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스노우볼'은 '라스트오리진'의 전 원화 파트장으로 '엘븐 포레스트메이커'와 '다크엘븐 포레스트레인저', '생명의 세레스티아' 등 여러 캐릭터 제작에 참여했다. 이미 2012년부터 '소드걸스'와 '언리쉬드', '큐라레: 마법 도서관' 등 다양한 게임의 외주 일러스트레이터로 경력을 쌓았으며, 독특한 그림체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그가 3월 19일부로 스마트조이 퇴사를 알려왔다. 자신의 부족함을 극복하고 더 나은 일러스트를 그리기 위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고 전했다. 많은 유저가 그의 퇴사 소식에 슬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러 방면에서 스노우볼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고 있다.
이에 게임조선에선 이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스노우볼을 만나 근황에 대해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러스트 소재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함께 최근 게임에 대한 생각, 스노우볼 개인에 대한 일면까지 유익한 대화를 나눠봤다.
Q. 일러스트레이터 스노우볼의 작품은 이미 소드걸스 때부터 오랫동안 봤지만, 실제로 만나는 건 처음이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스노우볼: 안녕하세요. 스노우볼입니다. 사실 매체를 통해 인터뷰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 소개를 어떻게 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2012년부터 외주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했고, 2019년에 스마트조이에 입사해 라스트오리진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습니다.
Q. 그렇다면 소드걸스나 언리쉬드 같은 게임은 외주 자격으로 참여했는가?
스노우볼: 네, 맞습니다. 사커스피리츠는 개발 단계, 나머지 게임은 라이브 서비스 단계에 외주로 참여했습니다. 회사에 소속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 것은 라스트오리진이 처음이었습니다.
Q.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많은 유저가 궁금해하는 것은 역시 ‘왜?’일 것이다. 스노우볼이 라스트오리진 일러스트를 그리게 됐을 때 많은 유저가 ‘제 자리를 찾았구나’라고 표현했을 정도였다.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혹시 가슴을 작게 그리라고 했는가?
스노우볼: 회사는 전혀 가슴을 작게 그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회사에서 제 의견을 많이 들어주는 편이었습니다. 다. 아시는 '세라피아스 앨리스'도 그렇고, 예를 들어 '아르망 추기경' 같은 경우에도 원래 첫 기획 당시에는 '샬럿'이랑 비슷했는데 캐릭터성을 강조하기 위해 연령을 낮추는 등 기획자분들과 얘기하면서 차별화한 경우입니다. 회사가 제 의견을 들어주지 않아서 나온 것은 아닙니다.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캐릭터를 그리면서 완성도 부분에서 자꾸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느껴 회사를 나오게 됐습니다. 가장 마지막으로 만든 두 캐릭터의 경우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많이 사용해 유저분들이 좋아해 주셨지만, 전혀 색다른 캐릭터를 만들려고 하니 고민이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발전을 위해 여러 경험을 해보고자 합니다.
'라스트오리진' 전 원화 파트장 '스노우볼' = 게임조선 촬영
Q. 유저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역시 더 이상 게임에서 스노우볼의 일러스트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차후에 외주가 들어온다면 참여할 의지가 있는가?
스노우볼: 퇴사 이전에 외주 제안을 받은 상태고, 이에 대해선 아직 고민 중입니다.
Q. 이유가 어찌 됐든 한동안 자유의 몸이 됐다.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도 간단하게 썼지만 방송도 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 중이다. 근황을 좀 알려달라.
스노우볼: 솔직히 방송 당시 그만큼 많은 분들이 저를 찾으실 줄 몰랐습니다. 여기저기서 얘기가 많이 될 것이라고는 몰랐습니다. 그래서 방송을 한다고 얘기해서 켰지만, 다음 방송은 분위기가 조금 더 가라앉은 다음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개인 활동은 처음이라 조심스러워서 천천히 이것저것 해보려고 합니다.
Q. 본론을 다 들었으니 이제 스노우볼이라는 개인에 대해 물어보겠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미 오래전부터 게임 일러스트를 그렸다. 일러스트 강사로도 일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 업계에 입문하게 됐는가?
스노우볼: 어릴 때부터 게임을 많이 좋아했고, 게임 캐릭터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중학교 졸업 무렵에는 이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개발에 참여한 시기는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전까진 외주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가 이후 잠깐 강사로 활동했습니다.
Q. 롤 모델이나 존경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있다면?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일러스트레이터는 누구인가?
스노우볼: 일러스트를 그릴 때 다른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을 참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처음 그림을 시작할 땐 많이 참고했지만, 저만의 색이 생기면서 오히려 다른 분들의 일러스트를 보는 것이 오히려 작업을 지연시켰습니다. 물론 감상하는 것은 좋지만 작업할 땐 처음부터 제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라면 예전엔 '핫포비 진'이나 '니시에다' 이런 분들의 일러스트를 좋아했습니다. 요즘은 '라이타' 님의 일러스트가 마음에 드네요.
