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롤 파크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의 2025시즌 17경기, 18경기가 진행됐다.
지난주, 젠지 이스포츠에게 1패씩 내주긴 했지만 여전히 유력 우승후보로 꼽히는 강팀 '한화생명 이스포츠(HLE)'와 '티원(T1)'이 새터데이 쇼다운에서 격돌하게 되며, 하위권 탈출의 실마리를 잡아야 하는 '케이티 롤스터(KT)'와 '비엔케이 피어엑스(BFX)' 또한 피할 수 없는 일전을 벌이게 됐다.
특히, T1의 경우 LCK컵에서 맹활약을 펼친 스매쉬(신금재) 선수가 교체 출전을 통해 충분히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고 전략적인 측면에서 하이퍼 캐리나 스킬샷 위주의 원거리 딜러 운용에서 장점을 보인다는 전략적 이점 때문에 기존과는 다른 경기 양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 17경기 한화생명 이스포츠 vs 티원

시작부터 양 팀 정글러가 활발하게 라인에 개입하며 엄청난 킬교환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HLE는 모든 라이너가 고른 성장세를 보인 반면, T1은 오너(문현준)의 나피리에게 힘이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T1은 나피리라는 챔피언의 강점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 오너를 중심으로 빈번한 교전 설계를 보여줬고, 실제로 오너는 무리의 부름을 통한 어그로 리셋을 믿고 대놓고 탑에 다이브를 쳐서 상대 바텀 듀오를 모두 해체해버리는 묘기를 보여줬지만 그 사이에 피넛(한왕호)은 도란(최현준)의 연거푸 찔러주며 초반이 2데스를 기록한 제우스(최우제)에게 힘을 실어준다.
연거푸 갱을 허용하고 미드 로밍까지 다녀오면서 성장차가 벌어진 도란의 럼블은 이후 제우스의 제이스를 상대로 주도권을 잡을 수 없게 됐고, 17분에 벌어진 대규모 교전에서 제카(김건우)가 T1의 상체를 운명봉인으로 묶어 단숨에 처치하고 패주하는 과정에서 나피리의 제압골드가 제우스에게 들어가며 HLE가 승기를 잡는다.
이후 제우스와 제카가 압도적인 사이드 주도권을 활용하여 맵 전역을 넓게 쓰며 상대를 흔드는 사이 피넛과 딜라이트(유환중)이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고 내셔 남작 버프를 손에 넣은 뒤 31분만에 넥서스를 파괴하며 1세트를 가져갔다.

T1에 오랜만에 칼리스타-애쉬를 기용하며 국면 전환을 노렸지만 HLE는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케이틀린-레나타를 잡은 바이퍼(박도현)과 딜라이트 듀오는 상대가 라인전 주도권을 잡아서 서포터의 발이 풀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고 피넛의 신짜오는 동선을 틀어 라인을 밀려고 하는 상대측 미드와 바텀을 한번씩 찔러 전부 유효타를 기록했다.
특히 초반 바텀 갱킹 과정에서 역갱을 노리고 들어온 오너의 점멸이 무의미하게 빠지면서 극초반 자르반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깃창플을 당분간 사용할 수 없게 만든 HLE는 훨씬 편하게 라인전을 진행할 수 있게 됐고 제우스가 대치 중이던 도란을 솔로킬내버리며 게임이 완전히 터지는 지경에 이른다.
결국 25분경 HLE는 갓 나온 내셔 남작을 쳐서 T1을 불러낸 다음 상대를 전멸시키는 동시에 바론 버프를 획득하고, 그대로 정비를 마친 다음 게임을 끝내 스윕으로 2주차를 마무리한다.
■ 18경기 케이티 롤스터 vs 비엔케이 피어엑스

시작부터 KT가 바텀 2:2 구도를 대패하면서 불리해진 구도에 있었으나 비디디(곽보성)가 랩터(전어진)의 선제 갱킹을 당했음에도 빅라(이대광)을 길동무로 데려가는데 성공했고, 탑-바텀 스왑 구도에서 로밍으로 상대 바텀을 잡아내며 필요할 때 해주는 해결사의 면모를 보여줬다.
KT의 상체가 힘을 내주며 두번째 유충 교전에서 판정승을 거둬 터져버린 경기를 정상 궤도를 올려놓았고, 오히려 이를 바탕으로 드래곤을 먼저 쳐서 스택을 쌓는 모습을 보여주며 BFX에서 서서히 조급한 플레이가 나오기 시작한다.
어떻게든 킬스코어는 동등하게 따라가는 모습이었으나 내셔 남작 생성 직후 주변 시야를 장악하는 과정에 KT의 일부 병력을 끊어내려던 BFX의 시도가 현월수호를 강탈하여 있는대로 어그로를 끌고 생존한 비디디 때문에 완전히 망가졌고, 초반에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파덕(박석현)과 피터(정윤수)의 대활약으로 KT가 단숨에 격차를 벌려 넥서스 파괴에 성공한다.

2세트에서도 BFX 바텀 듀오의 파괴적인 경기력이 돋보였다. 1세트와 비교하면 라인전에서 크게 득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비디디에게 다소 발이 느린 챔피언인 빅토르가 주어지자 KT의 상체 클러치가 나오기 힘들어져 야금야금 차이를 벌리기 시작했고 탐식의 아타칸을 둔 교전이 벌어지기 전에는 2코어를 완성하며 1,500골드의 격차를 냈다.
20분 전후로 벌어진 정신없는 교전 상황에서 랩터의 자이라가 끝내 탐식의 아타칸 획득에 성공하며 대승을 거두고 게임은 급격하게 BFX 쪽으로 기울었다.
사실상 피터의 알리스타에게 탱킹 부담이 쏠리는 상황이었지만 궁극기 없이는 탱킹이 불가능할 정도로 BFX 딜러진의 화력이 살벌해진 상태였고 특히 디아블(남대근)은 거침없이 앞으로 비전이동을 시전하면서 KT 전원을 밀어내는 진풍경을 보여줬다.
결국 대놓고 바론을 치는 상황에서 길을 뚫으려던 커즈(문우찬)이 상대방의 마크를 뚫지 못하고 사망했고 뒤늦게 따라온 KT 병력을 전부 쓸어담은 BFX가 세트승을 거둬 1:1 상황을 만든다.

3세트에서는 비디디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해주는 모습을 보여주며 KT가 승리를 가져갔다. 파덕의 바텀 선취를 시작으로 미드에서는 비디디의 솔로킬, 적절하게 커즈를 호출하여 스왑을 진행하고 있던 BFX 바텀의 허리를 끊는 세트플레이가 이어지며 KT가 채 5분이 되기 전에 4킬을 기록, 기세를 잡는데 성공한다.
모든 라인에서 우세를 기록하고 있다 보니 글로벌 궁극기인 판테온의 거대 유성을 보유하고 있는 KT가 운영 측면에서도 편한 부분이 있었고 맵을 넓게 쓸 수 있는 구도에서 끊어먹기와 어그로 핑퐁에 강점을 가지는 엘리스도 빛을 발휘했다.
그나마 22분경에 턴을 지나치게 길게 쓰는 KT의 덜미를 잡아 일부 제압킬을 획득한 BFX가 어떻게든 반격의 실마리를 잡는 듯 싶었지만 비디디와 파덕이 끝까지 살아남아 손해를 최소화했고 병력을 쪼개 드래곤을 사냥하던 것을 커즈가 스틸하면서 구도를 완벽하게 망가뜨리는데 성공한다.
결국, KT는 그대로 BFX의 본진으로 진격하여 2:1 승리를 확정짓고 시즌 첫 매치승을 기록한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