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히어로즈는 지금부터다!
히어로즈의 시초는 1991년부터 시작된다. 울티마, 위자드리와 더불어 3대 RPG라 불리던 마이트 앤 매직을 만든 뉴월드 컴퓨팅에서 '왕의 하사품(King's Bounty)'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게임을 만든 것이다. 성과 필드에서 각종 유닛을 고용하고 그것을 이용해 전투를 벌인다는 이 게임의 아이디어는 히어로즈1에서 좀더 정리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영웅을 고용하면, 그 영웅들이 각 성별로 고유한 유닛을 고용, 부대를 만들어 싸운다는 개념의 히어로즈 시리즈는 2, 3편까지 '영웅은 지휘하고 유닛이 싸운다'는 개념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히어로즈4에서는 영웅과 유닛의 상관관계가 그야말로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말에 탄 채 마법이나 써 대던 영웅들이 드래곤, 타이탄 등 무시무시한 전설 속의 유닛들이 뛰노는 전장으로 직접 뛰어든 것이다. 또한, 기존에는 자신이 지휘하던 유닛들이 모두 전멸하면 영웅이 도망가 버렸지만 히어로즈4의 영웅들은 부하들과 함께 생사를 같이하는 하나의 '유닛'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것이 바로 히어로즈4가 내세우는 가장 큰 특징이다.
▶대충대충이 안 먹히는 고도의 두뇌플레이
이렇게 영웅들이 필드에 내려가서 직접 싸운다는 내용은 이미 히어로즈4에 대한 각종 프리뷰를 통해 많이 알려져 있었는데, 이런 점은 기존의 히어로즈 팬들을 내심 걱정케했다. 영웅이 지나치게 강력해서 유닛이 필요 없지는 않을까, 영웅이 너무 쉽게 죽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들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히어로즈4의 새로운 시스템은 일단 합격점을 줄 만한 수준이다. 영웅을 중심으로 대폭 개편된 히어로즈4의 여러 가지 시스템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히어로즈4에는 생명, 죽음, 질서, 자연, 혼돈, 힘을 상징하는 총 6개의 마을이 등장한다. 성에 따라 고용할 수 있는 유닛과 특수능력 건물이 다른 것은 기본. 고용할 수 있는 영웅들도 성마다 다르다. 예를 들면 생명을 상징하는 마을에서는 죽음과 혼돈 관련 영웅을 고용하지 못하고, 죽음을 상징하는 마을에서는 생명과 자연 관련 영웅을 고용하지 못한다. 영웅들은 각자 기본스킬을 2가지씩 가지고 있으며, 스킬 시스템은 '프라이머리 스킬(Primary Skill)'과 그에 딸린 3가지의 '세컨드리 스킬(Secondary Skill)'로 나뉜다.
프라이머리 스킬을 배워야 세컨드리 스킬을 배울 수 있는 방식이며, 이는 영웅 개인의 능력 향상은 물론 부대 전체의 능력 향상, 마법사용 가능 능력 향상 등 여러 가지 효과를 가져온다. 영웅이 단지 자신의 부대 전체의 능력치만 향상시켜 주었던 전작과는 달리 아군 유닛에게 좀더 다양한 영향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영웅이 어떤 스킬을 배웠느냐에 따라 어드밴스 클래스로 전직할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다. 어드밴스 클래스들은 그에 어울리는 특수 능력을 갖고 있으며, 그 종류는 무려 50여가지에 이른다. 이렇게 영웅들은 여러 가지 특수능력과 함께 전투능력도 가지는데, 영웅의 전투능력은 전적으로 레벨에 따라 결정된다.
