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게임즈의 MOBA '리그 오브 레전드'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롤을 하고 있다 보니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도 자연스레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죠. 하지만 그렇게 모인 사람들 중에서도 자신의 취향에 항상 진심이고 넓고 깊은 소양을 가진, 소위 '진짜'들을 만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게임조선에서 그 흔하지 않은 '진짜'들과 인터뷰를 진행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바로 롤드컵 우승 2회에 빛나는 DRX 서포터 '베릴' 조건희 선수와 LCK 대표 중계진 '강퀴' 강승현 해설위원이었는데요.
비록, 한날한시에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수상할 정도로 모습도 비슷하고, 취향도 비슷하고, 그 깊이도 비슷한 '진짜'들의 덕력 넘치는 고품격 토크를 DRX 사옥에서 진행해봤습니다.
※ 본 인터뷰는 '베릴' 조건희 선수, '강퀴' 강승현 해설위원, DRX 사무국의 협조로 진행됐습니다
월즈 이후 처음으로 진행한 오프 모임 = DRX 촬영
기자: 오늘은 DRX 사옥에서 귀한 분들을 만나봤습니다. 샤코가 마치 궁극기를 쓴 것처럼 누가 '진짜'인지 구분하기 힘든 두 사람, DRX 서포터 '베릴'과 LCK 해설위원 '강퀴'입니다.
베릴: 안녕하세요. DRX에서 서포터를 맡고 있는 '베릴' 조건희라고 합니다.
강퀴: 안녕하세요. LCK 해설위원 겸 게임전문가인 '강퀴' 강승현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기자: 2022시즌 가장 큰 이벤트였던 월즈(롤드컵)도 끝났고 비시즌 기간인데 두 분 모두 최근에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근황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베릴: 저는 이제 월즈 끝나고 스토브리그가 선수에게 주어질 수 있는 가장 길고 자유로운 휴식 기간이잖아요? 그래서 그 한가로움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강퀴: 저도 비슷하네요. 비시즌 기간이 오니까 그동안 해설 일정 때문에 소화하지 못하고 쌓아두었던 다양한 게임들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어느 의미로는 바쁘게 지낸다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기자: 예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두 분이 서로 닮았다는 밈은 꾸준히 있었지만, 롤드컵 결승 이후 개인 방송에서 우승 스킨에 대한 '진짜'들의 덕력, 아니 품격 있는 토론을 한 것이 이슈가 되면서 언제 저렇게 사이가 돈독해졌는지 궁금해하는 팬분들이 많아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강퀴: 이건 저부터 이야기할게요. 사실 해당 밈은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고 조건희 씨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게임을 보는 흐름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제 위치가 해설자다 보니 중립성을 지키는 것을 중시하여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려고 하는 편이었어요.
여기서 제가 선수에게 티가 날 정도로 친근감을 표시하면 그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잘못 해석되어 선수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월즈 때문에 미국으로 출장을 가니까 서로 힘든 상황을 맞이하여 도움을 주고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벽이 허물어진 것 같습니다.
기자: 혹시 그 힘든 상황이라는 게 무엇이었나요?
강퀴: 당연히 '원신'을 플레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베릴 선수는 어떠셨나요?
베릴: 저도 마찬가지로 샌프란시스코에서 결승을 진행하기 전까지는 좋아하는 게임들을 지역 제한 등의 문제로 대부분 플레이해보지 못한 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강퀴: 원신을 한 번도 못 했구나, 난 노트북 들고가서 했는데(웃음)
베릴: 그게 나중에는 강퀴 해설위원에게 방책을 들어서 할 수 있다는 건 이해했는데, 그 과정이 너무 번거롭더라고요. 거기에 너무 열과 성을 다하면 결승전 준비가 소홀해질 것 같아서 선을 지켰습니다.
강퀴: 맞지, 결승 직전에 컨디션 관리 중요하지.
기자: 지금 보면 두 분은 모습뿐만 아니라 게임 취향이나 성격도 익히 알려진 것 이상으로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닮은 듯 안 닮은 서로에 대해 알아보는 질문을 몇 개 준비해봤습니다.
동기화 진행 중 = DRX 촬영
기자: 닮은 듯 안 닮은 우리, 첫 번째 질문입니다. 만약 롤 프로로 데뷔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강퀴: 오, 이거 좀 어려운 질문이다.
