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에 발매된 FIFA 시리즈답게 선수들의 데이터와 유니폼 등 각종 정보가 가장 최신의 것으로 입력되었으며, 특히 FIFA에서 평가한 평가를 참조, 각 선수들의 해외출장 및 월드컵 경험, 경기 결과 등을 모두 취합해 선수의 능력치 조절이 이루어졌다.
스타 플레이어 시스템이 추가된 것이 가장 특기할만한 변화이며, 패스와 슈팅도 한층 사실성을 보강했다. 한일 양국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월드컵 전용 경기장들의 면모도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중계와 해설도 우리말로 진행되어 게임의 재미를 더해준다.
<편집자주> 하단부 게임조선 평가점수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평가한 개인적인 점수입니다.
◆ 김용석 기자= 축구 게임의 생명은 무엇인가. 실제 축구의 사실적인 재현 아니면 게임만의 독창적 재미 창출? 이번 `2002 FIFA 월드컵`은 이 두가지를 모두 노린 듯 하다.
지난해 발매된 `FIFA 2002`를 기반으로 한 그래픽과 시스템은 사실성을 추구하며 보다 화려해 졌다. 볼 트래핑, 공중전 등 선수들의 동작은 더욱 자연스럽게 묘사됐다. 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최대 축제의 흥분을 나타내기 위해 응원전을 더욱 과장되게 표현한 것도 눈에 띈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던지는 응원 장면, 춤추는 대형 인형 등 이벤트성 연출이 대거 추가됐다. 또한 슛을 구사할 때 별도의 그래픽으로 처리한 스타 플레이어 시스템은 사실성 못지 않게 재미를 추구하려는 `2002 FIFA 월드컵`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마침 이번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의 해결사로 떠오른 황선홍 선수가 이 게임에서 한국팀의 스타 플레이어로 선정됐다.
하지만 `2002 FIFA 월드컵`은 사실과 재미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실패하고 밋밋한 게임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허벅지 근육까지 표현한 선수들의 리얼한 모습, 슛과 패스의 강약 조절 등 사실성을 강조한 시스템은 오히려 핸드볼 경기란 비야냥은 있었지만 나름대로의 전통적인 재미가 있던 FIFA 시리즈의 강점을 퇴색시킨 것 같다. 스타 플레이어 시스템도 10년전 동네 오락실을 휩쓸었던 세이브컵 축구 게임의 덤블링에 이은 대포알 강슛에 비해 약하다.
차라리 월드컵의 독점 라이센싱 축구 게임답게 실제 월드컵을 보다 완벽하게 재현했으면 어떨까. EA스포츠의 최대 장점 중에 하나인 각 선수들의 데이타를 사용자의 입맛에 맞게 조정하고 더 나아가 경기장, 선수들의 얼굴 등을 게이머들이 개조할 수 있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생뚱맞은 개인적인 불만이지만 섭섭한 것이 하나 더 있다. EA 게임은 국산 게임이라 불려도 좋을 만큼 완성도 높은 한글화를 자랑하고 있다. 이번 `2002 FIFA 월드컵`도 음성, 텍스트가 거의 완벽한 한글화를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월드컵 개최국 게이머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녹음 장면으로 시작하는 오프닝 동영상에서 경기 스타디움 관람석 전체가 일장기로 펄럭이고 있는 장면은 국내 게이머에게 결례이다.
◆ 정의식 기자= 이번 `2002 FIFA 월드컵`은 FIFA 시리즈의 정규 업그레이드 버전은 아니고, 월드컵이나 유로 2000같은 초대형 국제 대회가 열리는 해에만 별도로 제작/발매되는 특별 버전이다. 월드컵 특별 버전답게 다음달이면 전세계를 뜨겁게 달굴 한일 월드컵에서 진행될 모든 게임을 그대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으며, 친선 경기 모드도 지원된다. 하지만 이전 FIFA 시리즈에서처럼 클럽팀 대결이나 리그/토너먼트 대결은 지원되지 않는다.
FIFA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오프닝 동영상은 장중하면서도 박진감넘치게 제작됐지만, 화질이 최근의 타 게임이 보여주는 동영상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감이 있었다. 그에 비해 선수 캐릭터 디자인은 실제 스타 플레이어들의 외모를 상당히 유사하게 묘사했으며, 특히 경기장 디자인은 아직 정보가 부족한 한일 양국의 신축 경기장을 가상으로나마 구경하는 느낌을 줄만큼 잘 만들어졌다.
이전 버전과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스타 플레이어` 시스템은 몇몇 스타 선수들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인데, `필살기`에 가까운 몇몇 기술들은 조금 비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즐거움과 어색함을 반반씩 선사했다.
