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임들은 화려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게임의 진화가 아니겠냐는 평가도 있다. 완전한 긍정이 힘들다. 내용적으로는 레벨업, 대규모 전투 등 90년 대 초반 유행했던 그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박에 줄이 더해진 수박이라고 할까
이런 면에서 길드워2는 모양은 물론 맛까지 달콤함 완전한 수박이다. 그래픽은 물론 게임성까지도 타 MMORPG와는 차원이 다른 게임이다.
[편집자주]
엔씨소프트 북미 스튜디오 아레나넷에서 개발한 '길드워2'가 “원활한 서버 운영을 위해 일시적으로 디지털 판매를 중지하겠다”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고, 몇 일전 디지털 판매를 다시금 시작하면서 누적 판매량 200만장을 돌파했다.
유럽 10개 국가에서 전체 게임순위 1위를 차지 할 정도로 크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한글화 되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면, MMORPG 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북미, 유럽 서버에서 플레이중인 한국 게이머들에게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길드워2. 무엇이 언어의 장벽마저 허물게 했는가를 살펴보았다.
◆ 무엇을 해도, 레벨은 오른다
길드워2의 레벨업은 상당히 자유롭다. 몬스터 사냥, 퀘스트는 물론 제작과 채집, 지역 탐험이나 전장에서도 충분한 경험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퀘스트 또한 기존에 익숙했던 MMORPG와는 크게 다르다. 느낌표를 띄우고 퀘스트를 주는 NPC가 없으며, 물음표를 띄우고 퀘스트 완료 보상을 주는 NPC도 없다.
길드워2에서는 퀘스트 지역 범위 안에 들어가거나 퀘스트 이벤트가 발생하게 되면, 맵상에 영역 표시가 나타나고 범위 내의 모든 유저들에게 퀘스트가 부여된다. 이를 완료하는 순간 자동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퀘스트를 깨는 방법 또한 여러가지. 퀘스트에는 '수행도' 게이지가 존재하는데 퀘스트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 외에도 쓰러진 경비병을 부활시켜주거나 보급품을 배달하는 등 퀘스트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면 '수행도' 게이지가 오르게 된다.
플레이어는 몬스터 사냥만으로 '수행도'를 전부 채울수도 있고, 비전투적인 방법(부활, 배달 등)으로 퀘스트를 클리어 하는 것도 가능하다.
◆ 퀘스트, 이전 결과에 따라 천차만별
퀘스트 수행 결과에 따라 다음 연계 퀘스트가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몬스터들이 마을을 습격 할 때 마을 수비 퀘스트가 발생하게 되는데 수비 도중 건물이 파괴되면 퀘스트 종료 이후 파괴된 건물을 수복하는 퀘스트가 등장한다. 건물이 3개가 파괴되었다면 3개를 고쳐야 하며, 1개가 파괴되었다면 1개를 고치면 퀘스트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 퀘스트 수행 레벨이 너무 낮아서 경험치나 보상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없다. 지역에 따라 레벨이 자동적으로 맞춰지기 때문이다. 레벨 40의 캐릭터가 10레벨 지역으로 가면 10레벨로 맞춰지면서 경험치를 얻을 수 있으며 얻게 된 경험치는 40레벨로 돌아갔을 때 그만큼 비례하여 증가하게 된다. (다만, 효율은 40레벨일 때 경험치를 얻은 것 보다 낮은 수준)
대부분의 유저들이 퀘스트를 위주로 레벨업을 하고는 있지만, 오로지 탐험이나 전장만으로 레벨을 올리는 유저들도 존재한다. 그만큼 다른 루트로도 충분한 경험치를 획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길드워2에서 유저들이 달성할 수 있는 최고레벨은 80레벨이며, 라이트 유저들도 빠른 속도로 부담없이 만레벨을 달성할 수 있다.
◆ 경쟁 보다는 협력, 느긋하게 즐기자
길드워2에서 파티플레이는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다. 즉, 파티 매칭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 일례로 필드 보스 전투와 정예 퀘스트에서도 파티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유는 파티를 하지 않더라도 전투에 참여했다면, 모든 플레이어가 경험치와 보상을 100%만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퀘스트를 깰 때도 옆에서 전투중인 플레이어가 있으면 몬스터를 같이 잡아주면 같이 클리어가 된다. 어려운 정예 몬스터도 혼자서 싸우다 보면 누군가 와서 도와주고 간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 몬스터를 처치해야 하지만, 그 유저의 입장에서는 그냥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같이 때렸을 뿐이다.
