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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지만 직면해야 할 우리네 문제 '로스트 저지먼트: 심판받지 않은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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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라 타쿠야가 주연으로 출연해 화제가 된 '저지 아이즈: 사신의 유언'의 후속작 '로스트 저지먼트: 심판받지 않은 기억'이 지난 9월 24일 정식 출시했다.

같은 개발사의 '용과 같이' 시리즈가 턴제로 노선을 변경한 반면 호쾌한 액션성을 그대로 이어온 저지 아이즈에 이어 로스트 저지먼트 역시 강렬한 액션성에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구성하며 출시 초기부터 큰 관심을 받아왔다. 이 시리즈는 용과 같이 시리즈와 다르게 탐정인 야가미를 중심으로 매번 새로운 시나리오를 구상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인 만큼 첫 후속작인 로스트 저지먼트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로스트 저지먼트는 전작에서 필요 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쳐내고 개선했으며, 좀 더 촘촘하게 구성된 스토리 라인으로 긍정적인 후속작으로 평가됐다. 특히, 여러 범죄에서 발생하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단순히 선역과 악역으로 구성한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생각할 수 있도록'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 액션성 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역시 긍정적인 부분으로 충분히 다가왔다.

◆ 좀 더 유연해진 전투, 개선된 시스템

가장 먼저 눈여겨볼 것은 전투다. 용과 같이 시리즈의 실시간 액션에서 갈라져 나온 시리즈답게 로스트 저지먼트 역시 강렬한 전투가 플레이어를 압도한다. 이전 작에서 등장했던 일섬과 원무에 이어 새로운 배틀 스타일 '류'가 등장하면서 선택의 폭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단순 일대일이나 일대다 전투에서 다대다의 전투 요소도 제법 들어가 흥미를 더욱 살렸다.

특히, 이번 작품이 저지 아이즈에 비해 좀 더 액션성 있는 전투를 보여주는 부분에는 적의 변경사항이 한몫했다. 저지 아이즈의 경우 주요 적들이 대부분 슈퍼아머 상태를 둘둘 말고 오거나 지나친 방어 기제를 보여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하지만 로스트 저지먼트의 경우 경직을 무시하는 적이 거의 손에 꼽을 정도이다.

심지어 각 장의 보스는 물론 최종 보스마저도 경직 무시가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원활한 연속 공격이 이뤄졌다. 대신 보스와 같은 네임드는 빠른 낙법이나 시야를 빠르게 벗어나는 듯한 움직임, 강력한 공격력 등으로 중무장하고 있으며, 플레이어의 특정 공격에 반응해 공격을 흘리거나 방어하는 보습을 보여줘 무작정 전투를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 특정 보스 전에서는 QTE 연계가 등장하기도 해 전투의 묘미를 좀 더 살렸다. 다만, 대부분의 QTE는 실패 시 페널티를 제공하는 정도지만, 생뚱맞은 곳에서 즉사 페널티가 있는 경우도 있어 황당하기도 했다.

전투 외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서브 퀘스트와 청춘 드라마가 좀 더 개선됐다는 점이다.

우선 서브 퀘스트의 경우 이번 작에서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일반적인 전투 파밍보다 서브 퀘스트를 하는 것이 좀 더 유리한 것은 맞지만, 서브 퀘스트의 경우 메인 퀘스트에 비해 동떨어진 이야기인데다 전작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여전히 개그적인 요소도 포함돼 있어 메인 스토리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서브 퀘스트를 손대지 않아도 메인 시나리오의 호흡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

청춘 드라마는 서브 퀘스트와 유사하면서도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메인의 흐름과는 상관없는 밝은 분위기를 보여주는데 청춘 드라마만의 스토리도 전개가 가능하며, 본 편의 무거운 분위기에 눌리거나 후술할 게임이 던져주는 화두에 대해 고민을 하는데 머리 식히면서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시나리오로 볼 수 있다.

또한, 전작에 비해 여러 액션이 추가되기도 했다. 고층 건물의 외벽을 타는 애슬래틱이나 대화 엿듣기, 전파 탐지 등의 어드벤처 액션과 모탈 리버설, 무공 등의 새로운 배틀 액션이 추가돼 할 거리를 좀 더 늘렸다.

