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X -> 5X
96년에 발매된 'MOO 2 : 안타레스의 전투'는 94년의 1편보다 훨씬 복잡하고 깊이 있는 전략성으로 매니아들에게 찬사를 받은 동시에 MOO의 세계에 처음 접속하는 게이머들에게 외면당한 전력이 있다. 1, 2편의 심텍스사에서 '스타플릿 커맨더' '상하이 마작' 등을 개발한 퀵실버로 제작사가 바뀐 이번 3편의 테마는 다름 아닌 '누구나 쉽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MOO'이다.
4X 전략 게임들의 일반적인 승리방법은 주어진 세계를 완전히 정복하는 것인데 3편에서는 여기에 4가지가 추가된다.
이 조건들은 옵션에서 각각 켜거나 끌 수 있으며 모두 끌 경우 승리조건은 간단히 홀로 살아남는 것이 된다. 먼저 외교적인 수단으로 이웃하고 있는 은하계들과 친밀도를 높여서 탄탄한 관계를 구축한 뒤 오리온 상원의장으로 선출되면 승리하는 방법이 있다. 외교에서는 상대방이 보여주는 6개의 기분 상태를 참고해서 대화를 진행시켜야 하며 전문 보좌관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상대방의 첩보망을 속이기 위한 허위 정보를 흘리는 추가 기능을 이용해 다른 은하계의 사기를 저하시켜 플레이어가 전 은하계의 왕좌에 오를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문명' 시리즈와 유사하게 기술 연구를 통해 사라져버린 고대 외계 종족의 잔해를 수색해서 '5번째 X'라고만 알려진 신비의 기술을 발견해내면 플레이어는 '마스터 오브 오리온'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플레이어가 전체 우주의 75%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 나머지 행성들은 자동으로 플레이어가 최강임을 인정하고 물러나므로 모든 적을 깨끗이 청소할 필요 없이 바로 승자가 된다.
▶오토메이션 시스템으로 쉽게 관리
말할 필요도 없이 MOO와 같이 많은 정보 화면들이 플레이어를 압도하는 게임에서는 이런 부분에서 다듬어지는 수준과 인터페이스의 간소화가 필수적이다. 스크린 샷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청량감 있는 파란색이 주가 되는 화면 구성에서부터 MOO 3의 인터페이스는 '깔끔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잘 정리된 느낌을 준다.
MOO 초보자들의 재미를 돕기 위해 퀵실버는 마지막까지 인터페이스 다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플레이어는 전반적인 정책의 방향을 정하고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그 방향을 따라가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광물이 많은 행성을 점령한 뒤에 '생산시설을 확장하라'는 방향을 정해주거나 영역의 외곽에 있는 행성들에 '수비를 강화하라'는 명령을 내린 뒤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이러한 인터페이스 다듬기의 중심에는 MOO 3에서 가장 큰 개선점이자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오토메이션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는 플레이어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직접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장치이다. 쉽게 말해서 새로 정복한 행성의 관리가 귀찮다면 이곳에 지방 장관(Governor)을 배치해 어떤 식으로 통치하라는 기본적인 방침만 전달하면 이 장관은 행성과 관련된 세금 징수 등과 같은 세부 사항을 알아서 매니징하는 것이다. 전투 시에도 함대에게 전투 패턴 등의 일반적인 명령을 내리면 함대가 알아서 싸워 나가게 된다. 또한 오토메이션 시스템 덕분에 플레이어는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만 집중해서 직접 관리할 수도 있다. 오토메이션을 적용시키지 않은 분야에서는 기존의 방침이나 정책이 계속 유지된다. 이 오토메이션 시스템은 간단하면서도 우아한 게임플레이로 인정받은 MOO 1편과 숨막힐 정도로 복잡한 2편의 특징을 융합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
▶실시간 전투(!)
턴제 전략 게임이면서도 MOO 3에는 턴을 벗어나기 위한 2가지의 시도가 눈에 띈다. 바로 전투와 멀티플레이인데 먼저 전투는 퀵실버의 전작인 '스타플릿 커맨드'와 유사한 스타일로 실시간 진행된다. 즉, 스타플릿 커맨드를 접해 본 게이머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우선 적 함대와 조우하게 되면 2편과 같이 정면으로 마주보고 싸우는, 함대의 구성과 무기 장착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방식을 벗어나 전술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야 한다.
플레이어는 전 함대를 투입시키지 않고 일부 예비 병력을 남겨둘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한번 싸우게 되면 최고 약 700여대의 우주선이 참여하는 대규모 전투를 경험할 수 있다. 이 우주선들은 '태스크 포스' 단위로 나눠지며 앞서 말한 대로 전투 관리 역시 오토메이션 시스템에 맡겨도 된다.
이 뿐만 아니라 적의 방어선을 뚫고 행성에 진입하면 지상전으로 넘어가는데 여기서는 직접 플레이어가 개입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다. 대신 진입 이전에 결정된 지상군의 전투력에 따라 턴별로 전투 상황이 라디오 방송처럼 플레이어에게 전달된다.
▶기대는 작을수록 좋다지만
턴방식 게임의 멀티플레이란 답답하기 그지없을 것 같지만 MOO 3의 멀티를 보면 얼마든지 그 답답함을 피해갈 방법이 있는 듯하다. 기다리는 동안의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참여자들의 턴이 동시에 진행되며 이 외에 턴 제한 시간을 걸어두는 옵션(Timed-Turn)도 지원한다. 하지만 이 옵션을 쓰지 않더라도 플레이어들의 턴을 짧게 하기 위한 동기가 부여된다. 즉, 시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국고가 줄어드는 양이 점점 늘어나며 벌어들이는 금액 역시 줄어든다. 반대로 일찍 턴을 종료하면 그만큼 보너스를 얻기 때문에 플레이어로 하여금 턴을 오래 끌기보다는 최대한 빨리 종료하도록 유도한다.
한때 고사될 것으로 우려되던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 분야에도 '문명 3'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등의 수작들이 발매되면서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여기에 MOO 3이 잘 가꿔진 모습으로 등장, 기폭제가 되어 이 장르가 매니아들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되길 바란다면 너무 거창한 꿈일까?
장르 | 전략 시뮬레이션 |
기대요소 | 5번째 X의 도입, 리더 중심이면서 초보자들을 위해 최대한 간소화된 게임플레이 |
권장사양 | P2-400, 128MB |
제작/유통 | 퀵실버/인포그램즈 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