베릴: 좀 힘든데 이거
강퀴: 저는 예전에 게임회사에 재직한 적이 있어서 그대로 일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베릴: 저는 스무 살 때 대학교 재학 중 게임을 만드는 분야에 있었는데 생각보다 적성이 안 맞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래서 아마 프로로 데뷔하지 않았다면 게임 쪽에서 일하긴 했겠지만, 만드는 일보다는 인터넷 방송인처럼 플레이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일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강퀴: 아니, 우리 이제 보니 진로도 뭔가 비슷했네. 저도 제작 분야로 일을 시작했다가 맞지 않아서 뛰쳐나온 케이스였거든요.
베릴: 저도 게임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까 만드는 일을 해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생각과는 다르더라고요.
기자: 두 분 다 만드는 쪽이든 플레이하는 쪽이든 게임 쪽 일을 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네요. 이렇게 닮은 점이 또 하나 발견됐습니다.
강퀴: 그러니까요. 베릴 선수도 저랑 같은 루트를 타고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기자: 두 번째 질문입니다. 죽을 때까지 한 가지 게임만 할 수 있다면 나의 선택은?
강퀴: 하하하, 이거 가능해?
베릴: 많이 힘든데요.
기자: '만약'의 상황을 생각한 거죠. 그냥 단순하게 최애 게임을 고르라는 질문은 너무 따분하잖아요.
강퀴: 이거 혹시 답변에 제한은 있나요?
기자: 아니요, 딱히 없어요.
강퀴: 전 그럼 '불가능'이라고 하겠습니다.
베릴: 저도 '불가능'이요.
기자: 아니, 이 질문도 똑같은 답변이 나오네요?
베릴: 왜냐면 지금 이 순간에도 시스템과 그래픽 양면에서 발전하며 새로운 게임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내가 아무리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게임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특장점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평생 한 가지만 골라서 하라고 하면 많이 힘들 것 같아요.
강퀴: 이건 제 삶의 목표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요. 제 인생 목표는 '오래 살아서 좋은 게임을 많이 만나자'거든요. 그래서 꾸준히 새로운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컨디션 관리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부분까지 베릴 선수와 비슷할 줄은 몰랐네요.
그래서 왼쪽이 강퀴고, 오른쪽이 베릴이죠? = DRX 촬영
기자: 세 번째 질문입니다. 서로에게 꼭 시켜보고 싶은 게임이 있다면?
강퀴: 오, 생각을 안 해봤네... 애초에 저희 둘 다 워낙 게임 스펙트럼이 넓어서 뭘 안 해봤는지도 잘 모르겠는데요. 웬만한 건 다 해봤을 것 같아.
베릴: 제가 생각보다 전략적인 것을 별로 안 해봤어요. '문명' 같은 거요. 턴제가 좀 익숙해지기 쉽지 않네요.
강퀴: 시켜보고 싶은 것... 아 그럼 저는 엑스컴 시켜보고 싶네요.
베릴: 엑스컴도 턴제...
강퀴: 이제 베릴 선수도 턴제의 재미 느껴볼때가 됐지. 그리고 가챠를 실시간으로 하는 게임이니 잘 맞을 거야(웃음)
베릴: 저는 장르 불문하고 좀 맛있게 어려운 게임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이미 엘든 링이나 세키로 같은 건 다 해보셨을 것 같아서 딱히 이거다라고 추천할만 한 게 없네요. 너무 변태적으로 어려운 건 아니고 클리어할 수는 있도록 제대로 설계된 게임 말이죠.
강퀴: 맞지, 그런건 클리어 했을 때 성취감이 남다르지. 게임을 좀 아네. 그런데 베릴 선수도 저한테 말씀 편하게 해도 돼요. 너무 격식을 차리는 것 같네요. 반말 좀 섞어가면서 편하게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베릴: 그래도 저보다 아홉 살이나...
강퀴: 그만! 시시한 나이차 언급은 전면 금지다.
