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홋, 멋져 멋져!
던전 시즈를 플레이해 본 게이머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얘길 거다. 원근감이 느껴지는 게임 화면, 줌 인 아웃은 물론 상하좌우 360도 회전까지 가능한 자유로운 시점, 고정돼 있는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성별에서부터 머리 모양 및 색깔, 피부색까지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하나하나 지정해 줄 수 있도록 한 캐릭터 생성 방식, 의상이나 방어구를 달리할 때 확인할 수 있는 게임 속 모습의 디테일한 변화, 여기에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미려한 그래픽과 완벽한 한글화까지…. 한마디로 던전 시즈는 완벽 그 자체라는 느낌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게임이었다.
▶이보다 더 쉬울 수 있을까?
롤플레잉 게임 하면 캐릭터 육성의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디아블로 2가 2년 가까이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누려 올 수 있었던 것도, 물론 여러 다른 이유도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개성 있는 캐릭터 육성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던전 시즈는 어떨까? 디아블로 2가 오로지 한 명의 캐릭터만을 육성할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던전 시즈는 총 8명의 캐릭터를 동시에 육성할 수 있다. 캐릭터 육성은 크게 근거리 공격 캐릭터, 원거리 공격 캐릭터, 백마법사, 흑마법사, 이렇게 4가지 방향으로 가능하며, 처음 플레이를 시작할 때 선택하게 되는 주 캐릭터의 경우엔 특별한 성향을 갖고 있지 않아 어느 방향으로 키우든 그것은 어디까지나 플레이어의 마음이다.
주 캐릭터를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들 즉, 플레이를 진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동료들의 경우엔 주 캐릭터와는 달리 어느 한쪽에 치우진 성향을 갖고 있다. 즉, 근거리 공격력, 원거리 공격력, 백마법, 흑마법 중 어느 하나가 다른 것에 비해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이러한 경향은 후반에 만나게 되는 동료일수록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주 캐릭터를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들의 경우엔 이 캐릭터를 어느 방향으로 키울 것인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저 그 캐릭터의 성향에 맞춰 그와 관련된 능력만 계속 잘 써 주면 알아서 성장한다.
주 캐릭터 육성도 그렇게 어려울 것은 없다. 디아블로 2에서처럼 스킬 트리라는 것이 있어서 어느 특정 스킬을 올려줘야 다음의 어떤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능력치의 수치가 올라감에 따라 그 능력과 관련된 스킬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식이라 캐릭터 육성이 의외로 쉽다. 때문에 초보자라 하더라도 누구나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캐릭터 육성의 맛은 다소 떨어진다. 심하게 말해 온라인 게임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무조건적인 레벨 업, 던전 시즈의 캐릭터 육성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인벤토리 부족? 노새만 있으면 걱정 끝!
롤플레잉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한정된 인벤토리 공간 때문에 골머리를 썩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본인 역시 수시로 아이템을 버리고 마을을 들락거리며 팔아치우느라 불편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던전 시즈는 이런 데서 오는 불편함을 노새라는 요소를 도입해 해결하고 있다. 마을에서 노새를 구입하면 노새의 인벤토리 공간을 이용, 꽤 많은 아이템들을 적재할 수 있기 때문에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경험하게 되는 인벤토리 공간 부족의 불편함을 다소 해소할 수 있다. 또 백마법 중 아이템을 돈으로 바꿔주는 마법을 이용하면 쓸모 없는 아이템의 경우 돈으로 바꿀 수 있어 꽤나 유용하다.
한편, 노새는 파티원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그만큼 함께 할 수 있는 동료의 수가 줄어든다. 아이템 욕심에 여러 마리의 노새를 구입했다간 전투에서 동료 부족으로 큰 낭패를 보게 되므로 노새는 한 마리 정도만 구입해 데리고 다니는 것이 제일 적절하다.
한 가지 노새를 데리고 다니면서 불편한 점은 이들 노새의 경우 공격을 받았을 때 동료들처럼 포션을 이용해 헬스를 채울 수 없다는 것이다. 노새의 경우 보통 파티원의 제일 뒤쪽에서 쫓아오기 때문에 웬만해선 적들로부터 공격당할 염려가 없지만, 많은 수의 적들이 공격해 올 땐 노새 또한 공격을 받게 되고 그럴 경우 가만히 내버려뒀다가는 곧 노새를 잃게 되기 때문에 적들과 싸우다말고 노새에게 달려가야 하는 짜증나는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노새 또한 포션을 먹을 수 있게 했다면 좋았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편리한 인터페이스, 퀵 슬롯만 많았어도…
던전 시즈는 초보자를 상당히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게임임에 분명하다. 캐릭터 육성에서도 느꼈지만 전반적인 인터페이스 구성 또한 초보자를 염두에 두고 제작한 흔적이 역력하다. 마우스와 단 몇 개의 핫 키만으로 모든 플레이가 가능하고, 파티원의 진형 구축 또한 그저 화면 하단의 메뉴바에 마우스를 올려놓고 클릭만 해주면 자동 변경된다. 동료들은 퀵 슬롯에 지정된 기술과 마법을 이용해 알아서들 싸우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그저 가끔씩 그들의 헬스나 체크해 주면 된다. 더욱이 거의 모든 메뉴가 아이콘화 돼 있어 직관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가장 큰 단점은 퀵 슬롯의 수가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마법의 경우 계열별로 50개가 넘는 마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퀵 슬롯에 장착해 놓고 쓸 수 있는 마법이 단 2개로 한정돼 있어 장착된 것 이외의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창을 열어 일일이 바꿔준 후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즉, 수만 많았지 실제적으로 사용되는 마법은 다섯 손가락에도 차지 않는 실정이다.
▶던전 시즈, 너의 선전을 기대한다
아쉽게도 국내 시장에선 패배의 쓴잔을 맛봐야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크리스 테일러의 전작 토탈 킹덤 어나이얼레이션을 꽤나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 생각하고 있다. 던전 시즈가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막연히 기대를 걸었던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던전 시즈에 대해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꽤나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몇 가지 단점을 안고 있고, 또한 디아블로 2와 같은 플레이를 기대했던 게이머들에겐 다소 떨어지는 긴박감과 미약한 타격감이 실망을 안겨줬을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건 롤플레잉 게임의 재미가 무엇인지를, 비록 최대한 단순화해 놓긴 했지만 던전 시즈는 우리들에게 정확히 어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르 | 롤플레잉 |
평점 | 4 |
장점 | 캐릭터 육성에 골머리를 썩을 필요가 없다 |
단점 | 부족함 퀵 슬롯, 떨어지는 긴박감, 미약한 타격함 |
권장사양 | P3-700, 256MB, 3D |
제작/유통 | 개스파워드/M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