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편집자 주]
2023년도 어느덧 11월과 12월, 두 달 남았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을 앞두고, 게임계는 지난 1년 동안 출시된 게임 중 최고의 게임, 즉 'GOTY(Game of the year)' 선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이나 '발더스 게이트 3',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원더' 같이 그 어떤 해보다 게이머와 전문가 양쪽에게 찬사를 받은 게임이 많았던 만큼 각종 시상식과 전문가들이 선정한 GOTY 후보작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GOTY 선정의 시기가 다가오면서 게이머들은 전문가들의 평점을 모은 메타크리틱 점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높은 점수가 GOTY의 보증수표는 아니지만, GOTY 수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문가들의 점수인 만큼 간접적으로 GOTY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조선통신사는 메타크리틱 점수 90점 이상 게임 중 GOTY로 거론되는 작품들을 모아봤습니다. 이중에서 과연 몇 작품이 GOTY의 영예를 얻게 될까요? 메타크리틱 점수는 10월 27일 최고점을 달성한 플랫폼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 96점 5월 12일 출시
올해 가장 강력한 고티 후보입니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의 후속작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죠. 6년 만에 출시된 이 작품은 출시와 함께 올해의 게임을 넘어 최고의 젤다, 최고의 게임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전작도 최고의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전작조차 체험판, 베타 버전, 시험작이라는 말을 듣게 만들 정도로 한층 더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콘텐츠는 역시 '울트라'일 것입니다. 다양한 상호 작용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 전작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물을 이리저리 붙이면 게이머가 생각한 그대로 움직이고 작동하는 아이템이 탄생하죠. 상상이 그대로 게임 속 아이템이 되는 울트라 핸드는 많은 게이머를 사로잡았습니다.
이외에도 시간을 되감고, 여러 아이템을 조합해 무기로 만들고, 천장을 뚫고 그 위로 솟아오르는 다양한 액션을 선보이며 게임의 틀을 부수는 혁신을 선보였습니다.
■ 발더스 게이트 3 96점 8월 3일 출시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 상반기를 휘어잡았다면, '발더스 게이트 3'는 하반기를 휘어잡은 게임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2020년 10월 6일 앞서 해보기로 출시되었던 발더스 게이트 3는 3년 만에 정식 출시를 선언하면서 RPG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발더스 게이트 3를 경험한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부분은 바로 끝없는 자유도와 상호작용입니다. 어떤 퀘스트를 수행할 때 상대와 협상하거나 몰살하는 것 모두 해결 방법이 될 수 있으며, 전투에 있어서도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여 광혁 피해를 입히거나 물을 끼얹고 번개를 날려 더 큰 피해를 입히는 등 게이머가 생각하는 거의 모든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높은 레벨과 좋은 장비도 중요하지만, 상상력이 있다면 더 다채로운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단순히 퀘스트를 받아 어디론가 이동해 몬스터를 몇 마리 잡고, 돌아와서 보상을 받거나 끝없는 사냥으로 성장하는 RPG와 다르게 롤 플레잉이라는 근본적인 재미를 다시 일깨워준 발더스 게이트 3.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처럼 진화된 후속작이 나오지 않는 이상 최고의 RPG라는 타이틀은 한동안 발더스 게이트 3가 차지하게 될 것 같습니다.
■ 바이오하자드 RE:4 93점 3월 24일 출시
이번 게임은 소개해드리는 게임 중 유일한 리메이크 작품인 '바이오하자드 RE: 4'입니다. 바이오하자드 RE: 4는 3D 슈팅 게임의 문법을 다시 쓴 바이오하자드 4를 한층 더 발전시켜 뛰어난 연출과 전술적 판단이 필요한 전투, 높은 짜임새를 보여주는 레벨 디자인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덕분에 원작의 점수인 86점을 뛰어넘는 93점을 기록했습니다.
원작을 해본 게이머라면 애슐리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띌 것 같습니다. 원작에선 걸핏하면 죽거나 잡혀가서 게이머들의 분통을 터뜨렸던 애물단지 애슐리가 눈 먼 총도 잘 피하고, 폭발에 휘말려도 툭툭 털고 일어서는 레온과 자웅을 겨루는 캐릭터가 되면서 게임의 스트레스가 확 내려갔기 때문이죠. 물론 더 예뻐진 캐릭터 모델도 호평 요소 중 하나입니다.
