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플레잉의 맛은 역시 스토리
제국의 한 쪽 끝에 자리한 라트라나다 섬에 주인공 캐릭터 3명은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모여든다. '로니'는 전설 속에 나오는 '유클리드의 검' 행방을 쫓던 중 잃어버린 쌍둥이 형제 '레이넌'을 찾기 위해, '레이나'는 전설 속의 백마법사 '베릴'의 흔적을 찾기 위해, '블런트'는 자신이 존경했던 성기사의 누명을 벗길 만한 단서를 찾기 위해 제각각 라트라나다 섬으로 찾아들고, 우연한 계기로 함께 여행의 길에 오르게 된다.
이런 배경 스토리 하에 전체적인 스토리가 진행되며, 처음에는 로니로 시작하지만 스토리에 따라 퀘스트를 풀어나가면서 레니아, 블런트와 합류, 나중에는 3명 모두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 여러 명의 캐릭터를 데리고 다니는 맛도 꽤 괜찮은데, 흠이라면 한 화면에서 여러 명의 캐릭터가 이 공격 저 공격하다 보면 랙이 생길 때가 있다는 점이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꽤 쓸 만하고 퀘스트도 상당히 많아 하나하나 풀어나가면서 스토리의 앞뒤를 맞춰나가는 롤플레잉의 고유의 맛이 있기는 한데 어쩐지 스토리의 아구가 아주 섬세하게 맞는다는 느낌은 좀 떨어진다.
▶싱글플레이 인터페이스는 아주 직관적
싱글플레이의 인터페이스는 디아블로와 아주 흡사하다. 따라서 게임에 대해 웬만한 문외한이 아닌 이상 척 보면 한눈에 어떻게 게임을 진행해야 할지 바로 알 수 있다. 디아블로와 다른 점은 아이템 장착창 부분인데, 디아블로를 의식해서인지 아이템 장착창을 보다 세분화시켜 놓았지만, 결과적으로 좀 불편하게 느껴지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게임이 다 그렇듯이 인벤토리창을 잘 정리하지 않으면 아이템을 몇 개 못 들고 다닌다는 답답함이 있다. 그래도 페이트는 인벤토리창에서 아이템 주머니 모양을 클릭하면 거기에 약간의 공간이 더 있어서 조금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
한편, 페이트에는 최근 유행하는 아이템 조합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무기나 마법에 어떤 속성을 지닌 스크롤을 조합하면, 성공률에 따라 무기나 마법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불+원형+폭발의 속성을 지닌 스크롤을 조합하면, 불이 캐릭터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퍼져 나가면서 적이 그 불에 닿으면 폭발하게 되는 마법이 시전되는 식이다.
롤플레잉 장르의 또 하나의 특징은 반드시 길찾기가 수반된다는 것이다. 페이트도 예외일 수 없다. 처음에는 비교적 단순한 맵을 돌아다니지만 갈수록 맵이 복잡하게 변하는데, 이는 약간의 레벨 업과 아이템만으로도 쉽게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데 대한 반대급부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만만치 않은 길찾기 때문에 제작사측은 과거 '신조협려'가 그랬듯 추후 홈페이지에 맵을 게재는 방안을 고민중이라고 한다.
한편, 페이트는 베타 버전에 비해 꽤 많이 수정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로딩시간이 많이 짧아졌다는 것. 베타 버전에서는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 마을의 각 건물 안에 들어갈 때, 맵과 맵 사이를 이동할 때 등 로딩이 많기도 하고 또 길었다. 하지만 이제는 로딩시간이 askg이 짧아졌고 퀘스트와 관련 있는 집을 제외하고는 아예 들어갈 수 없게끔 만들어 불필요한 로딩을 줄였다. 베타 버전의 악몽이 있는 필자로서는 필요 없는 집을 막아버린 일에 정말이지 쌍수를 들어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신기한 방식의 멀티플레이
페이트는 무엇보다 멀티플레이가 특이하다는 면이 눈에 띄는 게임이다. 디아블로의 멀티플레이처럼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파티를 맺어 사냥할 수 있다거나, 플레이어간 PK를 통해 자기 캐릭터가 얼마나 강한지 서로 시험해 보기 위한 무대를 제공한다는 측면이 아니라, 전혀 다른 장르인 전략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형태로 진행된다.
멀티플레이의 기본 룰은 소환수를 소환한 후에 그 소환수를 컨트롤해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다. 소환수와 함께 멀티플레이에서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 것은 옵테이너라는 건물이다. 아마 이 옵테이너는 배경 스토리에 등장하는 '테라시움'을 표현한 게 아닐까 짐작된다.
처음 멀티를 시작하면 자신의 캐릭터가 보이고 화면 오른쪽 하단(이 부분은 여러 개의 칸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 칸 하나하나를 발판이라 부른다)에는 '일꾼'이라는 소환수와 '웩'이라는 소환수 얼굴이 보일 것이다. 이것은 현재 소환할 수 있는 소환수의 종류가 이 2가지라는 뜻이다. 소환수를 발판에 뜨게 한 다음, 발판의 얼굴을 맵의 빈 공간에 클릭하면 뿅∼하고 소환되는 방식이다. 소환수는 점차 개발을 통해서 하나하나 종류를 늘려나갈 수 있으며(싱글에 나오는 3명의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는데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소환수 트리가 달라진다), 고급 소환수일수록 많은 수의 발판을 차지하기 때문에 뽑을 수 있는 숫자가 적어지게 된다.
맵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옵테이너는 발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옵테이너에는 2개의 문이 있는데, 일꾼을 소환해서 옵테이너의 왼쪽 문에 집어넣으면 자기 소유가 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발판 개수가 늘어나게 되는데, 옵테이너마다 1칸, 2칸, 3칸, 4칸까지 등급이 있어 보다 칸이 많은 옵테이너를 얻기 위해 쟁탈전이 계속 된다. 소환수를 오른쪽 문으로 집어넣어 옵테이너를 직접 업그레이드시킬 수도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차라리 남의 것을 뺏자는 심정으로 싸움이 붙는 것이다. 소환수를 많이 얻기 위해 옵테이너를 뺏고, 옵테이너를 뺏기 위해 강력한 소환수를 소환해야 하는 돌고 도는 시스템이다. 아무튼 멀티에서는 보다 강력한 소환수를 보다 많이 뽑아서 상대편을 모두 물리치는 것이 목표다.
▶오랜만에 멀티 한판 뜰래?
이렇듯 페이트를 하다 보면 스타크래프트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지만 오랜만에 손이 안 보이게 움직이면서 스타에 푹 빠졌던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좀 아쉬운 것은 멀티플레이 인터페이스가 상당히 복잡하고 게임방식이 특이해서 처음 접한 사람들은 어리둥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멀티플레이시 여러 가지 점수를 알려주는 부분을 비롯해 전반적인 인터페이스가 상당히 거칠어 보인다는 것도 다소 아쉽게 여겨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싱글의 즐거움에다 전혀 다른 게임을 또 하나 장만한 듯한 느낌을 주는 독특한 멀티를 덤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페이트의 큰 매력이다.
| 장르 | 롤플레잉 |
| 평점 | 3.0 |
| 장점 | 싱글은 롤플레잉, 멀티는 전략. 전혀 다른 게임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
| 단점 | 멀티의 게임진행 방식은 좀 공부를 해야… |
| 권장사양 | P3-500, 256MB |
| 제작/유통 | 트론웰/위자드소프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