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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리뷰] 기본에 충실한 메트로배니아 '사망여각', 전통 설화 재해석한 조선 할로우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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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리스 스튜디오'의 플랫포머 게임 '사망여각'이 첫 등장으로부터 6년 만에 4월 8일 출시된다.

사망여각은 한국의 전통 설화 '바리공주'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사망여각의 주인공 '아름'은 바리공주 설화에서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갖은 고초를 다 겪은 바리데기처럼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저승으로 떠난다. 이 과정에서 아름을 도와주는 '설'이나 '두꺾이', 저승을 방황하는 다양한 망령과 맞닥뜨리고, 아버지 죽음 뒤에 숨겨진 음모를 마주하게 된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한국적 색채가 짙다는 것이다. 앞서 간략하게 설명한 스토리 외에도 '심청전'이나 '콩쥐팥쥐'를 연상케하는 등장인물들, 동양의 저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배경과 주변 건물 등 다양한 곳에서 익숙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둣가에서 허름한 운동복 차림으로 라면을 먹는 저승사자들이나 저승 건물에 설치된 와이파이 기기와 소화기, 영혼들의 쉼터인 '사망여각' 내부의 정수기와 각종 포스터 등 고전 설화라는 모티프를 살리면서도 낡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개발자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저승사자를 찾아가 저승으로 떠난 주인공 아름 = 게임조선 촬영


고궁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에 와이파이와 소화기를 배치했지만 큰 어색함이 없다 = 게임조선 촬영


게임기를 가지고 노는 운동복 차림의 NPC와 정수기, 포스터가 친숙함을 불러일으킨다 = 게임조선 촬영

게임 방식은 흔히 '메트로배니아'라고 일컫는 게임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 비선형 구조의 세계를 돌아다니며 적을 물리치고, 퍼즐을 풀어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이다. 새로운 무기와 기술을 얻어 이전에 갈 수 없었던 장소에 도달하고, 강대한 적을 물리치면서 한 단계씩 성장하는 맛이 이 장르의 가장 큰 핵심이다.

장르적인 면에서 바라볼 때 사망여각은 기본에 충실한 게임이다. 낫이나 방망이 등 무기에 따른 다양한 공격과 점프와 회피를 이용한 컨트롤, 특성 포인트를 소비해 캐릭터에게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는 방식, 부서지는 발판과 부딪히면 피해를 입는 특수 지형 등 기본적인 요소를 잘 버무렸다.


가시 오브젝트나 부서지는 발판 등 방해 요소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늘어난다 = 게임조선 촬영


특성을 투자해 캐릭터를 강화하는 것도 이 장르에선 일반적인 방식 = 게임조선 촬영

물론 기본에 충실했다고 해서 아쉬운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웅덩이나 가시 같은 방해 요소가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요소는 실수 한 번에 바로 사망하도록 만드는 방해물이지만, 사망여각에선 대다수의 방해물과 부딪혀도 단순히 에너지가 조금 닳는 선에서 끝난다.

몬스터에게 직접 닿아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는 피격 방식도 아쉬운 부분이다. 마치 격투 게임처럼 몬스터의 공격 판정에만 닿지 않으면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미약한 방해물 효과와 합쳐지면 게임의 전체적인 긴장감이 떨어지는 효과를 만든다. 방해물에 의한 즉시 사망 효과와 몬스터 직접 피격을 더해 상위 난이도를 제공하면 더 재밌는 게임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수상비는 필요 없으니 익사를 만들어달라 = 게임조선 촬영


공격 판정 박스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대미지를 입지 않는다? 이거 완전 대전 격투 게임이네 = 게임조선 촬영

다만, 기본적인 부분을 충실히 구현한 반면 사망여각만의 특색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지난 체험판 공개 이후 많은 유저가 '할로우 나이트'나 '오리와 눈먼 숲' 등 기존에 좋은 평가를 받은 메트로배니아 작품들과 비교하는 일이 많았다. 이러한 비교는 각 작품의 우위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진행 방식의 유사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망여각은 한국 전통 설화라는 모티프만으로 충분히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본다. 비단 앞서 설명한 스토리뿐만 아니라 메트로배니아에서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 전투 면에서도 한국의 전통 설화라는 모티프를 살린 각종 무기 기술로 새로움을 더했다. 예를 들어 '수확의 낫'의 무기 기술을 사용하면 영혼을 수확하고, '불가사리의 방망이'를 망령에게 쓰면 보화를 만들어내는 도깨비방망이처럼 동전이 생성된다. 이를 단순히 다른 게임에 한국 설화 스킨을 씌운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자칫 '국뽕'으로 빠질 수 있는 모티프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고 콘텐츠로 구현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메트로배니아 마니아들에겐 뻔한 부분이 많긴 하다 = 게임조선 촬영


무기에 따라 콘셉트에 맞춘 특수 기술이 게임의 재미를 살려준다 = 게임조선 촬영

문제는 게임 외적인 부분에 있다. 루트리스 스튜디오가 게임 제작을 처음 발표했을 당시 사망여각의 장르는 메트로배니아가 아닌 고전적인 RPG에 가까웠다. 메트로배니아의 횡스크롤 액션 RPG 방식이 아니라 탑뷰 시점에서 진행되며, 전투 역시 턴 방식의 전투나 슈팅 게임 등 다양한 방식이 가미된 게임이었다. 루트리스 스튜디오는 모금 당시 닌텐도의 유명 RPG '마더' 시리즈와 인기 인디게임 '언더테일'에 가까운 게임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결국 정식 출시를 앞두고 등장한 게임은 초기 기획과 다른 메트로베니아 방식의 게임이었다. 물론 6년 동안 쉬지 않고 개발에 매진해 훌륭한 성과를 내면서 후원자들과 약속을 지킨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형 언더테일을 기대한 후원자들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후원 모금 당시 출시된 언더테일의 인기가 사그라들고 '할로우 나이트'가 등장하자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장르를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사망여각의 흥행 여부는 게임의 완성도와 별개로 이를 극복하는 방식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텀블벅' 펀딩 당시 소개문의 게임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 게임조선 촬영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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