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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일리 Pick] 봄에 찾아온 휴식 같은 친구, '마비노기 모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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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 모바일'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출시 전, 직후에는 여러 게임 외적인 면에서 조리돌림 당하는 분위기도 있긴 했지만 결국 선입견과 뜬소문에 흔들리지 않고 직접 해본 사람들에게만큼은 기획의 의도가 잘 전달되는 모양새다.
 
적어도' 마비노기 모바일'은 모바일 플랫폼의 편의라 여겨지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마비노기'라는 고집스러운 브랜드는 지켰다는 평을 내릴 수 있겠다.
 
 
모바일 MMORPG라는 장르는 사실 국내 게임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모 게임의 성공에서 비롯된 정형화되고, 장르화된 시스템 덕분에 매출 하나는 잘 뽑아주지만 게임성 면에서는 변별력이 없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일부 회사는 이를 아예 본격적으로 '한국형 MMORPG'라고 이름 붙여 도대체 재밌자고 하는 게임에서 '무한 경쟁', '가치 보존'을 내세우기까지 할 정도. 그래서 여러 IP로 모습만 탈바꿈한 그저 그런 MMORPG가 매출 차트를 점령하는 것을 봐왔다. 축하는 하지만 솔직히 즐겨 해본 적은 없다.
 
그걸 '그 나크'가 몰랐을까? 어쩌면 매출 면에서는 검증된 길(차마 쉬운 길이라고 하진 않겠다.)이 있음에도 '마비노기 모바일'이 주력한 것은 '판타지 라이프'였고, 이를 위한 환경 조성과 그곳에서 '모험하는 즐거움'이었다.
 
자동 이동과 자동 전투가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된 모바일 플랫폼에서 몰입감을 부여하는 것은 그야말로 난제가 됐다. '마비노기 모바일'이 고민한 것도 바로 그 부분이었다. 남보다 강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이 주변 잡기들을 '하고 싶어서', '할 수 있어서' 하게 만드는 것. 
 
 
'마비노기'의 매력은 레벨을 올리고, 장비를 강화해 전투력만을 올리는 것만이 아니기에 '마비노기 모바일'은 자동 전투에 의한 무한 성장을 배제했다. 대신 그 외 시간을 특유의 협동 컨텐츠, 생활 컨텐츠로 채웠다. 직업 레벨 20보다 채광 레벨 20을 찍기 위해 눈 부릅 뜨고 광맥을 찾아 헤매게끔. 
 
사냥터에서 좋은 자리 맡아서 몹 한 마리 잡을 시간도 아까워하고, +1 수치 하나에 기꺼이 수천만 원을 쓰곤 하는 이 치열한 MMORPG 장르에서 '철괴' 하나를 만들기 위해 '곡괭이'를 만들고, '광맥'을 찾아 떠나고, '광석'을 찾고, 또 내구도가 떨어지면 수리하고, 이를 반복하는 작업을 기꺼이 하게 만들었다.
 
결과는? 보다시피, 보란 듯이, 성공이다.
 
'마비노기 모바일'가 보여주고 싶었던 감정은 '휴식'이다.
 
 
그 시작은 NPC와의 교감에서부터다. 마비노기 모바일 NPC들은 쉽게 표현하자면 이용자의 '자존감 지킴이'에 가깝다. 모두가 주인공을 반겨주고, 물건 하나 사는 단순한 행위에서조차 기뻐하고 아쉬워한다. 저런 표정도 준비했나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감정 표현을 준비한 것 역시 그 때문.
 
입력된 값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서정적인 필력에서 오는 그 세세한 스크립트 한 줄이 게임의 분위기를 파스텔톤으로 바꿔주기에 충분하다. '마비노기 모바일'에서의 NPC들은 기능을 위해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 마을에서의 각자의 삶을 지켜보내며 또 그들만의 모험을 하고 있음을 단편적으로 들려준다.
 
'크리스텔'에게 단서를 찾기 위한 퀘스트가 '크리스텔에게 이동하기'와 '크리스텔에게 말 걸기'로 나누어져 굳이 터치 한 번을 더하게 만든 것도, 구해온 책을 건네주고, NPC가 책을 읽을 때까지 몇 초간 기다려야 하는 것도 이 같은 소통의 호흡을 전하기 위함이다.
 
