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은 일본 고단샤의 주간 소년 매거진을 통해 11년째 연재 중인 만화 `더 파이팅`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30권이 넘는 단행본이 출간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만화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원작 만화처럼 잇포가 권투에 입문하는 부분부터 챔피언 벨트를 손에 넣기까지의 이야기를 비롯해서 아오키 마사루, 키무라 타쯔야, 센도 타케시와 같은 만화에 등장했던 선수들의 일대기가 게임 속에 녹아들어 있으며 게임의 진행 역시 만화의 스토리와 동일하게 흘러간다. 그 예로 주인공 잇포의 장기 중 하나인 뎀프시 롤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폰차이와의 대전부터 사용할 수 있으며 키무라 타쯔야의 드래건 피시 블로는 마시바와의 대전부터 구사할 수 있게끔 설정이 되어있다. 중간에 스토리와 연관된 에피소드들 역시 빠짐없이 포함되어 있다.
원작의 이야기를 그대로 게임화한 관계로 `더 파이팅`의 팬이라면 게임에 대한 만족감은 배가 될 테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경험자만큼의 즐거움은 느끼기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하기도 한다. 다행스럽게도 매뉴얼에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대사가 정리된 대본이 제공되어 스토리를 이해하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고 본다.
기존의 권투게임들이 권투 본연의 모습을 바탕으로 화끈한 액션과 사실감 넘치는 3D 그래픽 엔진을 활용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던 반면 `하지메의 일보`는 게이머에게 정교한 조작과 몇 수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에 세심함이 가미된 기술 구사를 요구한다.
게임 자체가 권투를 소재로 하고 있는 만큼 게임 방식은 아케이드 모드를 바탕으로 총 12라운드까지 펼쳐진다. 게임에 쓰여진 3D 그래픽 엔진이나 링을 제외한 경기장과 관중의 세밀함이 떨어지고 DVD를 매체로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다소 한정된 캐릭터 음성과 효과음만을 제공하는 점은 타 게임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경기가 펼쳐질수록 캐릭터의 얼굴이 타격을 받음에 따라 변화해 가는 모습이나 땀방울을 비롯한 세밀하게 그려진 신체의 움직임은 타게임에 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 게임의 장점은 권투라는 소재를 단순 무식한 주먹다짐식의 아케이드에서 전술과 조작의 세심함을 필요로 하는 전략 게임으로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실제 권투경기에 가깝게 상대방을 향해 잽이나 훅, 스트레이트 등의 펀치를 날림에 따라 주먹에 실리는 힘이나 캐릭터의 체력이 결정되게끔 설정되어 있으며 각 캐릭터에 주어진 필살기를 남발할 수 없도록 치명적인 핸디캡을 적용시켰다. 또한 원작에 준하여 플레이어의 대전상대의 특징과 그 고유의 모습을 재현해 게이머는 단순하게 한가지 패턴만으로는 게임을 정상적으로 플레이할 수 없다.
공격 못지 않게 방어를 부각시킨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적의 공격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 연속공격을 가할 수 있는 구심점 역할까지 하며 스웨잉과 덕킹, 위빙 총 세 가지의 방어수단을 제공해서 게이머가 다양한 수의 공격 및 방어 패턴을 발굴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모든 캐릭터의 스토리 모드를 플레이 한 후의 맞이하는 공허감은 대전 모드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원작에서 등장했던 잇포의 동료부터 라이벌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선택해서 플레이가 가능하며 취향에 따라 라운드부터 녹다운 횟수를 설정할 수 있다. 도식화된 컴퓨터의 뻔한 플레이보다 인간 대 인간으로 맞붙는 방식은 진정한 권투게임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조작의 난해함과 시대착오적인 그래픽 엔진의 모습에 대다수의 게이머들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메의 일보`는 패드를 쥐고 갖가지 공격패턴을 연구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직접 감상하는 즐거움을 충분히 전해줄 수 있는 게임이다.
이해할 수 없는 한국판 타이틀 작명 사건(실제로 번역했다면 "시작의 잇포"가 되었어야 한다)으로 발매 전부터 구설수에 오르긴 했지만 게임 본연의 모습만 봤을 때는 꾸준히 도전해 볼만한 가치를 가진 게임이다.
[권영수 기자 blair@chosun.com ]
기종 | 플레이스테이션2 |
장르 | 스포츠 |
가격 | 31,000원 |
제작/유통 | ARTDINK/AK커뮤니케이션 |
홈페이지 | www.ilbo.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