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라이트소프트웨어(Enlight Software)가 제작하고 Ubi소프트가 전세계에 유통하는 캐피탈리즘II는 전작 캐피탈리즘I과 마찬가지로 트레버 찬(Travor Chan)이라는 게임 디자이너가 제작 총지휘를 맡았다. 트레버 찬은 국내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상당한 유명세를 확보하고 있는 인물로, '문명' 스타일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세븐 킹덤(Seven Kingdoms)', 대학을 소재로 한 게임 '버추얼 U(Virtual U)' 등을 제작했다. 특히 전작 '캐피탈리즘I'과 '버추얼 U'는 해외의 주요 교육기관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그의 게임들이 현실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전작 캐피탈리즘I이 발매된 후 무려 5년만에 나온 캐피탈리즘II는 전작에 비해 한결 복잡해진 경제 상황을 게임으로 구현하는 한편, 다소 어려운 것으로 평가받았던 게임 플레이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무엇보다 인터넷을 통한 네트워크 플레이를 지원한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자본주의 시대 최고의 스타인 '기업가'와 '자본가'가 되어 경제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게임 '캐피탈리즘II'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조금 옛날 느낌의 그래픽
캐피탈리즘II은 최고 경영자가 되어 고용인을 고용하고, 매출과 매입을 관리하는 한편, 제조와 마케팅 등 비즈니스의 모든 분야를 골고루 체크해줌으로써 최고의 기업복합체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인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 게임을 실행하면 '싱글 플레이' '네트워크 플레이' '명예의 전당' '제작자 소개' '빠져나가기' 등 5개의 메뉴로 구성된 다소 전통적인 스타일의 초기 화면을 볼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 실행되는 오프닝 동영상도 볼 수 있는데, 이 동영상은 2001년에 출시된 게임이라 믿기 어려울만큼 해상도도 낮고 엉성하게 만들어져 있다. 게임의 가치가 동영상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무성의한 느낌이 있다.
그래픽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점은 게임을 즐기면서 계속 느낄 수 있다. 게임의 실행 화면은 심시티나 모노폴리 타이쿤 등과 유사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도시의 전반적인 디자인과 도시 내부를 클릭하면 나타나는 사업체 관리 등 각종 인터페이스 화면의 그래픽은 몇 년전의 심시티 시리즈를 연상케한다. 그래픽이 이 게임의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한국 게이머들의 취향에는 그리 맞지 않아보인다. 물론 이는 전작 '캐피탈리즘I'에 비해 많이 개선된 것으로, 제작사 측은 3D 기법 등을 도입한 미려한 그래픽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친절하고 체계적인 튜토리얼 시스템
전작 캐피탈리즘I이 뛰어난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중독자를 제외하고는 큰 인기를 얻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II는 강력한 튜토리얼 시스템을 채택했다. 게임을 시작하면 게이머는 '기업가(Entrepreneur)' 캠페인과 '자본가(Capitalist)' 캠페인을 선택할 수 있는데, 기업가 캠페인을 선택하면 게이머는 게임이 제공하는 친절하고 체계적인 튜토리얼 시스템을 따라하며 게임의 기본 구성을 익히게 된다. 튜토리얼 시스템은 상당히 방대해 이런 류의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물론 이 게임은 영문판으로 영어가 능숙하지 못한 게이머는 적응하는데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다. 국내 유통을 맡은 스파이더엔터테인먼트는 영문판을 먼저 발매한 후 한글판은 3월경 다시 발매한다고 하는데, 한글판이 발매되면 튜토리얼 시스템이 한결 국내 게이머에게 편하게 다가올 듯 싶다.
▶최고의 기업가에 도전해보자
튜토리얼 캠페인을 어느 정도 진행해 게임에 익숙해졌다고 생각되면 '자본가' 캠페인에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 자본가 캠페인은 5개의 세부 캠페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계를 내 손안에' '제약왕' '오직 디저트' 등의 부제를 가진 이 캠페인들은 각기 다른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방식은 동일하다. 좋은 물건을 생산해 적재적소에 배치, 판매율을 높인 후 경쟁자를 꺽고 최고의 기업이 되는 것. 그것이 이 게임의 최종 목표다.
