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 시리즈, 그 6년의 장대한 역사
지난 97년 발매됐던 미쓰 'Fallen Lord'는 이미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반지의 제왕'을 능가하는 정교한 스토리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360도 회전 시점, 3D로 구성된 지형, 그리고 생산이라는 개념이 배제된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특성은 당시 게이머들에게 상당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생산과 자원 수집이라는 개념의 배제로, 미쓰에선 다른 무엇보다 주어진 유닛의 관리가 중요시 됐고, 유닛들의 진형이라는 개념을 등장시켜 한정된 유닛을 활용한 고도의 전략·전술 구사를 가능케 해줬다.
이러한 1편의 성공에 힘입어 제작사인 번지소프트는 다음 해 11월 미쓰2 'Soul brighter'를 출시하였고, 비록 적잖은 버그가 있기는 했었지만 전작에 이은 뛰어난 스토리와 보다 완성된 게임 구조로 게이머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되었다. 이러한 인기는 공식 확장팩인 '키메라(Chimera)' 외에도 코만도스와 비슷한 '그린베레'라는 아주 다른 형식의 게임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미쓰2가 해외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둔 것과는 달리 국내에서의 반응은 상당히 저조했다. 한글화되지 않았던 탓에 전체적인 스토리 파악이 어려웠고, 게임의 난이도 또한 꽤 높았던 데다, 거의 같은 시기에 발매됐던 스타크래프트로 인해 소수 매니아들 사이에서만 극찬을 받았을 뿐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비운을 맞아야 했다.
▶천년 전 영웅들의 이야기
미쓰3 'The Wolf Age'(이하 미쓰3)는 전작에서 무려 천년이나 거슬러 올라 간 바람의 시대를 배경으로 기나긴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이 시대에서는 놀랍게도 모든 것이 바뀌어 있는데, 재미나게도 1, 2편에 등장했던 타락한 군주 발러가 미쓰3에선 정의의 편에 선 영웅 코나흐트로 등장한다. 발러가 실은 그 이전의 시대인 바람의 시대에선 머크리디아 종족을 멸망시켰던 영웅이라는 설정이다.
그런가 하면 그래픽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미쓰 시리즈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게이머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미쓰3는 풀 3D로 제작된 게임이다. 2D에서 3D로 변화한 캐릭터들의 모습은 상당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유닛들의 디테일도 상당히 뛰어난 편이고 지형의 묘사 등도 꽤나 충실한 편이다.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지형의 고저 개념 또한 그대로 등장한다.
하지만 실제 제작 기간이 10여 개월에 불과해서인지 스토리나 그래픽, 그리고 몇몇 부분 말고는 전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그저 미쓰 시리즈의 기본적인 시스템 위에 새로운 유닛과 새로운 맵, 새로운 시나리오가 추가된 정도다. 물론, 전작인 미쓰2가 워낙 뛰어난 게임인지라 이러한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지만 말이다.
▶새로운 유닛 등장, 인터페이스 개선
미쓰3에 등장하는 종족은 중립 종족을 제외하면 크게 빛의 군대와 어둠의 군대로 나뉜다. 빛의 군대가 전작에서보다 총 14종으로 유닛이 늘어난 데 반면, 어둠의 군대는 총 10종으로 오히려 줄어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빛의 군대의 경우 궁수와 버서크, 드워프가 전편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대로 등장하고 이 외에 영웅 유닛으로 코나흐트, 쉬버, 라베나 등이 등장한다. 그리고 원거리 유닛으로 창을 사용하는 스피어맨이 새롭게 추가됐다. 또 각 영웅에게는 부관이 한 명씩 있어 전투에서 대리 임무를 수행한다. 어둠의 군대의 경우엔 고울이나 와이트, 쓰롤 등 전편에 등장했던 몇몇 유닛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그리고 여기에 고울 프리스트, 할로우맨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게임 인터페이스는 이전의 방식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상단 메뉴가 상당히 보강됐고 미니 맵을 지원하는가 하면 하단의 진형 메뉴 등 전작들에 비해 개선된 점들이 꽤나 눈에 띈다. 특히 그룹별로 유닛을 제어하는 'Preset' 버튼이 상단에 배치돼 있어 유닛 컨트롤이 좀더 수월해졌다. 하지만 복잡한 게임 구성에 비해 인터페이스 구성이나 도움말 기능 등은 그다지 친절한 수준은 아니어서해 미쓰 시리즈를 처음 플레이하는 게이머라면 인터페이스에 적응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튜토리얼도 여느 게임들에 비해 부실한 편이고, 특히 미션 진행에 있어 목표 설명이 초반 들려주는 장황한 설명에 그쳐 언어장벽에 시달리는 국내 일반 게이머들에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극악의 난이도 또한 이러한 어려움을 더해준다. 총 25개로 구성된 미쓰3의 미션은 후반부로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진다. 3가지의 난이도를 지원하고 있어 가장 쉬운 난이도를 선택할 경우엔 그런 대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지만, 최고 난이도에서는 게임 초반을 돌파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짧은 제작 기간에서 파생되는 아쉬움
10개월이라는 다소 짧은 기간 내에 제작된 게임치고는 미쓰3의 완성도는 꽤나 높은 편이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은 있다. 일단 윈도우 XP에서의 호환성 문제는 상당히 치명적이다. 윈도우 XP에서 게임을 실행하려 하면 아예 실행이 안 되거나 심각한 오류가 발생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게임이 튕겨 나가곤 한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나오질 않고 있어 윈도우 XP를 사용하는 게이머들은 당분간 고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미쓰 시리즈의 인기 요소 중 하나였던 멀티플레이가 3편에 와서는 상당히 부실해졌다. 제작사가 바뀐 탓인지 번지넷이 아닌 게임스파이를 이용해 멀티플레이를 제공하는데, 제공되는 맵의 수가 6개밖에 되지 않고 서로 다른 종족을 선택할 수도 없는 등 여러 가지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작사에서는 이후 추가적으로 맵 에디터 등을 제공할 것이라 하지만, 번지소프트처럼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부분 한글화조차도 되지 않은 채 발매된 점도 꽤나 아쉽다. 영어에 능통한 이들에겐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게이머들에겐 미쓰3의 방대한 스토리를 이해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국내 유통사에서 추후 패치 등을 통해서라도 한글화를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별 희망이 없어 보인다. 미쓰 시리즈가 일부 매니아들의 게임만으로 인식되고 있는 탓인지 국내 유통사에서 별다른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미쓰3가 여러 가지 면에서 플레이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게임임에는 틀림없다. 향후 미쓰4가 발매될지는 모르겠지만 미션 분석집을 봐 가면서 밤새워 플레이하는 열성 게이머들이 있는 한 그 신화는 계속되리라 본다.
장르 | 전략 시뮬레이션 |
평점 | 4 |
장점 | 치밀한 스토리와 고도의 전략 구사 |
단점 | 다소 높은 난이도, 쉽지 않은 인터페이스 |
권장사양 | P2-400, 128MB, 3D |
제작/유통 | 멈보점보/인포그램즈 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