기자: 네 번째 질문입니다. 지스타나 더 게임 어워드 등 연말 행사 등을 통해 신작이 많이 공개됐는데요. 혹시 두 분은 내년 출시작 중 어떤 게임을 기대하고 계신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베릴: 지금까지 답변이 계속 그랬던 것처럼 강퀴님도 저랑 생각이 비슷할 수 있는데, 저는 일단 호요버스에 있는 '젠레스 존 제로'에 가장 많은 기대감을 품고 있습니다.
일단 '붕괴3rd'와 '원신'이라는 확실한 성공 사례들이 있다 보니 1차적으로 신뢰가 가고, 요즘 모바일 게임 트렌드가 서브 컬쳐 요소 기반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성을 가미해서 통칭 '분재'라고 불리는 서브 게임 위주로 돌아가고 있지만 호요버스는 매번 메인 게임으로 내세워도 부족하지 않은 게임들을 개발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젠레스 존 제로는 플레이 화면만 봐도 묵직한 액션성이 느껴져서 좋더라고요.
강퀴: 저도 젠레스 존 제로는 붕괴3rd의 액션성과 원신의 대중성과 캐주얼함이 잘 녹아든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긴 한데, 베릴 선수와는 다르게 턴제를 꽤 좋아하는 편이라 '붕괴:스타레일' 쪽에 관심이 가는 편입니다.
게임의 연출이나 규모가 블록버스터 수준이고 원체 퀄리티는 항상 보장되는 회사잖아요. 사진만 봐도 신뢰가 가는 든든한 제작진들이 있다 보니 걱정은 없습니다.
기자: 결론적으로는 둘 다 '일단 호요버스 게임이 기대된다'로 귀결되네요. 역시나 붕조쿠-원조쿠로 불리는 원조 호요버스 악귀다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이름난 호요버스 악귀답게 붕괴3rd 장패드를 선물 받으니 입꼬리가 귀에 걸리기 직전이었다 = DRX 촬영
기자: 그럼 닮은 듯 안 닮은 우리, 마지막 질문입니다. 내가 만약 2023 월즈 우승자라면 만들고 싶은 챔피언과 스킨은?
베릴: 또 우승하라는 무언의 압박인가요?(웃음)
강퀴: 라인은 상관 없는 거죠?
기자: 네, 베릴 선수부터가 챔피언 풀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포지션과 챔피언에 제약을 걸어두는 것이 의미가 없다 생각했습니다.
베릴: 저는 일단 작년에 못 이뤘던 것을 이루고 싶어요. 작년에는 한 쪽에서 소원을 이뤘으니까 내년에는 균형의 수호를 위해 원신 쪽의 스킨도 만들어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강퀴: 하하하, 그렇게 챙겨주는구나? 맞지, 양쪽 모두 챙겨주는 것 중요하지.
기자: 강퀴 해설위원도 만약 내가 선수였다면 어떤 스킨을 만들고 싶나요?
강퀴: 저는 수익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챔피언이 일단 멋있고 충성고객층이 확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붕괴3rd의 주인공 중 하나인 '키아나 카스라나(신염의 율자)'가 능력을 사용해 허공에서 대검을 만들어 사용하니까 리븐에 신염의 율자 모습을 덧붙인 스킨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콘셉트가 잘 어울리기도 하고 수익성도 챙기고 덕심도 챙기는 일석삼조 아닐까요? 저는 뭐 이룰 수 없는 일이니까 대충 질러 봤습니다.
기자: 예상보다 두 분이 생각 이상으로 닮은 부분이 많아서 놀랐는데요. 그래서 이번에는 두 분의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악질 밸런스 게임을 준비해봤습니다. 충분히 고민할만한 주제만 엄선해서 왔으니 조금 시간을 들여서 답변해도 괜찮습니다.
강퀴: 이거 좀 불안한데
베릴: 동감입니다.
기자: 악질 밸런스 게임 1번입니다. 긴장감 떨어지는 칼퇴 VS 개꿀잼 빅매치 5꽉
강퀴: 이거 저만 저격하는 거 아니죠?
기자: 선수 입장과 해설자 입장을 다 고려한 질문입니다.
베릴: 저는 무조건 모든 직장인의 꿈인 칼퇴입니다. 게임의 내용은 크게 상관 없습니다.
