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 격투 게임들은 3D 게임의 엄청난 성장으로 인해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게 되었지만 사무라이 쇼다운, 킹 오브 파이터즈, 캡콤 vs. SNK, 마벨 vs. 캡콤 등이 꾸준히 발매되어 장르의 명맥을 이어갔다. 그런데 개발사인 아크 시스템 웍스에서 처음에는 3D 게임이라고 했지만 3차원 그래픽 열풍에도 불구하고 결국 2D로 발매된 격투 게임이 하나 있었으니 그 이름은 길티기어였다.
▶스토리는 필요 없다, 액션을 다오!
대부분의 격투 게임이 줄거리가 없으면 안 되니까 억지로 짜 맞춘 듯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길티기어와 이번에 소개해드릴 길티기어 X(젝스라고 부른다) 역시 다소 황당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마법이 상용화되고 과학이 금지되어 버린 22세기, 인류는 '기어'라 불리는 강력한 생물병기의 개발에 성공한다. 본디 인간에 순종해야 하는 기어이지만 그 중 '저스티스'라 불리는 기어가 전 세계의 기어를 조종해서 인류에 대항하게 된다. 결국 인간들은 대 기어 단체인 성(聖)기사단을 결성해서 저스티스와 성전을 벌여 그를 봉인하는 데에 성공했다.
길티기어 젝스는 원작의 후속편으로 A라는 나라에 일반적인 기어와는 다른 생명체가 발견된 시점에서 시작된다. 기어들을 이끌던 저스티스가 사망했으니 모든 기어들이 전투 의지를 갖지 않아야 정상이지만 이 기어는 독자적인 의지를 가진 것처럼 동작한다는 것이다. 결국 A 국가에 있는 이 기어를 처단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전사들이 모여들게 되었다.
게임의 설치는 대단히 간단하며 대략 730MB 정도의 하드디스크 공간을 차지한다. 옵션을 통해 사용되는 키 등을 수정할 수는 있지만 해상도는 640x480으로 고정되어 있고 만일 게임의 속도가 이상하게 느리다면 Advanced Config 메뉴를 통해 프레임 건너뛰기(frame skip)의 정도를 조정해주는 것이 좋다.
이미 설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길티기어 젝스는 대전에 초점이 맞춰진 2D 격투 게임이다. 게임을 실행하고 시작(Start) 버튼을 누르면 일반적인 오락실용 대전 게임에서와 유사한 카에키드 모드, 대전(VS.) 모드, 연습 모드, 서바이벌 모드 등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며 레코딩 메뉴를 통해 녹화된 다른 플레이어들의 대전을 감상하거나, 옵션 모드로 들어가서 게임과 관련된 옵션들을 조정할 수도 있다. 특히 보너스 CD에는 윈도우 월페이퍼(배경화면)와 동봉된 조이패드 프로그램 외에 고수들의 녹화 파일이 담겨져 있으므로 관심이 있다면 재생해보는 것이 좋겠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게이머들은 3D 격투보다 2D 격투가 훨씬 간단하고 익히기 쉬운 기술들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길티기어 젝스는 정말이지 수많은 캔슬기와 콤보(연속기), 필살기를 가지고 있어 제대로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 15명 가량의 캐릭터들은 각각 공통으로 사용하는 10개가 조금 넘는 기본기 외에 15개 정도의 독자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Xbox용 데드 오어 얼라이브 3의 경우 최고 70~80개에 이르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도 있으므로 언뜻 보면 이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길티기어 젝스에는 공격하는 방향으로 좌, 우 키를 누르면서 펀치나 강베기를 누르면 나가는 '강한 공격', 적의 공격을 막은 후 바로 사용 가능한 반격기인 '데드 앵글 어택', 앉아서 막을 수 없는 '다스트 어택' 등 매우 다양한 공격 방법이 별도로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작에 존재했던 텐션 게이지(분노 게이지와 유사)와 일명 살계(일격필살기)도 존재하지만 5판 3승제에서 2판을 승리했다고 해도 일격필살기에 맞으면 그대로 패배해야 했던 진행 방식은 다소 개선되어 일격필살기를 성공시켰을 경우 그 라운드만 승리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길티기어 젝스에는 일격필살기 외에도 더욱 다양한 공격과 방어를 가능케 하는 혼합 기술이 존재한다. 그 중 몇 개를 소개하자면
낙법: 적의 공격을 받고 쓰러지려하기 직전에 공중에서 공격 버튼을 2개 누르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적의 추가 공격을 막는 기술.
개틀링 컴비네이션: 철권의 'X단 콤보'와 유사한 연속기로 한 가지 공격기가 적에게 명중되는 순간 다른 공격기를 바로 입력해서 적을 계속 공격하는 것.
로망 캔슬: 상대방에게 공격을 하고 있는 도중 로망 캔슬을 이용하면 공격을 중지함과 동시에 다시 서 있는 동작으로 돌아온다. 자신만의 콤보를 만들 때 유용하며 텐션 게이지를 50% 소비함.
점프 캔슬: 공격이 상대방에게 명중되거나 상대방이 막아낸 공격을 강제로 중지시켜서 점프와 연결시키는 것.
각성필살기: 적에게 많은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공격 기술. 역시 텐션 게이지를 50% 소비한다.
▶멋진 그래픽과 배경 음악
수많은 캔슬 등의 기술로 인해 이 게임의 매니아 성향이 너무 강한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2D이긴 해도 최고 수준의 그래픽, 흥겨운 헤비메탈 음악을 갖춘 길티기어 젝스는 기술을 알면 더 재미있지만 몰라도 친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훌륭한 격투 게임이기 때문이다. 양질의 매뉴얼과 동봉된 조이패드는 이 멋진 게임의 가치를 더욱 빛내고 있다.
장르 | 2D 대전액션 |
평점 | 4.5 |
장점 | 그래픽이 뛰어나고 각 캐릭터의 개성이 돋보인다 |
단점 | 시스템 요구 사양이 다소 높다 |
권장사양 | P3-500, 128 |
제작/서비스 | 아크시스템웍스/프로맥스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