Q. 마법 소녀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로 알고 있는데 맞는가?
스노우볼: 네, 뭐 '전장의 발큐리아' 시리즈로 유명하죠.
혼조 라이타는 최근 페이트의 '슈텐도지'와 '라이코우', '이부키도지' 등을 담당한 바 있다 = 게임조선 촬영
Q. 인지도가 오르면서 팬도 꾸준히 늘어났다. 가장 기억에 남는 팬, 혹은 커뮤니티를 둘러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이 있다면 무엇인가?
스노우볼: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처음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할 때입니다. 당시엔 그림 실력이 미숙해 캐릭터의 기존 이미지를 살리지 못한 부분이 있어 팬분들께 죄송했습니다.
Q. 스노우볼 하면 역시 예나 지금이나 큰 가슴과 엘프 캐릭터로 유명하다. 소드걸스 당시부터 이미 유명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스노우볼: 특징이 확실하다 보니 운신의 폭이 좁아지더라고요. 하하. 뭐, 초기 그림 외에도 다양한 일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그린 캐릭터를 저보다 먼저 한계까지 육성한 분들을 보면서 감사를 느꼈습니다.
Q. 그렇다면 본인은 자신의 캐릭터를 육성하지 않는 편인가?
스노우볼: 일단 나와야 육성하겠죠? 나중에 언젠가 얻을 수 있겠지 생각하면서 게임을 하지만, 역시 운의 문제라서요.
Q. 지금은 가장 최근 작품인 라스트오리진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하지만, 소드걸스와 사커스피리츠, 큐라레, 언리쉬드 등 다양한 작품에 참여했다. 자신의 작업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스노우볼: 제가 가장 참여를 많이 한 캐릭터는 '다크 엘븐 포레스트레인저'입니다. 취향대로 그린 캐릭터는 사커스피리츠의 '실라'와 '리리스'겠네요. 천사나 악마를 좋아해서 두 캐릭터가 생각났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던 다크 엘븐 포레스트레인저 = 게임조선 촬영
Q. 엘프 캐릭터를 좋아하니까 '엘븐 포레스트메이커'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다.
스노우볼: 엘프 캐릭터라고 하면 다크 엘븐 포레스트레인저는 초기 기획 단계부터 참여를 했기 때문에 애착이 갑니다.
Q. 외부 활동의 경우 서클 형태로 참가한 일이 있었지만, 개인 활동은 적은 편이다. 일러스트 북 출판에 대해 백수가 되면 해보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지금은 어떤가? 요즘은 1인 출판사도 많아져 충분히 만들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스노우볼: 아무래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보니 걱정이 앞섭니다. 역시 만약에 만든다고 해도 얼마나 만들어야 할지, 또 안 팔리면 어쩌지 하는 고민을 계속하게 됩니다. 게다가 제가 그리는 일러스트도 성인 지향이다 보니 수위 문제도 있겠다. 가장 중요한 자금 문제도 있다 보니 선뜻 일러스트 북을 내자는 결심이 서질 않네요.
Q. 팬들의 후원이라는 형태도 있지 않은가? 일단 기자 지갑부터 가져가서 생각해 봐도 늦지 않을까?
스노우볼: 과연 저를 좋아하는 팬분들이 평범한 일러스트로 만족하실까요? 그렇습니다. 하하.
Q. 일러스트레이터 스노우볼이라고 하면 역시 가슴을 그리기 시작해서 그냥 크게 그리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가슴이 잘 그려지지 않을 땐 수박을 보고 그리라는 조언을 한 적도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본인이 그린 작업물 중 가장 가슴이 큰 캐릭터는 무엇인가?
스노우볼: 하필 그 글이 박제가 되는 바람에 부끄럽습니다. 일단 공개된 일러스트 중에선 다크 엘븐 포레스트레인저가 가장 큽니다. 그냥 막무가내로 크게 그리면 캐릭터의 특징이 사라지기 때문에 언제나 조심스럽게 그리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캐릭터 가슴 묘사의 적정선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는가? 가장 근접하는 캐릭터는 무엇인가? '퀸즈블레이드'에 등장하는 '카틀레아' 정도는 어떤가?
스노우볼: 특별히 적정선이라는 기준을 세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지금 당장 생각하는 것은 '페이트' 시리즈의 '패션립'입니다. 일반적으로 체구가 작은데 가슴만 크게 그리게 되면, 전체적인 프로포션이 깨져보일 가능성이 큰데 패션립은 손으로 시선을 분산시킨 독특한 캐릭터죠.
버버버도 되고, 튼튼한데 심지어 이쁜 패션립 = 넷마블 공식 유튜브 갈무리
Q. 자꾸 전 직장에 대해서 물어봐서 미안하다. 그래도 라스트오리진의 전 원화 파트장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가슴 얘기가 나온 김에 물어보는 것이지만 날이 갈수록 라스트오리진 캐릭터들의 가슴이 커졌던 것은 스노우볼 본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진 않는가?
