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 명가 웹젠의 신작 '플라곤(FlagON)'이 8월 21일부터 31일까지 열흘간의 CBT를 성황리에 종료했다.
타이틀만 봐서는 사실 무슨 게임인지 감이 안온다. 하지만 뜻하는 바는 의외로 단순, '깃발'을 뜻하는 Flag와 '세우다'를 뜻하는 ON 이 만나 FlagON, 바로 플라곤이 됐다.
플라곤에서 깃발은 상징적인 의미도 있지만, 실제 게임 내에서도 중요한 콘텐츠로 적용되어 있다. 주로 와드 형태의 소모품으로 존재하는 플라곤 내의 깃발은 캐릭터에 엄청난 버프를 걸어주기도 하고, 범위 내 적을 무저항 상태로 만드는 강력한 디버프로도 활용되기도 한다. PvP 와 PvE 양면에 녹아 있다.
다소 투박한 첫인상이었다. 대단한 오프닝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래픽은 아쉽다. 빠져들 만한 엄청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시작하고나서 그 내실의 탄탄함은 금세 느낄 수 있었다. 여타 게임에 흔히 있을 법한 콘텐츠는 무언가 하나씩 붙어 재미를 추구했고, 이를 골자로 한 여러 시스템은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였다. 여기에 매일같이 진행되는 피드백 수렴과 유저 친화적인 이벤트 등을 더하자면 첫 CBT 임에도 마치 이미 상용화된 게임처럼 느껴지는 것은 기자만의 착각은 아닐 터다.
▲ 다소 투박한 첫인상, 아쉬운 부분이다
▲ 플라곤의 캐릭터 모습
즐거운 고민! 자유 자재로 변환하는 프리 클래스!
플라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프리 클래스다.
게임 시작과 동시에 '무기'를 선택하게끔 되어 있지만, 이는 무난한 시작을 위한 가이드 라인일 뿐 플레이에 제한을 두는 선택지는 아니다. 게임 안에서 무기를 바꾸는 것만으로 그때그때 전혀 다른 포지셔닝이 가능하다. 멋진 랜서를 꿈꾸며 골랐다 하더라도 활을 들면 궁수가 되고, 완드를 들면 마법사가 된다.
물론 해당 무기를 더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스킬 투자를 해야 한다. 활 스킬을 주로 찍었다면 자연스럽게 활을 들었을 때 더 강력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스킬은 무기 고유의 스킬도 존재하지만, 여러 무기에 적용되는 공통 스킬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중후반 들어서는 여러 무기의 스킬을 투자하게 된다. 하나의 스킬을 강화하여 전문성을 높이는 대신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것.
실제로 쉬프트 키를 이용해 손쉽게 무기 변환이 가능하다. 활로 멀리 있는 적을 공격하고, 적이 접근하면 단축키 하나로 스위칭하여 근접하여 싸울 수 있다. 말뿐인 프리 클래스가 아니라 '무기 스위칭'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셈이다.
▲ 몬스터 출몰 이벤트를 준비하는 유저들, 12종의 다양한 무기들이 있고 무기마다 장착 시 직업이 달라진다
No가다는 No! 자동사냥 시스템!
플라곤은 게임 내 시스템으로 자동사냥을 지원한다.
물론 자동사냥 시스템이 최초는 아니지만, 그건 과감하게 전면에 내세웠다. 'CBT부터 Auto 로 Play 하라!!' 이벤트를 진행할 정도. 무엇을 세팅하고 할 것도 없이 시작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가장 근처에 있는 적을 공격하는 자신의 캐릭터를 볼 수 있다. 자동사냥을 위한 별도의 피로도나 자원도 소모하지 않고, 그저 마우스 클릭 한번만으로도 자동 사냥을 켜고 끌 수 있다.
CBT 버전에서는 액티브 스킬 3종, 패시브 스킬 3종만을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전면에 내세운 시스템인 만큼 보완은 당연한 것. 추후 정식 버전에서는 더 많은 액티브 스킬을 혼용하게 되고, 물약 등 여러 편의 기능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사냥이 유독 반가운 점은 단순 레벨링을 돕는 것에도 의의가 있지만, 아이템 파밍을 돕는다는 점도 있다. 같은 아이템이라 하더라도 랜덤하게 옵션이 붙는데 이를 자동사냥을 통해 손쉽게 파밍할 수 있다. 비교적 높은 장비 드랍률과 무엇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아이템 옵션, 여기에 편의 기능이 더해져서 아이템 파밍의 재미를 높였다 하겠다.
