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의 1편 이후 5년여만에 돌아온 캐피탈리즘 2는 타이틀에서 풍기는 냄새 그대로 경영 시뮬레이션 장르에 딱 들어맞는 게임이다. CEO나 사장이 아닌, 전체를 총괄하는 회장의 자리에서 자신의 회사를 최고의 위치에 끌어올리는 것이 플레이어의 임무인 게임이다. 한두 줄의 짧은 문장으로 요약하기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 방대한 가능성을 자랑하는 캐피탈리즘 2는, 간단히 정리하면 원자재에서 완성품까지, 공장에서 소매점에 이르기까지 상품 하나를 소비자에게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 수익을 다른 분야에 투자하거나 사업을 확장해 주가를 높이고, 타사를 압도하는 실적을 올려 마침내는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이다.
캐피탈리즘 2와 비슷한 성격의 작품이지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스타독 사의 '코퍼릿 머신'을 보면, 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게임 목적은 유사하다. 하지만 그 목적을 향한 수단의 다양함이나 과정에 있어서 가능한 옵션들을 따져보면 캐피탈리즘 2는 '시뮬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이며 코퍼릿 머신이 아케이드 게임처럼 보일 만큼 압도적이다. 물론 전작을 제외할 때의 얘기지만 현존하는 어떤 유사 경영·관리 시뮬레이션 게임도 캐피탈리즘 2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한다.
▶사실성과 재미의 밸런스
캐피탈리즘 2가 멋지게 해 낸 부분은 다양한 요소들간의 유기적 관계를 게임상에 효율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사실 재미와 리얼리티의 밸런스를 철저히 고려해야 하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만큼 만들기 어려운 게임도 없을 것이다. 실제 경제와 같이 외형적으로 무관해 보이는 요소들의 관계를 파헤치고 이를 경영에 반영시킬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단순하다'는 말은 이런 류의 게임을 논할 때 나오기 어려운 표현이다. 특정 요소만으로 강조해서 해당 분야만을 관리할 때 승리할 수 있는 게임이라면 차라리 '디아블로 2'를 즐기는 편이 나을 것이다.
'좋은 게임'을 정의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그래픽과 사운드임은 명백하다. 하지만 그래픽 카드의 벤치마킹 툴로 공인받은 게임들 중에도 수준 이하의 게임 플레이로 인해 낮은 평가를 받는 케이스도 부지기수다. 캐피탈리즘 2의 그래픽을 보면 2D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이런 류의 게임에서 장르 특성상 앤티 앨리어싱이나 포지셔널 오디오 등이 필요하지 않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더 나은 그래픽과 자잘한 특수효과로 잔재미를 주는 비슷한 류의 게임들이 있음을 생각하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레일로드 타이쿤 2'에서 굴러가는 기차바퀴를 기억하는 게이머라면 더욱 그런 생각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트레버 챈의 디지털 캐피탈리즘 3?
캐피탈리즘 2의 초판 물량에는 한글판과 영문판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데 리뷰 대상인 한글판의 경우 발매 전에 조금만 더 신경썼더라면 해결됐을 것으로 보이는 단점들이 존재한다. 전체적으로 한글화는 좋은 수준이지만 간혹 '열다 슈퍼마켓 피츠버그 안에'와 같은 번역기의 소행 여부가 의심스러운 부분이 눈에 띈다. 또한 부자연스러움으로 인해 이해가 어려운 번역상 문제야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니 넘어간다 해도 그 어려운 글마저 잘려나가서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참고로 1.01 패치를 통해 한글 텍스트가 잘리는 현상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총 제작자로 게임의 타이틀 앞에 이름을 걸고 있는 '트레버 챈'은 캐피탈리즘 시리즈에 대해 '디지털적 요소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이전의 20세기 경제 구조가 바탕'이라고 한 바 있다. 다음 3편에서는 게임 속에서 닷컴 열풍을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해보며 판타그램과 계약한 레스토랑 시뮬레이션 역시 멋진 작품이 되길 바란다.
장르 | 롤플레잉 |
평점 | 4.5 |
장점 | 사실성과 재미의 밸런스로 경영학도와 게이머 모두에게 어필하는 게임플레이 |
단점 | 한글화 작업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더라면… |
권장사양 | P2-400, 64MB |
제작/유통 | 인라이트 소프트웨어/스파이더 엔터테인먼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