다만, 전작의 경우 추적이나 미행 등이 흐름을 끊었다면, 이번작에서도 중요한 순간에서 이해할 수 없는 애슬래틱이나 조사 등으로 흐름을 끊어 김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히, 플레이어는 힘들게 애슬래틱으로 넘어오면 NPC들은 쉽게 넘어오거나, 막무가내로 돌진해 들어오는 등 왜 삽입했는지 알 수 없는 액션이 곳곳에 끼어있었다. 후반부에도 강렬한 전투 뒤에 어드벤처 액션이 쉬어가는 페이지처럼 종종 등장하는데 오히려 상당히 거슬렸다.

이외에도 스케이트보드를 통한 이동의 편의성, 사오리의 메이크업 커스터마이징 등 다양한 재미 요소가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어 게임의 콘텐츠를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 완전한 법은 없다

앞선 이러한 특징과 별개로 로스트 저지먼트의 핵심은 스토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지메 논란과 지하철 성추행 사건과 같은 어디서든 들어볼법한 범죄에서 점차 스케일 큰 강력 범죄와 엮여나가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로스트 저지먼트에서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해 내고 있어 단순히 선역, 악역으로 나누기도 애매모호한 면이 있으며 철저하게 악역으로 구분되는 인물도 나름대로의 신념을 가지고 있거나 돌아가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악역이 되는 등 여러모로 평면적인 구성을 지양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과연 주인공이 옳은 것인지 혹은 주인공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 옳은 것인지 계속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묘미가 있다. 일반적인 탐정물에서는 범인이 애초에 악역이거나, 사연이 있는 악역 정도로 구성한다면 로스트 저지먼트는 주인공과는 다른 인물들이 언급하는 정의 역시 설득력이 있어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상황까지도 누구의 선택이 맞는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특히, 로스트 저지먼트는 초반부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한 이지메를 시작으로 사법 제재에 대한 의문을 계속해서 제기한다. 법이라는 것은 결국 인간들이 만든 규칙이며 그에 따라 불완전한 요소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불완전한 요소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결국 이 작품을 관통하는 요소라 볼 수 있다. 이렇듯 진부하지 않은 설정과 점차 스케일이 커지는 스토리 전개,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 미묘한 균형 덕분에 로스트 저지먼트의 재미가 극대화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장점을 수용하고 있지만, 단점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로스트 저지먼트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 역시 이 스토리에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야가미는 무뢰배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변호사 자격까지 가지고 있는 엘리트이다. 실제로 전투능력을 제하더라도 뛰어난 기억력과 추리력, 상황 판단 등이 야가미의 가장 큰 장점인데, 로스트 저지먼트에서는 게임의 중반부부터 야가미의 이러한 설정이 상당히 붕괴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중반부 특정 캐릭터의 사망 이후 모든 논쟁을 해당 캐릭터의 사망으로만 대꾸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개 탓이다. 상대방의 상황이나 논리에 상관없이 무지성적인 답변을 자주 보여주는데 이는 반대로 해당 캐릭터가 사망하지만 않았다면 상대방의 범범 행동이 큰 문제가 없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원망 역시 실제 범인보다 이러한 결과가 나올지 몰랐던 제 삼자에게 계속해서 들이댄다는 점 역시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부분이었다.

논리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그동안의 모습과 다르게 여러 부분에서 허술함이 묻어나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는 야가미의 PTSD라 볼 수 있는 '테라사와 에미'로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지만, 후반부에서 해당 소재를 너무 우려먹어 정신적 피로감을 높였다는 점에서 엄청난 마이너스 요소가 됐다. 해당 캐릭터의 서사를 좀 더 강화하거나, 후반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의 앵무새 같은 말싸움을 좀 덜어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부분만을 제외한다면 스토리 역시 짜임새 있는 구성이다. 하나의 사건을 다른 사건에 이용하는 치밀함이나, 법원의 무능함을 보여주고 기만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범죄자, 결국 끝까지 누가 진짜 옳은 선택인지 알 수 없는 듯한 생각할 거리가 있는 결말 등 매력적인 요소로 가득 차 있다고 볼 수 있다.

덕분에 손으로는 신나는 액션을 계속해서 경험하면서, 머리로는 흑막을 찾아가며 누구의 의견이 옳은지 계속해서 고민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체험이 됐다.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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