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 2003`은 PC 게임 시장에서 끈질긴 생명력과 선진 기술, EA의 재원을 바탕으로 버텨온 축구게임의 터주대감 격인 존재다. 한 쪽에선 EA로 인해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축구를 소재로 한 게임 시장이 독점체재로 흘러가고 있다는 비난을 목소리를 높이곤 한다. 하지만 EA가 제작한 `피파` 시리즈로 인해서 게임 시장의 기술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해왔다는 점에 대해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간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 오면서 얻은 노하우와 현대 축구의 메커니즘이 맞물려 탄생한 `피파 2003`은 PC 게임 시장을 대표하는 축구 게임이라는 간판을 무리 없이 지켜낼 수 있는 게임으로 평가할 만 하다.
▶ 중립적인 입장에서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된 `축구`
이전 `피파` 시리즈들은 대체적으로 어느 한 부분이 만족스럽다면 반대로 다른 부분은 기대 이하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피파 2003`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진 것이 아닌 중립의 입장에서 다방면의 요소를 포용하고 있다. 그래픽을 비롯한 사운드와 같은 외적인 면이 보강됐으며 경기 진행 방식이나 게임모드, 인터페이스 등이 좀 더 간편화되고 체계적으로 구성됐다.
전작 `2002 피파 월드컵`을 즐겼던 게이머에게 `피파 2003`은 확실하게 변화된 실시간 게임플레이를 보여준다. 우선 선수의 움직임이 사실적으로 변화됐다. 슛이나 패스, 드리블 등의 모션이 실제 축구 선수의 모션캡쳐 기술에 힘입어 전작보다 월등하게 변화되었다. 물론 전작에서도 모션 캡쳐 기술이 사용되긴 했지만 금번 `피파 2003`에서는 이 부분이 한층 더 탄탄하게 보강됐다.
슛이나 패스 등과 같은 기술이 사실적으로 변했다. 아직까지 속칭 "핸드볼 스코어"에 가까운 액션식 플레이를 완벽하게 보완한 것은 아니지만 유저가 지적한 전작의 단점들이 상당부분 보완된 것은 분명하다. 다양한 각도에서 슛이나 패스를 구사할 경우, 선수의 능력치와 그라운드의 상태, 공이 선수의 발에 제대로 걸려있는지 등의 상황적 요소들이 결정력과 위력, 정확도를 결정짓게 된다.
컨트롤 부분 역시 정교해졌다. 동작들이 자세해지고 정확한 입력을 요구하는 만큼 게이머의 실력과 쓸만한 조작 컨트롤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아날로그 스틱 하나는 준비해야 제대로 된 볼 컨트롤과 드리블을 구사할 수가 있을 것이다.
코나미의 `위닝 일레븐` 시리즈에서 차용해 온 듯한 "전력질주" 기능은 `피파 2003`에 상당한 힘을 실어준다. "전력질주"는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를 이용한 단독돌파나 적진으로 깊숙이 침투, 효과적인 스루패스나 일반 패스를 통한 어시스트를 지향하는 플레이 등 모든 부분에 적용이 가능해 반드시 숙지해야 할 기술 중 하나다. 아쉬운 점이라면 금번 최초로 도입된 기능이라 아직은 버그나 기능상 미비한 점이 눈에 띈다는 것이겠다. 차기작에서도 이 기능이 도입될 예정이라면 더욱 더 발전된 가능성을 갖춘 요소로 평가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전작에서 프리킥 기능이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해 존재감 자체를 상실했던 반면 금번에는 프리킥 시에 공의 각도를 조절하고 강약을 조절해서 상대방의 골문에 밀어 넣는 방식을 도입했다. 또한 조작이 간단하게 설정되어 있어 공의 각도와 위치만 선택해주면 능수 능란한 프리킥을 구사할 수 있다.
게임에 등장하는 8,000명에 달하는 선수를 비롯한 국가대표팀,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클럽팀 데이터는 이전작과 마찬가지로 모두 실명으로 등장하며 공인기관을 통해 수치화 된 데이터를 적용하고 있다. 전작이 부정확한 데이터를 갖추고 있던 반면 금번에는 오차율이 극히 적고 정확한 자료를 도입한 흔적이 보인다.
단, 월드컵을 등에 업는 EA만의 마케팅 전략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게 평가되어 있는 한국 대표팀의 데이터는 조금 지나친 편으로 보인다. 실제 모습 그대로를 게임에 반영하는 것도 개발과 관련, 잊지말아야 할 수칙중 하나인 것이다. 하지만 선수의 외모나 풍채를 실제 모습에 준해 나름대로 표현해낸 부분은 단순한 마케팅 전략으로 치부하기엔 아까울 정도로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주고 게이머 역시 그에 상응하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게임모드는 월드컵이 제외된 것을 빼고는 다양한 종류의 시합과 경기를 가질 수 있으며 세부적으로 친선경기부터 시즌, 플레이오프, 국제대회 등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축구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유럽지역을 고려했는지 유럽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클럽 팀들의 선수부터 구단의 엠블럼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재현이 되어있다. 물론 유럽지역을 제외한 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K리그나 J리그 등 아시아부터 북미의 MLS까지 모든 클럽팀들이 준비되어 있다.
▶ 누가 뭐래도 PC를 대표하는 축구게임
`피파 2003`은 그간 꾸준히 축적되어온 개발팀의 노하우와 현대 축구의 메커니즘이 맞물려 탄생한 PC게임 시장을 대표하는 게임임엔 분명하다. 하지만 컴퓨터 인공지능 시스템의 허점(수비를 비롯한 컴퓨터의 공수조절, 공의 물리학법칙의 허술)은 아직도 `피파` 시리즈가 갈 길이 멀었음을 의미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 비디오게임 시장으로 진출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EA 앞에는 PS2용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일본 코나미사의 축구 게임 `위닝 일레븐` 시리즈가 버티고 있다. 전체적으로 게이머들의 스타일이 제각기 다르고 `위닝 일레븐` 시리즈와 `피파` 시리즈가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은 `피파` 시리즈가 `위닝 일레븐`의 아성에 도전할만한 단계는 아니라고 여겨진다.
개인적으로 PC 게임 시장엔 이런 축구 게임이 있다라고 말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피파` 시리즈가 나날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볼 따름이고 `피파 2003`은 그러한 `피파` 시리즈의 역사를 대변하는 획기적인 게임 중 하나임엔 분명할 것이다.
[권영수 기자 blair@chosun.com ]
장르 | 스포츠 |
권장사양 | P4-128MB |
제작/유통 | EA캐나다,EA스포츠/EA코리아 |
홈페이지 | fifa2003.e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