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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블라인드 픽?

신호현 기자

기사등록 2024-06-15 10:01:08 (수정 2024-06-15 1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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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2024 MSI의 우승컵을 한국팀인 젠지가 들면서 채워진 국뽕이 가시기도 전에 어느덧 LCK의 2024 서머 시즌이 개막했습니다. 몇몇 팀에서 아마추어 고수로 유명한 '리퍼', '에디'등을 영입했다는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최근 발표된 소식 중에 화제가 된 내용이 있었는데요. 2부 리그인 LCK 챌린저스에 먼저 시범적으로 적용되는 '피어리스 드래프트(Fearless Draft)' 제도입니다.

피어리스 드래프트는 매치 중 이전 세트에서 사용한 챔피언은 재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조항으로 3판 2선승제인 정규 시즌 경기를 기준으로는 매치마다 최소 20개에서 최대 30개의 챔피언이 등장할 수 있으며, 플레이오프 다전제부터는 4세트까지 총 40개의 챔피언이 등장하되 마지막 경기인 5세트에 한해 사용 금지가 해제되는 방식이죠.

이번 서머부터 바로 LCK에 도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북미 2부 리그에서는 이미 적용된 바 있으며 중국 1부 리그인 LPL은 이를 정규 시즌의 그룹 스테이지에 제한적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최근 LCK도 내년 스프링 시즌부터는 해당 제도를 도입할 것을 발표했죠.


2024 LPL 정규 시즌 경기는 밴픽창 아래에 이전 세트에서 선택한 챔피언이 금지되는 피어리스 드래프트가 적용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피어리스 드래프트의 보편적인 적용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을 표하는 의견 또한 적지 않습니다. 기존에 비해 더욱 다양한 챔피언과 전술이 등장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에 팬들의 입장에서는 매일이 신선하고 새롭겠지만 메타를 정리하고 정리된 메타에 알맞은 소수의 챔피언을 연습하며 승리로 이어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찾아야할 선수와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혼돈 그 자체일 뿐이니까요.

심지어 종종 나오는 조커픽 전략의 경우 그 가치를 완전히 상실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의견 또한 보이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다전제를 치르던 도중 등장한 조커픽이 상대에게 예상치 못한 일격을 날릴 경우 최소한 진영으로 바꾸거나 밴카드 1개를 추가하게끔 유도하며 밴픽 단계에서 이점을 취할 수 있지만 피어리스 드래프트 제도에서는 그냥 조커픽이 나온 한 세트를 넘기면 손쉽게 해결되기 때문이죠.

이처럼 리그 규정의 변경은 항상 구단 및 선수, 시청자들에게 파란을 몰고 오는 중대사항 중 하나인데요. 이번 조선통신사에서는 지금까지 LCK 역사를 돌아보며 큰 이슈가 된 규정 및 제도에 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 '블라인드 픽' 제도

- 진짜 실력을 판가름하는 것은 미러전이다


옛날 옛적, 클템이 쉔 정글로 리그를 평정하던 시절에...

2012년, 게임 전문 방송국이었던 온게임넷(現 OGN)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더 챔피언스(롤챔스)'가 출범했고 이는 2014 시즌까지 연간 3회(스프링, 서머, 윈터)로 대회로 한국 시장 내에서는 태동기였던 LOL e스포츠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해외 각지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통칭 롤드컵 진출을 위한 서킷 포인트가 제공되는 크고 작은 대회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지역별 리그가 자리를 잡은 것은 놀랍게도 한국의 롤챔스가 그 효시격입니다.

선구자가 항상 겪는 여러 시행착오 때문일까요? 롤챔스는 지금의 각지 리그와 비교하면 독특한 그림이 굉장히 많이 나왔습니다. 참가팀과 선수 구성의 변동이 매우 컸기에 원년(2012년)에는 외국팀인 '씨엘지 북미/씨엘지 유럽(CLG NA/EU)', '프나틱', '나투스 빈체레' 등이 섞여 있는가 하면 '황충아리'라는 별명으로 이슈가 된 케빈스페이시(이상준 선수)가 몸담고 있던 직장인 팀 '작은 하마'가 이슈가 될 만큼 굉장히 참가팀의 스펙트럼이 넓었거든요.

