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시 접속자 수가 아니라, '동시 시청자 수'가 5만 명이다.
이게 얼마나 비현실적인 수치인지는 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안다. 으레 게임사 공식 방송이라 하면 준비된 대본을 읊조리는 홍보의 장이거나, 쏟아지는 비난을 견디지 못해 채팅창을 닫아버리는 '일방통행'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아이온2'의 라이브 방송은 달랐다. 결국 5만 개의 눈동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개발진은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현안을 들고나와 유저들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교감했다.
사실 이번 방송의 성과는 단순히 '유명세'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게임 공식 방송의 틀을 깨부순 것은 '개발진' 그리고, 매번 라이브 방송 때마다 최고 시청자 수를 경신한 바로 이 '데바'들의 연대였다.
아이온2가 선택한 소통 방식은 세련된 쇼맨십보다는 투박한 진정성에 가깝다.
채팅창에 올라오는 날 선 질문들을 거르지 않고, 오히려 "저희도 그 부분은 뼈아프게 생각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5만 명이라는 숫자는 그저 구경꾼들의 모임이 아니었다. 내가 발 딛고 있는 세계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길 바라는 데바들의 '집단지성'이자, 개발진의 노력을 실시간으로 검증하려는 뜨거운 열망이었다.
기존 MMORPG들이 운영의 실책을 '공지사항'이라는 차가운 텍스트와 지극히 절제된 문장 뒤에 숨겼다면, 아이온2는 PD와 사업실장의 일그러진 미간과 떨리는 목소리, 어쩌면 실수, 어쩌면 방송 사고라고 할 만한 발언들을 그대로 노출했다. 이 지점에서 유저들은 '기업 엔씨'가 아닌, 우리와 함께 밤을 새우며 버그와 싸우는 '동료'로서의 개발진을 발견했을 터다.

5만 명의 시청자가 몰린 방송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피드백 루프다. 이날의 숫자가 증명한 것은 라이브 서비스의 새로운 지표였다.
지난 한 달간 아마도 여섯 번쯤? 몇 번의 라이브 방송과 함께 지난 4주간 '아이온2'의 변화를 봤을 때, 매 방송마다 최고 시청자 수를 갱신하는 '아이온2'의 모습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지향해야 할 궁극의 지점이 어디인지 보여준다. 이제 유저들은 단순히 게임의 밸런스만 소비하지 않는다. 그 밸런스를 맞춰가는 '과정'과 개발자의 '태도'까지도 콘텐츠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가 '아이온2'를 통해 보여주는 이런 파격적인 행보는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화려한 연출보다 중요한 것은 유저의 언어로 대화하는 법을 배우는 것임을, 그리고 진심은 5만 명이라는 거대한 인파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스스로 입증해냈다.
기자는 이번 방송을 보며 한때 우리를 설레게 했던 온라인 게임의 황금기를 떠올렸다.
개발자와 유저가 게시판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운영자가 게임 안에서 유저들과 어울리던 그 시절의 온기 말이다. 아이온2는 그 아날로그적인 소통의 가치를 2025년의 라이브 방송이라는 최신 플랫폼 위에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결국 '게임'은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즐기는 '놀이'다.
5만 명의 데바가 한목소리로 응원과 비판을 쏟아낸 그 시간은, '아이온2'가 단순히 '잘 만든 게임'을 넘어 '함께 만들어가는 세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가장 명확한 증거다. 지금 이들이 흘리는 땀방울이 헛되지 않았음을, 5만 명의 시청자라는 숫자가 그 어떤 훈장보다 무겁게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기꺼이 모험을 떠날 수 있다. 다시, 사람의 온기가 담긴 아트레이아로.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