따라 서서히 풀어주고 있지만 이나야의 경우 꽤 이른 타이밍에 대부분의 액션을 소화할 수 있고 일직선으로 게임을 진행하면 특정 액션을 사용할 수 없어 진행이 막히는 구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언뜻 보면 진행이 막힌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 지점까지 게임을 플레이한 이상 가지고 있는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면 충분히 돌파가 가능하기 때문에 먼 길을 되돌아 올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런 부류의 게임에 익숙한 플레이어라면 맵을 되짚어 돌아갈 필요가 없이 선형 전개 방식으로 느껴질 수 있으며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데모 버전을 기준으로는 필요성이 떨어지는 것인지 지도 기능의 활성화가 불가능했고 메트로바니아류 게임에 으레 들어가는 순간이동 포인트 또한 없음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진행에 필요한 대부분의 액션은 그때그때 바로 알려주고 있다. 심지어 아주 MZ하게 컨트롤러 타입에 맞춘 조작 방법까지 세세하게 안내하기 때문에 '특정 장애물이 등장한다면 이렇게 넘어가면 되겠구나'라는 해결책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확실하게 주입시켜준다.
건틀릿을 통해 발현하는 3가지 무기는 전투를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도검 형태에서는 빠른 난격과 위치 전환 및 패링을 제공하고 철퇴 형태에서는 묵직한 한방과 투사체를 지우는 특성으로 느린 속도를 커버하고 있으며 주먹 형태가 되면 확정 방어 능력과 우월한 전투지속력으로 상황에 맞게 스왑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탐색 과정에 있어서도 추가 도약 기회를 제공하는 슈퍼 점프, 특정 오브젝트에 매달려 대각 이동을 가능케 하는 마그네틱, 돌기가 있는 벽을 차면서 오르는 삼각차기와 같이 전용 액션의 사용처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어 버려지는 경우가 없다.
반복 플레이를 통해 획득한 가루를 사용하면 스킬을 강화하여 전투 스타일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구사할 수 있는 액션 자체는 습득 즉시 전부 해금되지만 특정 행동을 취했을 때 확정 치명타가 발생하거나 전투 자원 보유량에 따라 달라지는 특수 효과를 제공하거나 적을 약화하고 조건부 쿨타임 리셋으로 몰아치는 플레이는 스킬 강화가 없다면 구현할 수 없는 영역에 있다.
서두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최근 출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액션 게임은 지나치게 어려워지고, 사소한 장애물 하나하나에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죽어가면서 배워야 하는 불합리함을 도전정신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만큼 역경을 넘어서 도달한 곳에 있는 '클리어의 기쁨'이 배가 되는 효과도 있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가떨어지는 게이머들의 수가 이전에 비해 상당히 늘어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나야가 추구하는 재미 요소는 분명 낡은 방식이고 틀에 박힌 길로 게이머를 인도하지만 최소한 그 직관성 덕분에 플레이어가 게임에 적응하는데 그리 많은 리소스를 할당할 필요가 없으며, 그저 있는 그대로의 액션에 집중할 수 있음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다만 커스터마이징이 제한되는 경직된 조작 방식과 입력 수단과 관계 없이 조작의 반응성이 살짝 매끄럽지 못한 부분 하나만큼은 아쉽게 느껴졌다.
활용 가능한 액션의 가짓 수는 많지만 그것이 내 몸처럼 부드럽게 나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데모 버전 플레이를 통해 충분한 피드백을 받고 정식 출시 전까지 개선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