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사람 중 울티마 온라인(이하 울온)을 모르는 게이머는 없을 것이다. 지난 1997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이 게임은 아직도 전 세계에 걸쳐 인기를 얻고 있으며, 깊고 심오한 세계관과 게임 시스템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물론 국내에서의 인기도는 이와는 별개의 문제다). 이러한 울온의 새로운 확장팩이 최근 선을 보였는데, 그 부제는 로드 블랙쏜의 복수(이하 블랙쏜)다. 게임 시나리오에 따르면 로드 블랙쏜이 거느리는 30여종의 몬스터들이 브라타니아의 세계로 들어오며, 그 중심에 선 '주카'와 '미르' 종족간의 전쟁에 인간들이 참여한다고 되어 있다. 이런 설정에 따라 울온의 제작사인 오리진은 만화 스폰(Spwan)의 원작자 토드 맥팔래인(Todd McFarlane)을 초빙, 그가 디자인한 30개의 새로운 몬스터들을 등장시켰으며, 아이템과 맵 확장, 그리고 시스템 추가 등을 적용시켰다. 특히 토드 맥팔래인이 디자인한 새로운 몬스터들은 기존 울온이 보여줬던 고루한 이미지에서 탈피, 사이버 펑크적인 분위기를 게임 속에 가미해 신선한 자극을 전해준다.
▶패키지 내용은 합격…유저 배려 미흡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온라인 게임들과는 달리 외국산 온라인 게임들의 서비스 방식은 패키지를 판매하고 그 안에 있는 CD키를 이용해 게임을 플레이하게끔 한다. 이는 블랙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블랙쏜의 패키지 안에는 블랙쏜 CD와 울온의 전반적인 내용을 알려주는 매뉴얼, 전체 맵 지도가 그려져 있는 브로마이드, 블랙쏜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는 매뉴얼, 토드 맥팔래인이 그린 블랙쏜의 만화, 그리고 각종 던전의 맵을 보여주는 매뉴얼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다채로운 내용물로 인해 패키지는 상당히 풍성하게 보이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3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블랙쏜의 패키지는 울온의 뉴비(새로 게임을 시작하는 게이머)에게는 매리트가 있어 보이나 전부터 이 게임을 즐기고 있던 게이머에게는 그리 신선한 것이 못된다. 또한 패키지 안에는 뉴비들이 30일 동안 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게끔 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 울온 게이머의 경우 이 비용까지 2중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일본에서는 뉴비용과 기존 게이머용이 다 출시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기존 울온 매니아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고 느껴진다.
▶게임 세계가 넓어졌다
일단 블랙쏜의 장점 중 첫 번째는 2D 그래픽 버전으로 플레이했던 울온 게이머들에게는 금단의 지역이었던 일쉐나 대륙이 오픈됐다는 것이다. 그 동안 울온은 2D 그래픽 버전인 르네상스와 3D 그래픽 버전인 서드돈으로 서비스됐으며, 일쉐나 대륙의 경우 서드돈 이용자들만 출입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블랙쏜으로 인해 이런 단절이 없어져 환영받고 있다. 또한 몬스터 등의 NPC와 맵은 업그레이드된 2D 이미지들을 사용해 더 나은 게임 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블랙쏜만의 느낌을 더욱 확실히 느끼고자 한다면 3D 그래픽으로 게임을 진행할 것을 권하고 싶다. 마법의 이펙트와 캐릭터의 동작이 향상되어 게임의 몰입도가 더한 편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게임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시나리오의 확장이다. 여느 온라인 게임도 마찬가지지만 울온의 경우 시나리오가 게임 내에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시나리오에 기초한 이벤트는 울온의 진행에 상당히 큰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블랙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미 연관된 스토리가 알려져 있으며, 이를 기초로 한 게임플레이가 연이어 나올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나 이것이 현재 블랙쏜이 가지는 최대 약점으로도 작용하는데, 바로 이에 대한 구현이 너무 늦어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는 차후에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다.
세 번째는 바로 미덕 시스템이다. 이는 울티마6(패키지를 말하는 것임)부터 적용된 것이지만 울온에서 이 시스템은 큰 부분을 담당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블랙쏜부터는 미덕 시스템이 자신의 게임 스타일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할 역할을 차치, 울온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이 외에도 몬스터의 인공지능이 향상되었고, 퀘스트와 아이템이 새로이 추가되는 등 새로운 요소의 추가로 게이머들의 흥미를 유도하고 있다.
▶화려한 계획 뒤에 숨어있는 아쉬움
이렇듯 블랙쏜이 보여주는 세계는 다채로우며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의 블랙쏜'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나무나 아쉽기만 하다. 먼저 앞서 설명한 시나리오의 확장 부분에서 취약점을 보여주는데, 그 이유는 바로 눈으로 보여주는 새로운 모습이 없다는 것 때문이다. 일단 블랙쏜의 발매 시점에 뭔가 새로운 것이 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제작사 측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하고 하겠다.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발매 이후 패치를 통해 게임의 내용을 변화되고 추가되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이런 특성을 게이머에게 납득시키기에는 블랙쏜이 가지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초라해 보인다. 게임에서 만난 게이머들의 의견도 "5월초경에 새로운 모습 중 그 첫 번째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차라리 발매 시기를 한달 정도 늦추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라는 내용이 많았다(이런 것을 종합해 생각해 볼 때 유통사인 EA코리아에서 너무 조급증을 보인 것이 아닌가 한다). 이들의 말처럼 차라리 블랙쏜의 발매를 5월로 정했더라면 1차 패치 모음집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리진의 빠른 실현을 기대한다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울온은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만큼 오랫동안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이며, 게임성 면에서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 게임이 새로운 세계관을 선보이며 발매된다고 했을 때 정말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아직은 보여주는 것이 너무나 적었으며, 기존의 3D 버전인 서드돈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이 무척 아쉬웠다.
그러나 이와는 다르게 아직 희망을 버리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생각도 있다. 제작사인 오리진이 블랙쏜에 구현하겠다고 발표한 내용들이 빠른 시일 내에 실현되기만 한다면 고루한 이미지의 울온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새로움을 갈구하는 기존의 울온 매니아와 그 동안 울온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뉴비들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블랙쏜의 성공 여부는 게임 내용의 1차적인 구현이 얼마나 빨리, 그리고 완벽하게 되는 가에 달려 있다고 본다. 부디 제작사측은 이런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장르 | 온라인 롤플레잉 |
평점 | 4.0 |
장점 | 심오한 울티마 온라인의 세계를 더욱 확장시켰다 |
단점 | 아직은 구현된 것이 너무나 적다 |
권장사양 | P3-500, 128MB, 3D |
제작/유통 | 오리진/EA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