스노우볼: 개인적으로 전혀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제가 파트장이라고 해도 다른 일러스트레이터에게 크게 그리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분들이 각자 고유의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말씀은 드리지만, 그 외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습니다.
Q. 그럼 기획하는 사람의 의도인가?
스노우볼: 얘기가 그렇게 되나요? 하하. 다른 분들이 작업중인 캐릭터의 기획에 맞춰서 피드백을 드렸습니다. 뭐,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겠네요. 가슴 큰 캐릭터 옆에 조금 작은 캐릭터가 있으면 비교가 되니까 그렇지 않을까요? 제가 의도한 사항은 아닙니다.
Q. 이제는 조금 더 가벼운 질문을 해보겠다. 스노우볼의 일러스트를 보면 가슴 외에도 엘프를 사랑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꽤 오래전에 어떤 커뮤니티의 일본 서버에도 팬아트를 꽤 많이 올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서브컬처 캐릭터 중 가장 좋아하는 엘프 캐릭터가 있다면 무엇인가?
스노우볼: 일단 엘프 귀가 있으면 호감도가 매우 올라갑니다. 예전이라면 '디드리트'죠. 제 세대는 아니라서 디드리트는 아니고, 제 안의 엘프 이미지에 가까운 캐릭터는 '제로의 사역마'에 등장하는 '티파니아'라고 생각합니다. 엘프 캐릭터가 메인 히로인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니 인상에 남을만한 엘프 캐릭터가 많지 않은 것이 아쉽습니다.
음... 납득했습니다 = 미디어 팩토리 공식 유튜브 갈무리
Q. "상업 작품은 소비자와 뗄 수 없다"라고 발언하며, 바로 이어서 "어린 캐릭터만 빼고”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르망 추기경’을 보면 못 그리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실제론 어떤가? 꾸짖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돈을 준다면 어리고 귀여운 여자 캐릭터도 그릴 수 있는가?
스노우볼: 이 부분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일이 들어오면 그리는 것이 맞다. 하지만 상품성과 별개로 어린 캐릭터를 그릴 때는 항상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가슴이 작으면 그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Q. 개인적인 게임 취향은 어떠한가? 일 외적으로 즐겼던 게임이 있다면?
스노우볼: '벽람항로'를 했었고, 그전에는 '소녀전선'을 했다. 요즘엔 '우마무스메'를 하는 중이다. 그 외에는 가끔 '던전 앤 파이터'나 '사이퍼즈'를 했다.
Q. 역시 경마 얘기가 나올 것 같았다. 요즘 육성 중인 우마무스메는 누구인가?
스노우볼: '슈퍼 크리크'와 '다이와 스칼렛', '메지로 맥퀸', '라이스 샤워' 정도네요.
Q. 라이스 샤워는 본인 취향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스노우볼: 저는 딱히 캐릭터를 가리거나 하지 않습니다. 이게 이미지가 이상한데 제가 어리거나 귀여운 캐릭터를 싫어하진 않습니다. 단지 일할 때 제 전문이 아니다 보니 완성도 문제 때문에 되도록 성숙한 캐릭터 위주로 작업을 맡는 편일 뿐입니다.
마스터도 단장도 프로듀서도 한다는 바로 그 경마, 스노우볼도 합니다 = 우마무스메 공식 페이지 갈무리
Q. 그렇다면 가장 많이 과금했던 게임은 무엇인가?
스노우볼: 예전에도 한 번 얘기했는데 사커스피리츠의 캐릭터들입니다. 외주비를 탕진해 뽑을 정도였는데 그 뒤로는 뽑기를 자제하는 편입니다.
Q. 스노우볼의 통장을 비워버린 캐릭터는 누구인가?
스노우볼: 주로 제가 만든 캐릭터를 뽑을 때 그랬죠. 리리스 뽑을 때 가장 많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Q. 게임하고 별로 상관없는 얘기다. 탈모로 고통받다가 취직 후에 탈모 진행이 멈췄다고 했다. 비결이 무엇인가? 급하다.
스노우볼: 프리랜서로 활동할 땐 불규칙한 생활과 부족한 식사, 스트레스 때문에 모발이 많이 상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회복한 상황입니다.
Q. 앞으로 목표나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스노우볼: 개인적인 시간이 생긴 것이 얼마 되지 않아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한 것은 없습니다. 어느 정도 충전을 한 뒤엔 다시 게임 일러스트를 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팬을 위해 한마디 부탁한다.
스노우볼: 유저분들이 이 정도로 저를 좋아해 주실 줄 몰랐습니다. 일만 하다 보니 유저와 소통할 기회가 없었고, 이런 부분을 많이 신경 쓰지 못한 것 같네요. 아까도 얘기드렸지만, 방송할 때 정말로 많이 놀랐습니다. 저를 좋아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합니다.
혹시나 제가 가슴 작은 캐릭터를 그린다고 해도 "스노우볼 초심 잃었네"라고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많이 공부하고, 더 나은 일러스트레이터로 돌아오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