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상술?
지금 소개하는 스파이더맨은 지난해 9월에 먼저 발매된, 역시 스파이더맨을 소재로 한 게임과 많은 부분에서 다르면서 유사하다. 아니, 어쩌면 개발사 그레이 매터와 유통을 맡은 액티비전이 그 비운의 게임을 바탕으로 그래픽과 게임플레이를 업그레이드한 버전이 올해의 스파이더맨 : 더 무비라 해도 될 정도다. 우연찮게도 지난해의 스파이더맨은 LTI 그레이 매터가, 올해의 스파이더맨은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의 싱글플레이를 제작한 그레이 매터 인터랙티브가 각각 개발했다.
영화 덕분에 한몫 잡아보기 위한 시도이든 새로운 모습으로의 업그레이드이든간에 이 게임 스파이더맨은 철저하게 영화의 라이센스로 승부한다. 영화속의 토비 맥과이어(스파이더맨 분), 윌리엄 데포우(그린 고블린 분)가 게임에서도 목소리 연기를 맡았으며 브루스 캠벨이 직접 튜토리얼과 나레이션을 들려주기 때문에 듣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여기에 환상적으로 그려진 도시의 배경에서 거미줄을 던지고 몸을 날리는 스파이더맨을 조작하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영화의 게임화에 있어서 하나의 모범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Xbox, 플레이스테이션 2, 게임큐브 등 모든 비디오 게임기를 총망라해서 발매되는 스파이더맨의 PC 버전은 비디오 게임 버전의 포팅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디오 게임적인 특징을 다소 갖고 있다. 이를테면 미션 중에 세이브가 불가능하며 마우스를 지원하고 원하는 대로 설정이 가능하지만 게임패드가 가장 잘 어울리는 컨트롤 등은 콘솔에서 옮겨온 게임에서 쉽게 눈에 띄는 사항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게임플레이와 PC의 고해상도 구현력을 이용한 그래픽은 플랫폼의 구분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PC에서 자리를 잡는다고 할 수 있다(Xbox 버전에는 보너스 레벨이 삽입된다).
▶쿠우우우울한데!!
언급한 대로 미션 하나를 완수하기 이전엔 세이브를 할 수 없지만 거미줄을 이용한 목적지 도착, 전투, 간단한 퍼즐 해결 등이 각각 뚜렷하게 한 부분씩을 차지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진을 빼 버리지는 않는다. 사실 미션의 구조나 게임플레이로 보면 스파이더맨은 간단한 기본동작 몇 가지를 가진 지난해의 버전에 콤보와 거미줄 사용 기술을 추가한 아케이드 액션에 불과하다. 미션을 끝낼 때마다 임무완수 포인트, 대미지 여부, 전투기술, 비밀 장소 등으로 세분화된 보너스 점수를 보여주며 일부 미션에는 적에게 발각되지 않은 채 거미줄과 어둠 속에서 발각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서 빠져나가야 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싸워서 이기기만 한다면 발각되더라도 게임 진행에 무리는 없다.
영화 속에서 공중에서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스파이더맨의 움직임에 압도당한 게이머라면 게임에서 자신도 얼마든지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음에 안도할 것이다. 지난해의 스파이더맨과 가장 큰 차이점은 30여개에 이르는 빌딩의 창문 하나까지 세밀하게 묘사되고 지상의 도로를 달리는 차들이나 빌딩 위를 날고 있는 헬리콥터들까지 빼놓지 않고 그려진 배경만으로도 '멋지다'는 탄성을 내뱉기에 충분하다. 스파이더맨의 미션들은 크게 실내와 실외 미션으로 나뉘는데 도시의 하늘에서 거미줄을 타고 움직이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은 플레이어가 다시 건물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을 만큼 역동적으로 연출된다.
▶콤보를 찾아라
스파이더맨은 말 그대로 거미의 힘을 빌린 슈퍼히어로인 동시에 다양한 전투기술을 가지고 적들을 쓰러뜨린다. 플레이어가 미션 중에 발견하는 다양한 특수 아이템들은 손과 발을 사용한 콤보 기술을 하나씩 늘려주며 이를 얼마나 많이 찾아내고 익히느냐에 따라 게임플레이가 달라진다. 때문에 스파이더맨이 비록 멀티플레이를 지원하지는 않지만 기술을 익히고 써먹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오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기능상으로 단순히 거미줄을 타고 이동하는 기술이지만 웹 콤보(Web Combo)키와 조합해서 나오는 거미줄 기술들은 영화속의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해낸다. 아무것도 없는 하늘에 거미줄이 걸려있음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멋있는 몸놀림을 볼 수 있는데 목표지점에 강력한 거미줄을 뿌려 일직선으로 총알처럼 날아가거나 천정에서 거미줄을 늘어뜨리고 천천히 내려와 주변을 살피는 곡예도 펼칠 수 있다. 또한 거미줄을 타고 날아가다 타이밍을 맞춰 점프 키와 공격 키 등을 누르면 만화에서나 본 듯한 스파이더맨의 공중 액션이 구현된다.
▶잘 만들면 성공한다
국내에서도 스파이더맨 영화는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육박하는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별다른 개성이 없음에도 스타 워즈라는 강력한 라이센스를 등에 업은 '제다이 나이트 2'가 선전하고 있는 것과 같이 스파이더맨의 인기 역시 영화의 성공적인 흥행이 큰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다. 다행히 스파이더맨은 게임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판단되며 환상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주인공 캐릭터가 뿜어내는 강력한 카리스마까지 더해지는 만큼 영화의 게임화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케이스로 기록될 것이다.
장르 | 액션 |
기대요소 | 영화가 따로 없다! |
권장사양 | P3-700, 128MB, 3D |
제작/유통 | 그레이 매터/국내 미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