저레벨의 영웅이라면 약한 적에게 허무하게 죽어버리기도 하지만, 고레벨의 영웅은 드래곤 몇 마리쯤은 가볍게 죽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기도 한다. 즉, 필드에 내려온 영웅은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다. 하지만 영웅이 죽는 것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 잘 키운 한 명의 영웅은 열 유닛, 아니 백 유닛도 부럽지 않기 때문이다. 영웅을 최대한 보호하며 그 능력을 전투에서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히어로즈4의 전투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전투의 재미
각각의 마을에는 1레벨부터 4레벨까지 레벨별로 2종류씩의 유닛이 있으며, 1개의 성에는 1레벨 유닛 생산건물 2개를 포함해 각 레벨별로 단 한 종류의 유닛 생산건물만 지을 수 있는데, 중요한 점은 2레벨∼4레벨의 유닛 생산건물들도 각 성별로 2종류씩 준비되어 있으나 어느 하나만을 선택해서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히어로즈4의 모든 유닛들은 각자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최저가, 최약체의 농부(Peasant)조차도 특수능력을 가지고 있다!) 과연 이 성에 어떤 유닛 건물을 지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해야만 한다. 한편, 전투시 표시되던 헥스 그리드(hex grid: 턴제 전략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육각형 모양의 격자 표시)가 표시되지 않게 바뀌었다.
히어로즈3의 고수들은 이 헥스 그리드를 보고 자신의 유닛의 이동거리를 정확하게 계산, 다음 턴에서 컴퓨터가 어떤 행동을 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이는 플레이어 자신이 계산한대로 상황이 벌어지게 만드는 지적 유희 장치였지만 한편으로는 전투의 결과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을 단조롭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히어로즈4에서는 전투 필드가 좀더 세밀하게 나뉘어져 있고, 이에 따라 유닛간 이동 능력차가 확실히 차이 나게 되었다. 또 장애물에 의해 장거리 공격이 방해를 받기도 한다. 나무나 돌 등에 가려지면 공격력이 절반으로 약해지고, 적 유닛에게 타겟이 될 유닛이 가려지면 그 유닛은 공격할 수 없다. 전장의 장애물들은 언제나 같은 패턴이 아니기 때문에 전투마다 새로운 긴장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고파
히어로즈 시리즈의 그래픽은 '훌륭하다'는 말보다는 '아기자기'하다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전작까지 이어진 이러한 2D 그래픽이 3D 프리렌더링(그래도 2D이긴 하다-_-)으로 바뀌면서 그 환상적인 느낌을 잃어버리지 아닐까 걱정했다면 그런 걱정은 접어두라고 말하고 싶다. 히어로즈 시리즈 특유의 아기자기한 그래픽 전통은 4편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사운드 역시 만족스럽다. 고급스러운 오페라의 아리아부터 중세에 재즈가 있었다면 이런 풍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재즈풍의 음악에 이르기까지 히어로즈의 음악팀이 이번 4편을 만들면서 그들의 재능을 음악 만들기에 모두 쏟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하다.
하지만 히어로즈 시리즈 대대로의 문제점은 게임의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는 점이다. 그냥 척 보면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알기 힘든 게임이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뉴월드 컴퓨팅은 히어로즈4에서 인터페이스적인 면을 상당 부분 직관적으로 바꾸었다. 이런 변화들이 너무 많아서 모두 언급하기는 힘들지만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각 마을별로 유닛 생산건물이 난잡하게 들어섰던 것이 이제는 각 마을마다 유닛 생산건물, 마법건물 등 여러 가지 건물들이 같은 위치에 지어지도록 바뀌었다. 그러면서도 마을 풍경이 각 마을별로 딱딱하게 통일되어 있다기보다는 적절히 조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운 인터페이스이긴 하지만, 히어로즈4는 턴제 전략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게임이다. 실시간 전략에 질렸다면 히어로즈4를 꼭 한번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단, 일주일 밤을 새고도 생생하게 깨어 있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장르 | 전략 시뮬레이션 |
평점 | 4.9 |
장점 |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만이 주는 고도의 두뇌운동 |
단점 | 실시간에 익숙한 사람들이 쉽게 접하기 힘들다 |
권장사양 | P2-400, 128MB |
제작/유통 | 3DO/메디아소프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