강퀴: 이거는 게이머와 관전자라는 입장 차이 때문에 갈리게 되겠네요. 저는 재미 없는 3판보다는 꿀잼 5판 쪽이 차라리 났다고 생각해요. 선수처럼 게임을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아무리 느슨한 경기라고 해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어서 체감상 시간이 빨리 흐르지만 해설자와 같은 관전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같은 시간이라도 길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개꿀잼 5꽉을 택하겠습니다.
기자: 근데 이제 퍼즈를 곁들인...
강퀴: 그건 아웃이지, 선을 넘었어요. 퍼즈가 들어가면 지루해지잖아.
기자: 악질 밸런스 게임 2번입니다. 월즈 결승 개최지 한국 VS 월즈 결승 개최지 일본
강퀴: 질문이 전체적으로 쉽지 않네요?
기자: 두 분의 '집돌이력'과 '덕력'을 저울질해보고 싶었습니다.
베릴: 이거도 1번 밸런스 게임처럼 선수와 해설자라서 입장이 갈리는 부분이 생길 것 같아요. 일단 저희 선수들은 해외 나가면 안전과 컨디션 문제 때문에 개인 행동을 할 수 없고 단체 행동에도 반드시 매니지먼트가 따라붙기 때문에 한국에서 하는 쪽이 좋을 것 같아요. 솔직히 먹는 것이나 즐길 거리는 일본 쪽도 꽤 좋긴 한데 아무래도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한 한국을 택하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강퀴: 음, 일리 있네. 하지만 저는 무조건 일본입니다. 너무 가까워. 가는 것도 편하고 음식도 잘 맞는 편이고 관광도 할 수 있고. 가면 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 많잖아요? 여러 가지를 챙길 수 있으니 갈 수 있다면 가는 게 좋다는 입장이라 일본을 고르겠습니다.
기자: 악질 밸런스 게임 3번입니다. 서로의 시그니쳐 픽 관련인데 조금 비틀었습니다. 솔로랭크에서 신지드로 서포터 가기 VS 솔랭에서 애쉬로 탑 가기
강퀴: 아, 이거는 쉽다. 밸런스 붕괴야.
베릴: 저는 팀을 고려해서 서포터 신지드를 고르겠습니다. 전자는 원딜 한 명이 굉장히 싫어하겠지만 어떻게든 라인전 단계를 넘기면 그나마 나은데, 후자는 나머지 팀원 4명이 다 싫어할 것 같기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덜 주는 방향이 맞지 않을까 싶네요.
강퀴: 애쉬로 탑을 가면 정글러랑 엄청 싸울 것 같은데? 나도 서포터 신지드가 나은 듯?
기자: 이야기가 나온 김에 신지드 서포터가 지난 LCK 서머 시즌에 통산 5전 5승을 기록한 픽이긴 한데요. 베릴 선수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베릴: 신지드 서포터가 특정 챔피언(유미) 카운터 메커니즘 때문에 나왔지만 워낙 구식 스킬셋을 가지고 있어서 리턴값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챔피언이라 생각합니다. 다양한 챔피언을 다루는 저로서도 좋은 픽이라고 보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서포터 신지드의 호성적은 아무래도 사용자인 리헨즈(손시우) 선수가 솔로랭크에서 탑 솔로 라이너로도 신지드를 많이 플레이하면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준 장인이라서 가능했던 것이라고 봐요. 프로씬에서도 탑 솔로 선수들에게 신지드를 시켜보면 잘 다루기가 쉽지 않거든요.
강퀴: 남들은 쉽게 할 수 없다. 말 그대로 '리헨즈'니까 가능했다는 거죠.
제목은 롤도사 출현으로 하겠습니다. 근데 이제 덕력을 결들인 = DRX 촬영
기자: 악질 밸런스 게임 4번, 내가 원신 스타팅 캐릭터로 둘 중 하나만 고를 수 있다면? 남행자(아이테르) VS 방랑자(스카라무슈)
베릴: 이거는 제가 듣기로 원신에서 주인공의 성별을 고를 수 있기는 하지만, 스토리 내에서 엄연히 남행자(아이테르)가 주인공이고 여행자(루미네)가 심연교단이라는 적대 세력으로 나오는 게 정사라고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주인공을 존중해서 아이테르를 고르는 게 맞긴 해요.