▲ 자동사냥 시스템, 공격 범위 내 몬스터를 자동으로 처치한다
PK와 전장, 그리고 영지전!
게임 초반부, 유저는 '발도르'와 '루치니' 2개 국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이 국가는 플라곤 전체를 관통하는 모든 PvP 콘텐츠의 기초가 된다.
플라곤은 적대 세력과의 전투가 존재하는 게임으로 간편 PK 모드를 지원한다.
초반부를 벗어나 캐릭터 20레벨을 달성하면 PK On/Off 아이콘을 클릭하는 것만으로 바로 전투 태세로 전환할 수 있다. 단, 중립 지역과 전투 지역이 따로 존재, 전투 지역 내에서만 PvP 가 가능하다. 전투 가능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적대 국가의 유저는 PK 모드와 상관없이 공격할 수 있지만, PK 모드를 켬으로써 제한적으로 같은 국가의 유저를 공격할 수 있다. 단, 평화 모드 상태의 유저를 공격하면 성향치가 감소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전장은 16 vs 16 인스턴스형 전장으로, 전장 내에서는 레벨과 장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매시 정각 열리는 전장은 선착순으로 입장하여 입장 순으로 양쪽 진영이 갈리고, 전체 인원이 입장하거나 전장 개시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전투가 시작된다. 영지전과 달리 별도의 작은 맵에서 타워 - 킵이 존재하고, 시작부터 미니언이 움직이는 식으로 최대 45 분간 AOS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장 안에서는 현재 자신이 익힌 스킬을 그대로 사용하고, 전장 안에서의 레벨이 따로 존재하여 라인 미니언, 정글 미니언을 처리하여 남보다 빨리 전장 레벨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전장에서는 전장에서만 쓸 수 있는 각종 구급상자와 깃발을 얻을 수 있고, 이는 실제 전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획득한 포인트에 따라 전장 종료 후 막대한 경험치와 공헌도를 얻을 수 있다.
영지전은 국가 단위의 대규모 RvR 콘텐츠다. 테스트 현재 매일 20시에 진행되고, 영지전이 발발하게 되면 전투 가능 지역 중심으로 상대 국가와의 PvP 가 가능해진다.
전체 지도를 열면 한눈에 세력 전황을 알 수 있다. 유저들은 기본적으로 시작지역 주변의 중립 지역에서 활동하게 되지만, 레벨이 올라갈수록 전체 지도 중앙의 각 지역 세력 구간에 모이게 된다. 이곳에서 두 국가 간의 방어 시설 및 NPC들을 마주할 수 있는데 영지전 발발 시, 이를 접경지역에서부터 '타워' - '킵' 순으로 파괴하면서 점령을 하게 된다.
또한, 점령에 성공한 킵에서는 건축 건설을 통해 미니언을 생산하여 적진으로의 진격을 명령할 수 있다. 진영은 크게 3개 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영지를 차지할수록 그만큼 많은 사냥터와 재화를 얻을 수 있다. AOS의 룰을 차용하되 필드를 배경으로한 거대한 규모의 전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익숙한 AOS 게임의 진행 방식을 따온 플라곤의 전장, 병력을 처치하며 성장하고 타워를 파괴해야 한다
길드와 챔피언십, 길드 주식 시스템
플라곤에서 길드는 단순한 친목 집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각 길드들은 챔피언십에 출전해 별도의 전장에서 길드 단위 토너먼트 전쟁을 치를 수 있다. 공식적인 대회를 통해 매주 토요일마다 서버 최강의 길드를 가리게 되는 것.
챔피언십 토너먼트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길드 공적을 통해 출전권 입찰에 먼저 성공해야 한다. 입찰 성공 후에는 각각의 대진에 따라 16 vs 16 전투를 치르게 된다. 전장 진행 방식은 타 전장과 동일. 단, 길드 최고의 실력자들만 참가하여 자웅을 겨룬다는 점에서 얘기가 달라진다.