하지만 이 시기에 다른 것보다 가장 유명한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면 보통 손꼽는 것은 바로 '블라인드 픽'입니다. 다전제의 마지막 경기는 밴카드가 일절 사용되지 않고 서로의 픽을 전혀 공개하지 않는 그야말로 경기 시작 전까지는 서로의 눈을 가려놓는 상남자(?)식 밴픽이었죠. 정확히 따지면 노멀 큐라고 불리는 '빠른 대전(비공개 선택)'과 동일한 규칙입니다.


'블라인드 픽에서 겹쳐지는 챔피언'은 '당시의 사기 챔피언'으로 치환해도 무방합니다

블라인드 픽에서는 하나씩 챔피언을 고르거나 뺴면서 유효한 전략과 상성을 고려하고 조합을 구성하며 룬 세팅을 하는 모든 과정이 일절 의미가 없기 때문에 순전히 챔피언의 성능과 플레이하는 게이머의 실력 그리고 어쩌다가 고른 챔피언이 상성으로 잡히는 운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풀세트 결승전인 2012 서머 시즌, 2013 서머 시즌, 2014 서머 시즌에는 당시 성능이 가장 좋았던 챔피언인 이즈리얼(2012 서머), 쉔/제드(2023 서머), 마오카이/야스오/알리스타(2014 서머)를 양 팀 모두 고르는 모습을 보여줬죠.

​이로 인해 나오는 블라인드 픽은 나오는 챔피언만 계속 나오는 노잼 규정이 아니냐는 성토가 있었고, 실제로 전략성의 부재, 운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는 점 때문에 프로 대회용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아 LCK로 리런치 이후 2016년 스프링 시즌을 기점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미러전'이라는 살벌한 진검승부 그리고 이를 지켜볼 수 있는 관객 입장에서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 또한 분명했으며, 우리가 아는 그 유명한 '페이커 VS 류의 제드 미러전'도 결국엔 블라인드 픽 제도가 없었다면 성립되지 않았을 명장면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블라인드 픽'은  단점만 드러내놓고 덮어두기보다는 '그런 일도 있었지' 정도의 추억으로 생각하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충 '엄청난 피지컬, 컨트롤', 'Faker! what was that'을 부르는 마법의 장면

 

■ '교차 드래프트' 제도

- 너 하나 나 하나 사이좋게 번갈아가면서


교차 드래프트 시스템의 도입은 대체로 다른 게임 쪽이 빠른 편이었습니다

2017 스프링 시즌 이전까지 양 팀에게 주어진 밴카드는 3개씩이었습니다. 물론 픽과 밴의 순서를 양팀이 번갈아 가며 진행하게끔 설정해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 당시에도 충분히 전략적인 선택은 가능했지만 이 시기까지도 특정 챔피언과 조합에 힘이 편중되어 있는 것을 부수기는 결코 쉽지 않았죠. 여전히 나오는 챔피언과 나오는 조합은 계속 나왔고 메타의 고착화는 끝날 길이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10개의 밴카드를 도입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것이 바뀌게 됐습니다. 가용할 수 있는 밴카드의 증가로 대회 진행 당시 솔로랭크 환경을 지배하는 챔피언들의 지긋지긋한 모습을 방송 경기에서조차 계속 보게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고, 밴카드 또한 한꺼번에 전부 소진하지 않고 나눠서 쓰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의 조합을 빼앗거나 변형하는 변조를 주거나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카운터 픽을 꺼내들 수 있게 됐죠.