그런데 방랑자 특유의 날아다니는 스타일이 활용도도 좋고 재미있어 보일뿐더러 제가 최근에 바빠서 수메르 지역 후반 스토리를 아직 즐기지 못 한 것도 있다 보니 조금 더 깊게 알아보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방랑자를 고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강퀴: 혹시 계정 폭파라는 선택은 없나요? 답이 없는데, 반드시 답을 내야한다면 차라리 아이테르 고를게요. 아이테르는 그래도 주인공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으니까요.
아, 저는 특히 꼬맹이 캐릭터들이 심각한 척하는 것을 참기 힘들어합니다.
베릴: 어, 그럼 혹시 다음 기원은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강퀴: 당연히 알하이탐 어빠는 뽑아야지(웃음)
기자: 악질 밸런스 게임 5번, 라이덴 메이 VS 라이덴 쇼군
베릴: 이거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요. 외형만 봤을 때랑 스토리까지 전부 고려했을 때
강퀴: 혓바닥이 좀 길어지는 것 같은데?
베릴: (웃음)스토리텔링까지 보면 솔직히 말해서 라이덴 메이가 훨씬 괜찮은 게 맞지만 외형적으로 제 취향은 쇼군입니다.
강퀴: 스토리는 알빠노라는거네
베릴: 스토리는 스토리일 뿐이죠, 저도 스토리를 보기는 하지만 둘 사이에서 잣대를 세운다면 외형 쪽으로 기울이겠습니다.
강퀴: 저는 딱 반대죠, 아무래도 라이덴 메이가 입체적으로 잘 나왔어요. 쇼군은 특히 이나즈마 스토리에서 어전시합 같은 문제요소가 꽤 많아요. 굉장히 고리타분하고 낡았거든요. 그런건 저기 눈보라 동네의 오크 놈들이나 하는 짓인데. 정치 그렇게 하면 안 되요.
그래서 저는 쇼군을 고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메이는 요리 잘하잖아요. 쇼군은 요리도 못 해요. 저에게 둘 중 하나, 결혼 상대를 고르라면 라이덴 메이를 고르겠습니다.
기자: 악질 밸런스 게임 마지막 질문입니다. 나에게 단 한 가지만 주어진다면? 게임 실력 VS 뽑기 운
베릴: 이거 좀 고민인데
강퀴: 이게 고민된다고?
베릴: 음, 굳이 결론을 낸다면 모든 게임이 뽑기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심지어 뽑기 요소가 있는 게임도 운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게임 실력을 고르겠습니다. 결정적으로 게임을 못 하면 재미를 붙이기 힘들어요.
강퀴: 동의합니다. 운이 없다고 실력이 채워지지는 않으니까, 게임은 재미있어야 합니다.
기자: 의외로 평이하네요. 저는 두 분이 게임 실력으로 돈을 잘 벌면 뽑기 운은 해결된다는 기막힌 발상을 할 줄 알았거든요.
강퀴: 고것도 말은 되네요. 저희 둘이 이미 실천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베릴: 얼떨결에 그렇게 하고 있네요.
강퀴: 얼떨결에는 무슨, 대놓고 하고 있지(웃음)
아아, 롤도사에게 분신술은 기본이다 = DRX 촬영
기자: 오늘 인터뷰 자리가 대충 마무리되는 느낌인데요. 두 분 오늘 어떠셨나요?
강퀴: 사실, 베릴 선수와 저는 선수와 해설자라는 입장에 있다 보니까 롤파크에 있으면 오다가다 자주 보지만 앞서 말했던 이유로 인해 일부러 눈을 안 마주치는 편이었어요.
베릴: 그쵸, 강퀴 해설위원님뿐만 아니라 모든 중계진 분들이 중립적인 위치를 지키려고 하는 것이 보여요.
강퀴: 제 언행 하나하나가 의도했느냐의 여부와 관계없이 선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보니 가급적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했죠, 오히려 저는 개인적으로 아끼는 선수라면 더더욱 그런 자세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샌프란시스코의 일을 계기로 벽이 좀 허물어졌고 공감대를 많이 형성한 덕분에 이 자리가 성사되지 않았나 싶어요.
