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한국MS)는 2일 종로구 더케이트윈타워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윈도XP 운영체제(OS) 지원 종료와 업그레이드 방안에 대해 소개했다.
윈도XP의 지원 종료일은 오는 4월 8일로 이후 모든 기술 지원이 중단된다. 지원 종료 이후 해당 OS를 계속 사용할 경우, 각종 악성코드, 스파이웨어, 바이러스, 해킹 등의 보안 위협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MS측은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StatCounter)의 통계를 인용해 한국의 윈도XP 사용률은 14.97%로 10대 중 1.5대의 PC가 여전히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MS는 "윈도XP 지원 종료 이후 안전하게 PC를 사용하려면 더욱 강력한 보안 기능을 갖춘 상위 OS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인, 기업 사용자들이 원활하게 OS를 바꿔쓸 수 있도록 4단계 업그레이드 방법을 제안했다. 먼저 MS가 운영하는 엠아이XP(www.amIXP.co.kr)를 방문해 현재 사용 중인 OS버전을 확인하고, OS만 바꿀지 혹은 PC까지 전부 업그레이드할지 결정한다.
또한, 현재 사용 중인 애플리케이션이 새 운영체제에서도 원활하게 작동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호환성 센터(bit.ly/1fohMWd)를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오는 7일부터 국내 서비스에 들어가는 'PC무버 익스프레스(bit.ly/1pKBRaT)'를 통해 기존 윈도XP에서 사용하던 데이터와 사용자 설정 등을 새 윈도 OS로 옮기면 된다. MS는 이외에도 윈도XP 지원 종료에 대비해 상담 센터(1577-9700)를 운영하고 있으며, 별도의 웹사이트(www.xpeos.co.kr)를 통해 기술 협력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1년 내내 "새 OS로 갈아타라"고 한 MS, 말로만?
MS는 간담회를 통해 OS 업그레이드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이날 나온 내용은 기존에 이미 여러 차례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진 내용이라 '굳이 돈과 시간을 따로 들여서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진행도 부실했다. 한국MS의 브리핑이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참석한 기자 중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손을 들었지만, 한국MS 담당자는 이중 5명의 질문만 받고 "시간 관계상 나머지 질문은 메일로 주시면 답변드리겠다"며 간담회를 마쳤다. 이왕 같은 내용을 반복할 것이라면 간담회보다 차라리 방송이나 신문광고를 하는 것이 나아 보였다.
간담회뿐만 아니라 다른 대응 수단도 부실했다. 사용자 설정과 데이터를 마이그레이션하는 PC무버 익스프레스는 이미 외국에서 오래 전부터 운영했던 서비스다. 하지만 한글 서비스는 윈도XP 지원 종료를 하루 앞둔 7일에서야 시작된다. 간담회 후 질의응답 시간에도 이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한국MS는 이전에 윈도8과 서피스를 출시할 때 용산역과 강남역, 대학가 등에 체험 부스를 열면서 적극적인 홍보를 했다. 하지만 윈도XP 지원 종료에 대해서는 1년 내내 같은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와 공문을 발송하고 간담회 몇 번 여는 것에 그쳤다. 기간과 횟수로 따지면 전혀 신경을 안 쓴 것은 아니지만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보도자료와 간담회에만 집중한 셈이다. MS로서는 윈도XP가 더는 수익성이 없기 때문에 예산을 집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윈도XP가 지원 종료를 며칠 앞두고도 적지 않은 사용률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MS가 말하지 않는 윈도8/8.1의 불편한 진실
MS가 윈도XP 지원 종료를 알리기 위해 보안성을 강조한 것은 좋지만, OS 업그레이드에 따른 중요한 변화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다. MS가 주로 권장하는 윈도8과 윈도 8.1은 출시한 지 다소 시간이 경과했지만 아직까지도 일각에서 적응하기 불편하다는 점과 호환성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윈도8과 윈도8.1은 사용자 경험(UX)의 성격이 기존 윈도 OS와 다르다. 기존 PC용 인터페이스 외에도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신규 인터페이스를 적용했지만, 사용자가 두 인터페이스 중 하나만 골라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 신규 인터페이스는 터치스크린 사용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키보드나 마우스, 터치패드로 쓰기 불편하다.
윈도8과 윈도8.1은 기존 윈도 OS의 후속제품이지만 사용자 경험이 많이 다르므로 사실상 새 운영체제라고 생각하고 적응해야 한다. 이 때문에 윈도8 사용자 중에는 하드웨어 환경에 맞는 인터페이스를 사용자가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MS는 현재까지 요지부동이다. 윈도8과 윈도8.1이 빠른 구동 속도와 뛰어난 보안성에도 불구하고 '윈도 비스타의 재림'이라는 오명을 들으면서 부진에 시달리는 데는 이 '불친절한' 사용자 경험이 큰 몫을 했다.
윈도8 출시 초기에 지적받았던 호환성 문제는 많이 해결되었지만 인터넷 호환성 문제는 여전히 남았다. 윈도8과 윈도8.1은 인터넷 익스플로러(이하 IE)9 버전 이상만 지원한다. IE9 이후 웹브라우저는 웹 표준성을 엄수하는 새 규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IE8 이하의 규격에 맞춰 만들어진 웹사이트나 서비스 중 일부와는 맞지 않는다. 디자인이 깨지는 것은 기본이고 페이지를 가리는 배너를 닫을 수 없거나 아예 제기능을 쓸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호환성 문제는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업체의 책임이지만, MS가 방관할 수만은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새 OS 업그레이드 권장 못지않게 웹 표준성을 준수한 서비스 운영에 대해 홍보했어야 했다. 애초에 웹 표준성에 맞지 않는 IE 웹브라우저를 배포해 호환성 논란을 야기한 것은 MS였다.
MS는 2일부터 4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빌드 2014' 개발자 컨퍼런스를 연다. 업계에서는 MS가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윈도8.1의 새 업데이트 버전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윈도8.1의 새 업데이트 버전이 이전에 지적받았던 문제들을 개선할지 주목된다.
리뷰조선 정택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