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영화 `반지의 제왕`의 성공기를 보면서 90년대 중후반기 태동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저력에 놀라움을 느낀다. 사실 영화로 등장하기 전까지 `반지의 제왕`은 국내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해외 소설 중 하나에 불과했다.
1991년 예문판으로 국내에 첫 소개되면서 이후 국내 여러 출판사들을 통해 간간이 서점을 통해 얼굴을 내밀긴 했지만 영화로 등장하기 전까지 `반지의 제왕`은 국내 독자들에게 여전히 "머나먼 당신"이었다.
이유인 즉, 작가의 의도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아예 전무한 번역가들의 손을 거친 탓이었다. 여기에 작가 톨킨에 의해 창조된 `판타지` 용어에 대한 해설과 번역 지침 자체가 누락된 것도 한 몫했다. 덕분에 `반지의 제왕`은 밥먹고 잠자기보다 판타지 소설 읽기를 더 좋아하는 일부 애착가들의 전유물로 치부되어 왔다.
하지만 금세기를 대표할만한 선남선녀 배우들이 등장하고 웅장한 사운드와 휘황찬란한 특수효과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영화는 소설에서 쌓여왔던 독자들의 불신과 당혹감을 일소에 해소시키며 21세기 새로운 문화코드로 발돋움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덩달아 영화의 인기를 등에 업은 다양한 종류의 캐릭터 상품과 영상매체가 소개되면서 우리는 항시 절대반지의 유혹을 경계해야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 게임 그리고 `반지의 제왕`…
`반지의 제왕`은 게임과도 그 인연이 꽤 깊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등장한 롤플레잉 게임의 원형이 `반지의 제왕`이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1983년 발매된 `더 호빗은 `반지의 제왕`을 소재로 한 최초의 PC 게임으로 빌보 배긴스와 간달프, 쏘린의 모험담을 그린 텍스트형 어드벤처 게임이다.
1997년 발매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KKND` 시리즈를 제작했던 빔소프트웨어가 개발했으며 완전하게 텍스트(글자)로만 만들어진 정통 어드벤처 게임이었다.
1990년에는 인터플레이를 통해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가 발매됐다. 90년대 게임유통사로서 맹위를 떨쳤던 동서게임채널을 통해 국내 발매됐던 이 게임은 탑뷰(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방식) 방식을 채택했으며 충실하게 원작 소설의 내용을 도입해서 상황에 따라 프로도를 비롯한 간달프, 아라곤 등의 캐릭터를 바꿔가면서 플레이가 가능했다.
게임성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지만 그림으로 표현된 소설을 읽을 수 있다는 묘미를 갖고 있었으며 이듬해인 1991년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이 선보였지만 세 번째 이야기인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발매되지 않았다.
서리얼소프트웨어와 블랙레이블게임즈가 합작형태로 제작을 맡고 비벤디유니버설이 전 세계 유통을 담당한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는 원소스 멀티유즈 개념으로 영화의 성공과 더불어 소설 판권을 기반으로 등장한 3D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미국 시애틀에 위치하고 있는 중견 게임 개발사인 서리얼소프트웨어는 국내 발매된 3D 액션 게임 `드라칸` 시리즈를 제작한 곳으로 3D 그래픽 엔진 `라이어트(Riot)`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는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덕분에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캐릭터나 배경 대신, 소설책에 포함되어 있던 삽화를 참조로 그려진 캐릭터와 배경을 감상할 수 있다. 최근 EA를 통해서 발매된 3D 액션 게임 플레이스테이션(PS)2용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은 영화 판권을 기반으로 한 케이스.
게임은 기존에 선보였던 액션과 어드벤처 형식이 혼합된 진행 방식을 추구한다. 게이머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캐릭터, 즉 프로도나 간달프, 아라곤, 김리 그리고 레골라스로 번갈아 가면서 플레이 할 수 있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특기를 갖추고 있으며 이것을 십분 활용해서 미들어스(중간계)를 탐험하면서 동료와 함께 다양한 유형의 몬스터와 생사를 건 혈투를 벌이고 주어진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는 서리얼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3D 그래픽 엔진인 `라이어트`의 개량 버전과 입체 음향효과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게임의 외관은 근래 발매된 동종의 게임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특히 3D 액션 게임과 3D 그래픽 엔진을 개발한 경력을 갖춘 제작진들이 개발을 맡아서인지 군더더기 없는 게임 진행을 보여주며 주어진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그래픽 효과를 유감 없이 발휘한다. 또한 지난 99년 발매된 `드라칸: 오더 오브 더 프레임`에서 돋보였던 광원효과와 포그(안개)효과의 한단계 발전한 모습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사운드 효과 역시 높이 평가해줄만 하다. 저가형부터 고가형까지 특정 사운드 카드를 가리는 현상은 찾아볼 수 없으며 게임의 분위기에 부합되는 맑고 청명한 음악을 들려준다. 데이터를 읽어들이는 시간동안 사운드 출력 자체가 끊기거나 깨지는 경우도 없다.
아쉬운 점이라면 1인칭과 3인칭 시점 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게이머라면 상당한 곤욕을 감수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카메라 앵글(각도)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관계로 정교한 조작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원활한 게임 플레이가 어렵다. 게임 옵션에 카메라 고정 기능이 포함되어 있지만 유명무실(有名無實)하긴 마찬가지.
조악한 컴퓨터의 인공지능과 막강한 체력과 힘을 자랑하는 파티 개념 덕에 게임의 밸런스가 전체적으로 무너진 것도 아쉽다. 컴퓨터의 인공지능은 단순히 게이머를 향해 돌진하고 장거리에서 활로 공격하는 수준에 그치며 게이머가 직접 전투에 참가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전투에서 도움을 주는 동료들은 하나같이 막강한 체력과 힘으로 무장하고 있다. 게임 난이도 설정 자체가 불가능한 점도 두고두고 아쉬워 할만한 부분이다.
▶ 절대반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EA의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이 영화의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게이머가 이를 직접 체험한다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라면 비벤디의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는 소설에 담겨진 내용 그대로를 현대화 된 게임 제작 기술로 재현하는데 승부를 건 게임으로 평할 수 있을 것이다.
`반지의 제왕`의 열렬한 팬이라면 이 게임을 반드시 접해봐야 할 것 중 하나다. 단지 글로만 읽고 머릿속에 떠올려야 했던 소설의 상황을 직접 영상으로 시청하고 체험해 보고픈 게이머에게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는 말이다.
단, 영화의 향수를 찾고자 하는 게이머라면 반드시 피해야 할 게임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보여지지 않은 장면이나 이벤트가 다수 포함되어 있어 자칫 이야기의 흐름 자체를 놓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EA의 게임보다 `게임성`에서 다소 뒤쳐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겠다.
비벤디 역시 이 점을 인식했는지 현재 제작중인 두 번째 이야기인 `두개의 탑`에서는 좀 더 보강된 그래픽 엔진과 게임 시스템, 영화에 가깝게 짜여진 스토리 라인을 구축하겠다 공언하고 있다. 특히 인에비터블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중인 게임큐브 전용 3D 액션 어드벤처 게임인 `더 호빗`을 2003년내 발매하여 EA에 대항해 게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각오다.
절대반지를 놓고 벌이는 블록버스터급 게임 개발사들의 전쟁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진행중이다.
[권영수 기자 blair@chosun.com ]
장르 | 3D 액션 어드벤처 |
권장사양 | P4-512MB |
제작/유통 | 서리얼소프트웨어 / 웨이코스 |
홈페이지 | www.gamewayco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