일단은 슈퍼마켓, 백화점 등의 매장을 도시의 요지에 배치하여 판매실적을 높인다. 각각의 상품의 판매율은 수시로 변화하는데, 이를 유심히 관찰하여 잘 팔리는 제품은 자신의 공장에서 원자재를 구입, 생산한 후, 해당 백화점에 공급한다. 이렇게 구매와 생산, 유통, 판매의 모든 라인을 적절히 통제하면 게이머의 경제 규모는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다.
처음에는 생산과 판매에만 관심이 집중되지만, 조금 더 지나면 기업 경영이 단지 그 정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기업들의 주식 가격을 수시로 체크, 주가 하락이나 경쟁사의 주식 매입에 대비하고, 고용인들의 재교육에도 힘써야 한다. TV 광고로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일도 잊어서는 안된다. 단순히 생산, 유통업에만 전념하는 것이 아닌 다방면의 사업 확장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부동산 임대, 매매업이나, 경쟁사 주식 매입을 통한 M&A 등에 성공했다면 자신이 '타이쿤'의 대열에 올라섰다고 판단해도 무방하다.
잘 알려진 얘기지만 한국의 '재벌(Chabol)'이나 일본의 '자이바쯔(Jaivatzu)'는 옥스퍼드사전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경제 용어다. 혈연이나 주식 소유 등으로 연결된 거대한 기업집단을 가리키는 용어로, 게임에 많이 등장하는 '타이쿤(Taikun)' 역시 이러한 재벌의 수장을 의미한다. 재벌 형성만이 기업들의 이상적인 성장 모델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어쨌거나 이 게임에서 최고의 자본가가 되려면 '재벌'이 되어야 한다. 자신이 생산, 판매하는 모든 기업을 소유하면, 동 기업들간의 거래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보다 방대하고 세분화된 게임 세계
5년만에 발매된 후속작답게 이 게임은 전작 캐피탈리즘I의 부족한 많은 부분을 보완했다. 먼저, 다루고 있는 세계가 넓어졌다. 전작에서는 한 도시의 경제권을 독점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여러 개의 도시들에 분산된 자신의 기업들을 통제하게 된다.
매장의 종류는 물론, 팔 수 있는 물품과 숫자 등도 한층 세분화되었다. 단순한 슈퍼마켓이 아닌 백화점, 자동차 매장, 전자제품 매장, 약품점, 보석상 등 다양한 매장이 등장하며, 여기에서 판매되는 각각의 물품들도 전작이 단순히 '자동차'였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스포츠카, 모터싸이클, 트럭, 왜건 등으로 구체화되어 있다. 여기에 각각의 제품에 필요한 부품이나 구매 라인 등도 세분화되어 있어서, 제품 하나 생산하기도 쉽지많은 않다. 물론 인터페이스 화면에는 이들 제품과 구성 요소들, 구매 및 생산 라인 등이 관계를 맺고 있어서 이를 파악하기는 다소 쉬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너무 복잡하고 방대해서 어지간한 시뮬레이션 매니아가 아니라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특히 이는 멀티플레이나 컴퓨터와의 대결 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굉장히 많은 것을 수시로 체크해야 하는 게임인만큼 조금만 한눈 팔고 있으면 금새 경영 실적이 적자로 반전되는 것이다.
경영 시뮬레이션에 관심이 많거나, 실물 경제의 흐름을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학습용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에게 이 게임은 더없이 좋은 학습용 교재이다. 하지만 단순한 액션 일변도의 게임이나 그다지 머리를 쓰지 않는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라면 이 게임은 그리 좋은 선택이 되지 못할 것 같다.
장르 | 경영 시뮬레이션 |
평점 | 4 |
장점 | 현실 경제를 완벽히 시뮬레이션, 멀티플레이 지원 |
단점 | 다소 어려운 게임 방식, 떨어지는 그래픽 |
권장사양 | P2-350, 128MB |
제작/유통 | 인라이트소프트웨어/Ubi소프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