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할만한 게임이 나왔다. 그래픽이며 타격감, 게임 시스템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수작임에 틀림 없다. 엔트리브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MVP 베이스볼 온라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첫 테스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게임과 야구 팬들이 몰리며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익숙한 게임 환경은 유저들이 쉽게 게임에 접근할 수 있게 돼 있으며, 훌륭한 선수 묘사는 보는 재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모든 리뷰와 언론 기사들이 이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좋기 때문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다. 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홀로 "노"라고 하고 싶은 기질 때문에 '막돼먹은 리뷰'를 택했다.
◆ 짬뽕의 품격
중국집에서 먹는 음식 중 자장면과 쌍벽을 이루는 음식이 짬뽕이다. 이 음식은 갖은 재료와 국물의 오묘한 조화로 풍미를 느끼게 하는 인기 메뉴다. 비가 오거나 서늘한 바람이 분다싶으면 생각나는 음식이다.
짬뽕의 품격은 어떤 재료가 섞이냐에 달렸다. 값비싼 재료와 진한 육수의 맛에 따라 명품과 그냥 그런 짬뽕 사이를 오간다. 쉽게 돈주고 사먹기 힘든 짬뽕도 있는 반면 가장 값싸면서 맛난 음식이기도 하다.
서론이 긴 이유는 MVP 베이스볼 온라인의 성격이 현재 딱 짬뽕 수준이기 때문이다.
과거 MVP 베이스볼 PC나 콘솔 버전을 경험했던 유저들에게는 아니겠지만 이들을 경험하지 못했던 대다수 유저들에게 이 게임은 '슬러거'의 플레이 시스템과 '프로야구매니저'의 카드 시스템을 섞은 것과 같아 보인다. 두 게임의 장점을 따 와 EA의 그래픽으로 옷만 갈아입힌 듯해 보이는 것이다.
물론 과거 게임을 즐겼던 유저들은 아니라고 항변하겠으나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온라인으로 게임을 시작한 탓에 MVP 베이스볼 온라인이 짬뽕같아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MVP 베이스볼 온라인이 명품 짬뽕이 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두 게임의 재미보다 더 뛰어난 무엇인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대두된다. 이를 EA의 우수한 그래픽으로 내세울 수도 있으나 그래픽이란 익숙해지면 그만이기에 내세울 수 있는 핵심 콘텐츠가 필요하다.
MVP 베이스볼 온라인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는 냉정하게 슬러거와 프야매에서 맛봤던 이상이 아니었다.
◆ 해설, 용기는 갖췄다. 하지만…
이 품격을 떨어뜨리는 요소 중 하나는 경기 상황과 동떨어진 중계멘트들이다.
사실 해설자 이병훈은 정말 재미있다. 재미있는 것을 넘어서 맛깔스럽게 경기를 야구 팬들에게 전달한다. 이 때문에 게임 해설자로서 하일성, 허구연, 이효봉 등 경쟁력을 갖춘 쟁쟁한 해설자들보다 이병훈 해설이 더욱 적합해 보인다.
하지만 게임 내 적용된 이병훈 해설의 멘트는 말 그대로 '어이상실'이다. 2볼 상황에서 "이 상황은 발빠른 주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볼 카운트"라고 하다가 그 다음 타자 앞에서는 2스트라이크에서 같은 말을 한다.
수비 상황에 맞춰서는 계속 반복되는 투수의 구질 설명밖에 기억에 남지 않는다. 다른 말들도 많지만 워낙 구질 설명을 반복하다보니 딱 세 경기 플레이하고는 사운드를 꺼버리고 말았다.
물론 이번 테스트가 첫번째 테스트였고, 앞으로 언제든지 나아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해설자 멘트야 추가하면 되고, 각 상황별로 다시 정렬해 대입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인상이 별로였다는 것 때문에 많은 퀸카, 킹카들을 놓쳤던 연애경험들을 들어봤을 때 MVP 베이스볼 온라인에서 중계진들의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정들게 되면 게임도 애인 못지 않게 사랑하게 되는 것이니까.
◆ 결국 현질로…
첫번째 테스트였지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결국 이 게임이 유저들을 현질(현금으로 게임 아이템 등을 구입하는 것을 일컷는 속어)의 늪으로 빠져들게 만들 것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게임사들이 매출을 올리고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 투지비를 확보하기 위해선 유저들의 지갑을 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 점에서 앞서 개발됐던 많은 야구 게임들이 카드 시스템으로 재미를 본 적도 많다.
하지만 또 앞서 많은 게임들이 현질로 게임머니를 구입하고 선수 카드를 뽑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게임 밸런스를 해치기도 했다. MVP 베이스볼 온라인이 갖추고 있는 카드 시스템이나 스카우트(선수 뽑기) 등은 유저들의 현질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최근 게임 산업 트렌드가 공개서비스를 짧게 하고 상용화를 돌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게임 서비스 초반 많은 승리를 거두고 싶은 유저들은 지갑을 열게 돼 있다. 게임 밸런스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 장밋빛 미래
MVP 베이스볼 온라인에 대해 열심히 "노"를 외쳤지만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흥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려한 그래픽으로 실제 선수들의 얼굴을 볼 수 있고 야구 게임의 생명인 투타간의 전략적인 승부와 하끈한 타격감까지 갖출 것은 다 갖췄기 때문이다.
관건은 공개서비스와 상용화까지 잘 갖춰진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느냐다. 엔씨소프트가 프야매로 야구 게임 유저들을 상대해봤던 엔트리브에 이런 대작을 맡긴 이유도 이들 요소를 잘 배치할 것으로 믿기 때문일 것이다.
첫 테스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MVP 베이스볼 온라인이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상직 기자 sjoh@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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