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좋아하지만 플레이는 서툴고 배우는 게 더딘 직장인 A양(25). A양은 "요즘 할만한 신작 게임 없나?"하고 찾아보던 중 '카오스온라인'을 발견했다.11월 마지막 주의 오픈베타테스트 게임(공짜!)은 그것 뿐이었지만 그녀는 선뜻 '카오스온라인'을 해 볼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다. 이 게임의 원작인 '워크래프트3 카오스'를 몇 년전 친구따라 해봤다가 죽기만 해서 부활 대기만 넋 놓고 바라보던 '안 좋은 추억' 뿐인 어려운 게임으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쉬워졌다"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귀가 솔깃해졌고, 예쁜 여자 캐릭터 일러스트도 A양 취향이라 용기를 내어 한 번 해보기로 했다. 과연 '카오스온라인'은 A양에게 재미 있는 게임이었을까, 또 한 번의 트라우마를 남기는 게임이었을까? 그녀의 좌충우돌 '카오스온라인' 체험기를 들여다보자.
※ A양의 솔직한 후기를 담기 위해 편의상 일기 같은 형식으로 작성된 점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 이벤트로 상품도 주고 있어서 끌렸을지도[...]
게임을 할 때 제일 먼저 해야되는 클라이언트 설치는 다른 신작 게임들에 비해 빨리 끝났다. 게임을 실행하니 '튜토리얼을 하시겠습니까?' 하고 묻길래 초보답게 '네!' 했다.
튜토리얼로 넘어가는 로딩 창에서 마음에 들어했던 캐릭터 일러스트가 나와서 뿌듯하게 바라보며 기다렸다. 화면 왼쪽에 내 로딩 게이지가 뜨는 걸 보니 FPS(1인칭 슈팅) 게임처럼 P2P 방식으로 진행되는가 보다 했다.
▲ 잠시 후 알게 된 그 캐릭터의 이름은 '아그네스', 1레벨부터 함께할 영웅이다
처음 본 '카오스온라인'의 게임 화면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였지만 기억 속 '카오스' 보다 널찍하고 깔끔했다. 튜토리얼에서는 영웅을 좌클릭해 선택하는 것처럼 기본적인 조작 방법을 알려줬다. 자꾸 다른 곳을 클릭해 영웅이 선택 해제되는 것만 빼면 그리 어려울 것 없는 조작 방식이었고, 사소한 행동에도 보상을 주니 괜스레 우쭐해졌다.
튜토리얼에서 아이템을 구입해 사용하는 방법을 배웠는데 솔직히 뭐가 뭔지 잘 몰랐다. 물약은 먹으니 반응이 와서 그렇다 쳐도 장비 아이템 종류는 시키는대로 클릭해서 사긴했지만 뭐하는 데 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떤 아이템은 '조합 아이템'이라 최상위 아이템으로 조합하면 인벤토리 압박이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스킬도 아리송했지만 직접 사용하는 방식의 '액티브' 스킬과 항상 적용되는 '패시브' 스킬, 그리고 궁극기 스킬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궁극기 스킬을 쓸 때 수많은 궁수들이 '아그네스'와 함께 일제 사격하는 모습이 멋져 정말 '궁극기술' 같았다.
▲ 여러 개를 하나로 합치면 인벤도 옵션도 이득
다음 튜토리얼에서는 원래 게임의 진행 방식을 배웠다. 먼저 상대 진영의 감시탑을 격파하고, 파수병기를 없애고 적 진영으로 나아간다. 그 다음 병영과 수호탑을 부숴 상대 진영의 전력을 약화시킨 뒤에야 최후요새를 무너뜨리고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하나씩 차례대로 부숴나가면 되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았다.
그 단계를 끝냈더니 다음에는 다짜고짜 다른 유저들이 있는 방에 투입됐다.
조금 놀란데다가 영웅 선택도 직접 해야해서 허둥지둥 랜덤 선택을 눌렀더니 '영혼석'이라는 것이 소진돼 버렸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영혼석'은 지금 레벨에 사용 가능하지만 계약되지 않은 영웅도 불러올 수 있게 해주는 랜덤 선택용 아이템이라고 한다.