출시 6개월 후인 9월 21일에는 DLC인 세퍼레이트 웨이즈가 출시되었습니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에이다가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등장해 와이어 액션을 선보이며, 본편과 또 다른 시점에서 사건을 재조명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 93점 10월 20일 출시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닌텐도의 상징, 닌텐도의 얼굴, 닌텐도의 큰형님인 마리오가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로 돌아왔습니다. 클래식한 횡스크롤 방식, 오랜만에 플레이어블로 등장한 피치공주, 처음으로 직접 플레이 가능한 요시들, 코스를 색다른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원더플라워', PV에도 등장한 코끼리 변신까지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기반 위에 다양한 콘텐츠를 눌러 담아 마치 종합 선물 세트 같은 게임을 완성했습니다.
협력에 목적을 둔 멀티플레이도 호평입니다. 슈퍼 마리오의 멀티플레이는 맵 제작자까지 나쁜 놈이 다섯 명 있다는 '슈퍼 마리오 메이커 2'의 인상이 강해 피곤한 느낌부터 들 수 있지만, 이번 작품은 다른 플레이어 부활 외 물리적인 간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함께 코스를 즐기며 플레이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시리즈의 노하우를 담아 누구나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평가받으면서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는 연말에 가까운 시기에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GOTY 후보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 스트리트 파이터 6 92점 6월 2일 출시
"대전 격투 게임의 새역사를 썼다". '스트리트 파이터 6'이 받은 평가입니다. 대전 격투 게임은 필연적으로 다른 게이머와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아 입문하기 어려운 장르로 평가받고 있죠. 다른 게이머와 하려니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고, AI 대전을 하려니 아무래도 움직임이 어색해 재미가 떨어지고, 이런저런 딜레마로 인해 대전 격투 게임에 흥미가 있어도 선뜻 손이 가질 않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6은 많은 부분에서 초보자도 대전 격투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예를 들면 조작 난이도를 대폭 낮춘 모던 컨트롤 타입을 추가하고, RPG 같이 게임을 즐기며 몰입할 수 있도록 '월드 투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대전 격투 게임은 어렵다'라는 인상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엿보입니다.
최신작인 만큼 그래픽과 연출, 타격감 등 대전 격투 게임이 갖춰야 할 소양도 완벽! 초보부터 고수까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대전 격투 게임이라는 점에서 많은 게이머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 데이브 더 다이버 90점 6월 28일 출시
넥슨의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이 개발한 해양 어드벤처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는 국내 패키지 게임 메타크리틱 점수 최고점을 갱신한 게임입니다. 앞서 해보기 단계에서 이미 스팀 게이머 평가 '압도적으로 긍정적'을 받고, 정식 출시 후에는 동시 접속자 9.8만 명, 글로벌 판매량 200만 장 등 여러 기록을 새로 쓰며 2023년 국내 패키지 게임 시장의 가장 큰 성공 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게임 방식은 간단합니다. 낮에는 다이빙으로 바닷속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고, 밤에는 이 물고기들로 초밥을 만들어 파는 것. 어드벤처 요소와 경영 시뮬레이션 요소의 핵심을 뼈대로 삼고, 유머 넘치는 스토리와 다양한 미니 게임, 끊임없이 추가되는 콘텐츠 등 게임을 끌 수 없도록 만드는 매력으로 게이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10월 26일에는 휴대용 게이밍 콘솔 닌텐도스위치로 출시, 출시 직후 한미일 e숍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한국과 일본에선 다운로드 랭킹 3위 안에 드는 등 또다시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습니다.
■ 마블 스파이더맨 2 90점 10월 20일 출시
10월 20일. 닌텐도에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가 출시되었다면 플레이스테이션엔 '스파이더맨 2'가 출시되어 게이머들을 뉴욕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영원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 그리고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마일즈 모랄레스가 오픈월드로 재현된 도시를 누비며 범죄를 해결해 나갑니다. 스파이더맨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웹스윙은 여전히 빠르고 시원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새로 추가된 윙슈트로 전작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으로 도시를 탐험할 수 있습니다.
1인 주인공에 가까었던 전작과 달리 두 주인공 모두 팬들이라면 만족할 수 있는 비중을 보여준 것도 백미. 게다가 같은 스파이더맨이더라도 원작에서 보여준 것과 마찬가지로 피터는 심비오트, 마일즈는 전기 능력을 사용해 다른 방식으로 액션을 즐길 수 있습니다.
스파이더맨 2는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게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게임 방식과, 광활한 오픈월드를 매끄럽게 탐험하는 재미를 선사하며 플레이스테이션 게이머들에게 올해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