2022 LCK 서머 당시 리헨즈는 메타픽이었던 유미 그리고 유미의 카운터인 신지드(...)라는 조커픽이 가능했습니다 

특히, 지금도 여전히 블루/레드 진영에서는 좋은 조합을 구성하는데 있어 우선권을 가진 블루 진영의 승률이 대체로 높은 편이긴 하지만 이 교차 드래프트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달라진 것은 '조커픽'의 등장 가능성입니다. 레드 진영의 마지막 픽인 4,5픽에서 정말 기상천외한 카드가 등장하여 비장의 한 방을 노릴 수 있게 됐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보고도 못막는 막장 이지선다가 성립하기도 하죠.

덕분에 교차 드래프트는 게임의 전략성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인정 받아서 솔로 랭크 환경에서도 10개의 밴카드가 사용되도록 업데이트가 진행됩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는 솔로랭크 환경은 순서대로 밴을 하지 않고 각 플레이어가 하나씩 밴카드를 할당받아 즉시 사용하기 때문에 완벽한 교차 드래프트는 아니며, 밴카드를 전부 사용한 뒤 적용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양 팀에서 동일한 챔피언을 금지하는 중복 밴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해당 챔피언이 솔로랭크에서 엄청나게 강력하다는 증거이므로 제작사가 밸런싱을 진행하는 측면에서 충분히 유의미한 데이터로 쓸 수 있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변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크로노 브레이크' 제도

- 시간아 되돌아가라


게임 내 에코의 '시공간 붕괴'도 상태를 완벽하게는 되돌리지 못한다는 점에서 실제 '크로노 브레이크'와 닮은 점이 있죠

2017 서머 시즌부터 도입된 '크로노 브레이크'는 인게임 등장 챔피언인 '에코'의 궁극기와 동일한 이름을 가진 대회 전용 시스템입니다. 에코의 궁극기 시공간 붕괴(영문명:Chrono Break)는 궁극기를 사용 가능한 시점부터 에코의 마지막 행동을 기준으로 4초 전 위치, 체력, 마나 및 스킬 쿨타임의 상태를 모두 기록하며 발동 시 그 4초 전의 상황으로 에코를 되돌려 놓고 넓은 범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기술입니다.

크로노 브레이크도 이와 비슷하게 진행 중인 게임의 모든 변수와 데이터를 저장해 특정 시간대로 되돌려 게임을 재개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재경기 혹은 판정승/판정패만 존재했기 때문에 게임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치명적인 버그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모두가 인지하고 지켜보던 그 상황까지 온전하게 되돌릴 수 없다는 특성이 있었고 결국 어느 한 팀에게는 반드시 손해가 강제될 수 밖에 없으며 이후 발생하는 알력다툼은 중재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죠.

이 크로노 브레이크의 도입으로 인해 부득이하고 불필요하게 발생하는 재경기와, 재경기로 인해 따라오는 부작용도 막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분명 공이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도 어느정도는 드러나고 있어 현 시점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크로노 브레이크가 사용되는 것 자체가 '테크니컬 퍼즈' 이슈가 발생했다는 증거이므로 예방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크로노 브레이크로도 막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2022년 서머 시즌에서는 심지어 두번이나 크로노 브레이크와 관련된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심판진의 판단 실수로 크로노 브레이크 시점을 잘못 선택하여 결과적으로 돌리나 마나 한 상황에서 재시작하거나, 인게임의 버그 문제로 인해 크로노 브레이크를 했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결국 재경기를 치르는 상황이 그 사례입니다.

물론 큰 규모의 e스포츠 대회를 진행하는 이상 가급적 클라이언트 오류나 진행에 차질을 주는 버그가 최대한 없도록 사전 준비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결국 게임도 규정도 사람이 만드는 이상 완벽할 순 없고, 그렇다고 크로노 브레이크가 문제라고 보기에는 크로노 브레이크 덕분에 빠르게 경기를 속행할 수 있었던 사례들도 충분히 많았기 때문에 의견이 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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