이렇게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길드는 상금으로 일주일 간 각 영지에서 거둬들인 세금을 갖게 된다. 명예와 부를 모두 얻을 수 있는 것.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상금으로 마련되는 세금이 온전하게 상납되는 방식이 아니라 각 영지의 세금을 게임 내 NPC들이 직접 수송하여 운송하는 방식이다. 운송 중 해당 영지의 세금은 다른 플레이어에게 약탈당할 수 있다. 영지를 소유한 길드는 길드 평판을 위해 세금이 온당하게 운송될 수 있도록 호위단을 꾸려 수송을 지켜야 한다.
길드 시스템은 여기서 그치치 않는다. 플라곤 각 길드의 길드마스터는 길드 주식을 발행하고 길드원에게 지분을 양도하거나 외부로 매각할 수 있다. 그리고 길드의 지분을 소유하면, 해당 길드의 모든 수익 활동에 대해 배당금을 받거나 길드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즉, 길드 단위 활동을 길드원 모두가, 그리고 해당 길드를 지지하는 모두가 관여하는 셈이다. 참고로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챔피언십의 우승 상금은 우승 길드의 주식을 소유한 플레이어에게 지분만큼 배당금 형태로 분배된다.
플라곤은 이번 테스트에선 선보이지 않았지만 길드 주식을 게임 내 거래 뿐만 아니라 공식 홈페이지에 거래중계소도 통한 거래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며 궁극적으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활발한 주식 거래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세금을 운송하는 수송대, 수송대를 영지까지 안전하게 호위해야 한다
▲ 매주 진행되는 챔피언십을 통해 세금의 주읜을 정한다.
영지전부터 기본 사냥까지 유기적인 관계, 물류 시스템
플라곤이 강조한 것 중 하나가 게임 내 경제와 긴밀한 연관성을 가진 물류 시스템이다.
각 영지에는 농장/ 목장/ 광산/ 바오밥 던전 등 생산과 작업장(인스턴스 던전)이 두 개씩 존재한다. 30~50 레벨 플레이어 2~8명이 파티를 맺고 작업장을 입장하면, 제한시간동안 몬스터가 몰려오기 시작하며 플레이어는 던전 재료를 채집하는 NPC를 지켜내는 디펜스 방식의 인던이다. 이렇게 생산된 던전 재료는 영지창고로 후송돼 거래에 활용된다. 플레이어는 던전 재료의 운송을 성공적으로 호위하거나 또는 반대로 수송대를 약탈해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획득된 광산 재료는 장비 아이템 승급 또는 제작에 사용되며 게임 내 경제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아이템은 게임머니를 활용해 공식홈페이지와 연동되는 거래시스템을 통해 거래가 가능하며, 순환하는 경제시스템을 통해 게이머들은 보상과 수집의 만족을 느끼도록 하였다.
▲ 바오밥 던전의 보스
▲ 레이드 방식으로 공략해야 한다
▲ 광산에서 채광하고 있는 NPC를 지켜라! 디펜스 방식의 인던
▲ 마지막 최종 보스까지 처치하면 던전 클리어!
흔히 뭔가 하나 시스템을 만들어두고 그것을 엔드 콘텐츠로 내세워 '우리 게임의 경쟁력은 이것!'이라 말하는 게임들을 많이 봐왔다. 하지만 그 엔드 콘텐츠에 도달하는 유저는 많지 않다. 아니, 사실 자랑이라고 내세운 그걸 즐길 수 있는 유저조차도 지극히 한정적이다. 플라곤은 그 맹점을 놓치지 않았다. 게임을 즐기는 새 나도 모르게 게임의 '핵심'에 다가가게 만든 점이 돋보인다.
일부는 'AUTO' 와 '현금' 그리고 '아저씨들을 위한 게임'이라는 자극적인 문구에 반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를 이루고 있는 구성이 너무나 견실하다.
플라곤은 이번 CBT에서 핵심 콘텐츠를 모두 선보인 바 있다. 매일같이 유저들의 건의 사항이나 게임 리포트에 귀 기울이고 이에 대해 직접 피드백도 진행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셈. 바로 공개 테스트를 앞둔 플라곤이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사뭇 기대가 되는 점이다.
[전영진 기자 cadan@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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