모두가 영웅을 선택하고 나니 5초 뒤 게임이 시작됐다. 각 진영 5:5로 총 10명이 한 방에서 대결을 펼치는 구도였다. 우리 진영인 신성연합은 5시, 상대인 불사군단은 11시로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상대는 컴퓨터 플레이어인데 이리저리 도망다니거나 협공을 펼치는 듯 사람 같은 플레이를 보여줘 컴퓨터인지 알아채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 튜토리얼이 끝나니 함께 즐기는 재미의 시작!
감시탑과 파수병기는 혼자서 상대하기 버거워 적진에 쳐들어가기 위해서는 두 명 이상이 함께 움직여야 했다. 지금까지 배운대로 스킬을 쓰고 아이템을 맞추고, 위험할 때는 귀환으로 도망쳐가며 게임을 했더니 왠지 모를 쏠쏠한 재미가 생겼다. 특히 궁극기를 썼을 때 상대 영웅이나 건물이 추풍낙엽처럼 스러질 때 신이 났다.
다른 유저들과 둘, 셋이서 몰려다니며 감시탑부터 하나씩 무너뜨리다보니 어느 새 승리에 도달했다.
처음으로 다른 유저들과 게임을 했지만, 게임 자체가 P2P(유저 호스트) 방식으로 진행돼 가끔 로딩이 느린 것으로 티나는 '렉' 유저가 있으면 끊기는 점이 불편했다는 것 외에는 매끄러운 진행을 즐길 수 있었다. 원거리 캐릭터에게는 렉이 너무나 치명적이고 방 안의 10명 모두가 렉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에 호스트 방식은 어느 정도 보완됐으면 싶었다.
▲ 스스로도 야속했지만 나가달라고 해야만 하는 상황…
몇 차례 더 초보자 대전에서 그럭저럭 좋은 성적을 거두고 5레벨을 달성했다. 이제 용기를 내어 일반 대전에 참가해보기로 했다.
일반 대전을 누르니 자동으로 방을 검색해줬는데, 미처 진영 선택을 하지 못해 한 번도 해 본적 없는 불사군단 방에 들어가고 말았다. 방에서 나가는 버튼을 찾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전투에 참가하게 됐다.
허둥지둥 대는 사이에 무난한 캐릭터는 다른 사람들이 다 선택해버려서 '메두사'를 골랐다. 하지만 역시나 서투른 플레이로 2번 죽었더니 같은 편에게 "적한테 경험치 주지 말고 나가라"고 핀잔 받았다.
단지 이 게임에 익숙하지 않을 뿐인데 냉대 받으니 상처가 컸다. 나가는 것도 20분 후에야 기권이 가능했는데, 창피한 상황에 계속 머물고 싶지 않아 강제종료하고 말았다. 적어도 방을 나갈 수 있게 해주거나 같은 편의 다른 유저들 레벨은 10 정도였으니 좀 더 낮은 레벨끼리 플레이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하고 원망했다.
▲ 나가기 버튼 없음.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하지만, 게임을 끄고 나니 묘하게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재미는 있었다.
MMORPG를 할 때는 나의 활약이 눈에 띄게 돋보인 적이 없었고, 액션 게임을 할 때는 동작 하나하나를 조작하기에 바빴고, 전략 게임을 할 때는 머리도 손도 바빴는데 '카오스온라인'에서는 이런 아쉬움 없이 각각의 재미를 모두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와 협력해야 할 필요성도 있어 친구랑 하기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초보자 모드로 돌아와 더 많이 연습을 하기로 했다. 게임에 서툰 초보자들과 같이 하는 기존 '카오스' 유저들 역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게임을 하기가 미안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카오스' 때보다 게임 자체는 쉬워졌다지만 많은 것들을 외워야하고 협동이 중요한 게임에서 유저들의 실력 차이 자체는 정말 노력말곤 해결책이 없는건지 생각해보게 됐다.
'카오스온라인'도 '스타크래프트2'의 래더처럼 유저의 실력을 따져서 매칭을 해준다지만, 정작 게임에 서툴러 친절한 매칭이 필요한 초반에는 기준이 될만한 성적이 많이 쌓이지 않은 상태라서 이런 일이 생긴게 아닐까?
진짜 의미에서 진입 장벽이 낮은 게임이 돼줬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내일은 욕 먹지 말아야지"하는 목표로 계속 정진해야겠다.
[게임조선 편집국 gamedesk@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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