이 시스템의 헛점을 이용하여 한 대씩 툭툭 건드려놓고 구경만하는 얌체 유저들도 있지만 뭐 어떠하랴. 나에게 직접적인 손해는 없으니 대부분 그냥 어려워하는 유저 한번 도와줬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분위기.
거기다 쓰러진 플레이어를 부활시켜 줬을 때 얻는 경험치가 몬스터를 사냥해 얻는 것보다 많아 유저 한 명이 쓰러지면 우르르 달려들어 부활시켜주는 진풍경도 볼 수 있다. 이러한 협력, 비경쟁 시스템은 서버간 전투인 WvW(Wolrd vs World)에서 우리 서버를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한다.
◆ 서버와 서버의 대립, WvW
길드워2의 전장은 WvW로 진행된다. 유저나 종족간의 대립이 아닌 서버간의 대립으로 일정 지역을 두고 3개의 서버가 대결하게 된다. 전장의 주 목적은 우리 거점을 방어하면서 상대 거점을 점령하는 것으로 전장에는 크고 작은 거점들이 여러 개 존재한다.
수비가 튼튼한 거점을 공격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주로 공성병기를 이용하는데, 공성병기는 아군 거점에 있는 보급품을 이용하여 제작할 수 있다. 이 보급품은 일정 시간마다 거점으로 보급된다. 수비팀도 보급품을 사용하여 거점을 수리 할 수 있어 상대방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것 또한 중요한 전략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전장에 입장하면 캐릭터의 레벨이 최고 레벨로 변경되어 저레벨 때 부터도 원활한 참여가 가능하다. 거기다 경험치도 입수 할 수 있어 마음만 먹는다면 전장에서 최고레벨을 달성하는것도 가능하다.
WvW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 거점을 많이 점령한 서버에는 경험치나 아이템 획득률 등의 혜택이 주어지게 되며, 특정 서버가 너무나 우세하여 밸런스가 맞지 않게 되었을 때는 비슷한 서버끼리 겨룰 수 있도록 매칭을 변경시켜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2주에 한 번씩 변한다)
◆ 또 다른 재미, 숨겨진 보물을 찾아볼까?
월드에는 수십개의 지역이 있으며 상당히 넓은 편이다. 각 지역에는 여러 개의 탐험 포인트와 명소, 스킬 포인트등이 존재하는데 탐험 포인트와 명소에서는 쏠쏠한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레벨에 비례하여 경험치를 주기 때문에 정말 쏠쏠하다. 스킬 포인트 지역에서는 해당 퀘스트를 완료하면 스킬을 습득하는데 필요한 스킬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하나의 지역 안에 존재하는 모든 포인트와 퀘스트를 완료하게 되면 지역 완료 보상으로 많은 양의 경험치와 쓸만한 고급 장비를 얻을 수 있다.
또 퍼즐이라 부르는 보물상자가 있는데 이 보물상자들은 던전 깊숙히 숨겨져 있어 이곳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위험한 몬스터들을 뚫고 지나가거나 징검다리를 뛰어다녀야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그만큼 훌륭한 보상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지사.
◆ 기다림, 한글판 버전 언제쯤?
길드워2는 상당히 혁신적인 게임이다. WOW가 기존 게임들에서 장점들을 골라모아 하나로 집약시켜 기준을 만들어 내었다면, 길드워2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기존의 MMORPG들은 잔잔한 호수에 플레이어가 뛰어들어 이슈를 만드는 성향이 강했지만, 길드워2는 흐르는 강물에 자신의 몸을 맡긴다는 느낌이다. 즉, MMORPG 본연의 목적인 "역할 수행"을 독특한 방법으로 강조한 셈.
퀘스트는 항상 움직이고, 환경도 같이 변한다. 곁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나중에 경쟁할 상대들이 아니며, 힘을 합칠 동료가 될 존재들이다. 훌륭하고 흥미로운 시스템들이 가득한 길드워2. 국내 서비스를 기다려 본다.
[이준목 기자 erich@chosun.com][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