우리말 중계와 해설은 전용준 아나운서와 강신욱 해설위원이 맡았는데, 이전 버전에 비해 많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상황에 맞지 않는 해설이 가끔 나왔고, 전반적으로 해설의 속도가 한템포 늦는 경향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FIFA 시리즈를 맨처음 접했을 때의 놀라움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매년 포장만 달리해 나오는 게임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게임 자체의 참신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제 슬슬 획기적으로 발전된 게임성을 선보일 때가 아닌가 싶다.
◆ 서재필 기자= 해마다 발매되는 FIFA 시리즈는 축구 게임으로서보다는 아케이드적 특징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자리를 굳혀왔다. 94년 최초 출시 이후 그래픽과 사운드, 선수 로스터 등의 업데이트를 중심으로 기본 게임플레이를 유지해오던 중 지난해부터 사실적인 방향으로 추구해 온 변화에 대해 기존 FIFA 팬을 포함한 게이머들의 의견은 찬반 양론으로 나뉘고 있다.
하지만 피파의 기본 방향은 언제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축구 형식의 아케이드 게임’이었고 `2002 FIFA 월드컵`의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FIFA 2002`에서도 외형적인 사실성을 벗겨보면 변함없는 아케이드성이 드러난다. W 키가 마르고 닳도록 눌러야 했던 이전 시리즈의 슈퍼맨 스피드를 버리고 다소 느려진 기본 게임 속도를 채택한 것이나, 패스/슛의 파워와 방향을 이전보다 입체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 등 2002 이전 시리즈에서 달라진 사항들은 기존 FIFA 팬들의 식상함을 달래주면서 PC에서 아직 변변한 축구 게임이 없는 틈을 타고 게이머들에게 어필한다.
FIFA 2002나 2002 FIFA 월드컵에서 공히 적용된다고 할 수 있는 특징을 보자. CPU 팀에 비해 플레이어쪽의 헤딩이 어려워졌으며 특정 지역에서 불붙은 듯이 달려오는 인공지능 덕분에 기존 시리즈에서 애용된 측면돌파 → 센터링 → 헤딩/슛으로 이어지는 콤보(?)도 성공률이 대폭 낮아졌다. 이를 대체할 목적으로 생긴 1-2, 스루 패스도 잘 먹히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웬만큼 익숙해지기 전에는 축구답지 않은 스코어를 보기 어렵다.
하지만 2002 FIFA 월드컵의 진면목, 즉 아케이드적 특성은 게임 스피드를 100%로 가장 빠르게 세팅했을 때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게임 스피드가 높아질수록 선수 개개인의 능력 차이와 무관하게 ‘FIFA 족구’의 위명을 날린 과거의 게임플레이가 고개를 들면서 FIFA의 변신으로 보이는 사실성의 베일은 사라지는 것이다.
아뭏든 국제축구연맹과 월드컵협회의 공식 라이센스를 점하고 있는 게임업체로써 EA스포츠는 월드컵 출전국가 대표팀들의 면면을 충실하게 게임으로 구현했다. 비록 반쪽이지만 월드컵 개최국 국민으로서 EA가 준비한 이 기념품에 돈을 지불할 가치는 어느 정도 있다. 국내의 여러 축구경기장의 모습이나 하다못해 타이틀의 ‘Korea’라는 단어를 전세계인이 즐기는 게임상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몇 번이나 있을까?
또한 게임플레이와 무관하게 2002 FIFA 월드컵의 그래픽과 사운드는 업계의 1인자답게 확실한 품질을 보장하며 펜티엄 3 550/지포스 2 MX 정도의 시스템에서도 구동에 무리가 없다. 그리고 아직까지 FIFA 시리즈를 능가하는 축구 게임이 PC 플랫폼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사실이다. 축구다운 느낌에 연연하지 않더라도 아케이드적인 재미에 만족할 수 있는 게이머에게 2002 FIFA 월드컵은 충분한 가치를 갖는다. 최소한 월드컵 상품으로써는 제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FIFA 2002를 구입했거나 기존 FIFA 시리즈에서 확실하게 달라진 모습을 기대한다면 데모 버전을 통해 판단해 볼 것을 권한다.
게임조선팀 평가점수 | ||||||
ㄴ | 사실성 | 그래픽 | 사운드 | 몰입성 | 독창성 | 종합점수 |
정의식 기자 | 8 | 8 | 9 | 8 | 6 | 39 |
김용석 기자 | 7 | 8 | 9 | 8 | 7 | 39 |
서재필 기자 | 6 | 9 | 9 | 7 | 5 | 36 |
기종 | PC |
장르 | 스포츠 시뮬레이션 |
권장사양 | P2-400, 128MB |
제작/유통 | EA스포츠/EA코리아 |
홈페이지 | www.e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