특히 롤을 플레이하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서브 컬쳐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만 베릴 선수 정도로 깊게 파고들며 즐기는 사람들을 만나기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번 인터뷰가 더욱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생각보다 더 닮은 부분이 많아서 놀랐네요.
베릴: 강퀴 해설위원님 말마따나 업계 쪽에서 서브 컬쳐에 관심 가진 사람을 찾기는 쉽지만, 대체로 대중적인 것들을 많이 즐기는 경우가 많아요. 메이플스토리나 로스트아크, 전략적 팀 전투, 발로란트 같은 것 말이죠.
그래서 강퀴 해설위원님과 친근감? 동질감? 동료의식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자리 같아요. 특히 해설자의 관점을 몰랐기에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요.
기자: 이제 서로를 잘 알게 됐으니 앞으로는 조금 더 편하게 대할 수도 있겠네요.
강퀴: 그쵸, 서로 캐릭터 취향에 대해 훈수 좀 두면서 돌릴 수 있죠. '그건 좀 아니지 않냐?' 이런 식으로. 뭐 반대로 DRX 애쉬의 스킨 후보로 엘리시아를 고른 것처럼 서로 인정한 경우도 있었고요.
베릴: 제가 롤을 할때 쓰는 계정의 예전 소환사명인 '율자주세요'나 '영원의 낙원'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제가 붕괴3rd에 처음 입문한 계기가 엘리시아였거든요.
원래 붕괴3rd를 하던 사람들은 근본 없는 캐릭터가 이야기의 맥을 끊었다고 했지만 저는 엘리시아의 외형을 보고 끌려서 붕괴3rd를 재미있게 즐겼고 그러다 보니 빌드업이 잘 된 스토리를 함께 즐기면서 게임에 애정을 가지게 됐어요. 결과적으로 월즈 우승을 통해 엘리시아 스킨을 만들 수 있게 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퀴: 캐릭터의 매력과 스토리를 모두 살리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데 엘리시아는 전부 깔끔하게 만족시켜주면서 증명해냈죠. 서브 컬쳐 내에서도 굉장히 상징성이 높은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엘리시아는 인정이지.
다 좋은데 엘리시아가 없네요 = DRX 촬영
기자: 앞으로의 계획을 간단하게 들어볼 수 있을까요?
베릴: 저는 올해도 DRX의 서포터로 선수 생활을 계속할 것 같습니다. 다른 게임을 하는 것도 많이 좋아하다 보니 게임 출시 기사 많이 찾아보고 있거든요. 내년에도 굳이 호요버스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재미있는 게임을 만나볼 수 있는 1년이 되면 좋겠습니다.
강퀴: 서브 컬쳐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이러나저러나 뽑기가 필수요소거든요. 많이 뽑고 열심히 즐길 수 있도록 내년도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삶의 목표인 오래오래 살아서 양질의 게임 즐기기를 실천할 수 있도록 건강 관리에도 힘쓰겠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남기는 인사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베릴: 월즈 우승 후 재계약을 해서 DRX에서 1년 더 함께하게 됐습니다. 코치진과 선수진에 변화가 많지만 내년도 열심히 준비해서 월즈에도 참석하고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강퀴: 항상 스스로에 대해 모자라다고 생각하지만, 좋은 말씀 해주시는 분이 많아서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기대에 부응해서 좋은 기운 받고 팬 분들도 부디 내년에 행복한 한 해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댓글 이벤트
이번 기사,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본 인터뷰 기사에 댓글을 달아주신 분 중 한 분을 선정하여 베릴 선수와 강퀴 해설위원의 사인이 함께 담긴 DRX 팀 포스터를 보내드립니다.
이벤트 당첨자는 12월 22일(목) 오후 7시, 게임조선 공지 게시판에 발표하며 상품 발송을 위해 안내 메일을 전달할 예정이오니 게임조선 계정 내 개인정보의 메일주소가 실제 사용되고 있는 메일 주소인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만약 실제 사용하지 않는 메일이나 탈퇴/정지/휴면 상태 등의 메일이라면 반드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이메일로 변경 부탁드립니다.
(추가) 이벤트 기간 중 메일링 시스템의 문제로 신규 회원가입 및 비밀번호 찾기 서비스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여 이벤트 기간이 기존보다 2일 연장된 22일까지로 늘어났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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