 
이들은 건네오는 말이 고우며, 소통하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기에 덕분에 NPC 얼굴과 이름이 기억에 남고, 쉽게 매칭된다. 기능으로만 기억되는 여타 게임과 다른 차이점이다. 
 
다음은 같은 이용자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이다. 이미 원작을 오랫동안 즐겨온 수준급의 '밀레시안'들이 정착해 분위기를 주도해서인지 몰라도 이 느긋한 삶을 즐기는 다른 이들과의 소통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괜히 예쁜 코스튬을 입고 있는 유저를 보면 졸졸 따라다니게 되고, 누군가 연주를 하고 있으면 멈칫 서서 듣게 된다. 똑같이 달걀을 훔치다가 수탉에 걷어 차이는 다른 유저를 보면서 "ㅋㅋㅋㅋㅋㅋ"를 안 칠 수가 없는 것. 게임의 그래픽 스타일 때문인지 흔한 닉네임조차 어느 카페 디저트 메뉴처럼 부드럽다. 어쩌다 스텔라 픽 한 장 받으면 누가 나를 찜했는지 괜히 궁금해진다. 나조차 생각 없이 아무나 찍고 있음에도.
 
 
이 게임에서는 유난히 화면 안, 내 캐릭터 옆에 서 있는 모르는 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자연스럽다. 어쩌면 그게 MMORPG의 기본과도 같은 것인데도.
 
세로형 화면으로 즐길 때 내 캐릭터에 집중하게 만들어 마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구성한 것 역시 같은 바람이 느껴지는 부분이며, 메인 퀘스트나 서브 퀘스트, 아르바이트 외에 이용자가 선택한 일에 맞추어 그때그때 퀘스트 목표가 갱신되는 것 역시 동기부여를 돕기 위한 독특한 구성이다.
 
거의 모든 모바일 게임들이 고민하는 분야 중 하나인데 '마비노기 모바일' 역시 초반 노잼 구간이 존재한다.
 
오랜 기간 다져온 '마비노기'의 방대한 컨텐츠를 소개해 주려다 보니 잦은 튜토리얼과 시스템 가이드를 준비해야 했고, 또, 이곳저곳 사냥도 다니고 마을도 들리고 하면서 "지금 내가 뭐 하는 거지?" 싶은 구간이 존재하고, 이 구간은 다른 모바일 MMORPG와의 변별력이 떨어지는 구간, 바로 노잼 구간이다.
 
사냥도, 채집도, 제작도 사실 어느 게임에나 맛보기 정도는 있는 메뉴다 보니 그걸 알려주려는 시도조차 조악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하지만 노잼 구간이 있다면 빅잼 구간도 있기 마련. 역설적이게도 '마비노기 모바일'의 빅잼은 성장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난 이후, 귀찮아서 스킵하고 넘어 갔던 각종 컨텐츠를 다시 배우고, 직접 찾아 다녀야 하는 순간에서 발현된다.
 
슬슬 까딱하면 죽어버리는 심층에서부터 던전의 면면을 살펴보기 시작하고, 완숙한 모험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65레벨 등반과 어비스 입문을 눈앞에 두면 비로소 '마비노기'의 다양한 컨텐츠가 자연스럽게 눈에 보이고, 손에 걸리고, 발에 챈다. 하나하나 내가 다 준비해야 해서 귀찮아 보이는 채집도, 제작도 하나씩 빈칸을 채워가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해결해 나가다 보면 상당한 충족감을 얻을 수 있다. 비로소 '에린'에 잘 적응했음을 말해주기도 한다.
 
 
물론 종래에는 전투력과 생활력이 존재하기에 '전설 룬'부터 시작해서 '보석'과 '장비 옵션'까지 치열하고자 하면 치열하게 즐길 수도 있는 게임이다. 아무리 '판타지 라이프'라지만 편의성 면에서도 해결할 것들도 많다. 그놈의 불길한 소환 망령 궁수가 순삭되어 숟가락도 못 얹는 상황이 며칠째 반복된다거나, 어비스 플레이에서 특정 직업군의 입김이 약한 것도 아쉬운 부분일 수 있다. 때문에 원작 '마비노기'가 이터니티라는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처럼 '마비노기 모바일'의 이야기도 서둘러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다행히 '마비노기' 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변하긴 했다.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가 반가우면서도 약간 낯설기도 한 딱 그 정도로만.

[김규리 기자 gamemk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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