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 게임즈 MOBA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전설의 전당 헌액식이 6월 6일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진행됐다.
전설의 전당은 다른 스포츠의 명예의 전당을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기념 행사로 라이엇 게임즈는 초대 헌액자로 T1의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선정했다. 10년 넘게 프로 생활을 이어오면서 선수 경력과 실력, 인성 면에서 다른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친 것을 기리는 것이다.
이날 행사는 오상헌 라이엇 게임즈 아시아태평양 e스포츠 총괄, 존 니던 라이엇 게임즈 e스포츠 사장, 이정훈 LCK 사무총장의 축사,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대표의 기념 차량 수여식,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토크 세션과 유니폼 사인식, 트로피 전달식, 그리고 미디어 질의응답 순서로 진행됐다.
이하는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미디어 질의응답 전문이다.
Q. 자신에게 영향을 준 스승, 라이벌, 팀메이트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이상혁: 스승은 김정균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데뷔 때부터 같이 활동했다. 감독님 덕분에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라이벌은 그때마다 다르다. 최근 젠지를 많이 만나 쵸비 정지훈 선수가 인상적이다. 팀메이트는 지금 팀원들과 가장 오래 했기 때문에 정이 많이 들었다. 올해 많은 업적을 이루고 싶다.
Q. 서머 시즌과 월즈 목표는 우승일 것이다. 헌액자로 첫 일정이라 어떤 마음가짐일지 궁금하다.
이상혁: 이번 행사는 과거의 제 업적을 기리기 위한 자리다. 앞으로 기록은 과거와 상관없이 매 시즌 새로운 길을 닦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업적을 뒤로하고 계속 나아갈 것이다. 앞으로 경기에 집중하겠다.
Q. 벤츠와 오랫동안 함께하고 있다. 자신과 벤츠가 어떤 점이 닮았다고 생각하는가?
이상혁: 계속해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점이다. 프로게이머 입장에선 순발력과 반응 속도가 닮았다고 생각한다.
Q. 스킨 안 쓰기로 유명하다. 전용 스킨 차가 생겼다. 차에 이름을 붙인다면?
이상혁: 차에 이름을 안 붙여서 잘 모르겠다. 벤츠에 많이 감사를 표하고 싶다.
Q. 페이커 선수를 돌아보는 행사다. 고전파로 시작해 김정균 감독의 제의로 프로가 되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이상혁: 처음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은 리스크 있고 실패를 하면 학업과 병행이 안되어 위험한 직업이었다.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누구나 해볼 수 있는 경험이 아니고, 실패해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경험의 가치를 높게 생각해 프로게이머가 되었다.
Q. 리그 오브 레전드에 어떤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는가?
이상혁: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게임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고, 제가 기여한 것은 제 몫을 다하고 좋은 팀을 만나 우승한 것이다. 프로로서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 e스포츠를 위한 최우선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선수들이 있고, 각자 다른 선수에게 배우는 환경이 중요 요소라고 생각한다.
Q. 다른 종목에선 명예의 전당으로 불린다. 처음 프로게이머가 된 것은 돈을 보고 시작했다고 말했지만, 명예로 바뀌었다. 프로게이머가 지켜야 하는 명예는 무엇인가?
이상혁: 팬들과 자아실현이 중요하다. 우승이 중요하고 선수로서 가치가 어떻게 평가되는가가 명예라고 생각한다. 제가 생각하는 명예도 같다.
Q. 가장 먼저 가족과 팀원들이 생각나겠지만, 첫 킬의 선수인 앰비션 강찬용 선수나 제드 일기토 류 류상욱 감독처럼 명장면을 만든 선수들도 있었다. 기억나는 선수가 있다면?
이상혁: 뱅이나 울프와 원래 게임 외에 다른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예전 선수들이랑 같이 소통하면서 친해지고 있다. 이렇게 예전 선수들과 함께하는 것도 뜻깊은 행동 같다.
Q. 좋은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 말이나 행동에 신경을 쓰는가?
이상혁: 어렸을 때부터 신중한 성격이라 프로게이머로서 어려움은 없었다. 이 직업이랑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항상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 때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한다. 게임을 보는 시청자 층이 어리고, 그만큼 매체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제 가치관으론 절제되고 바람직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사우디 e스포츠 월드컵은 새로운 무대다. 어떤 의미며 목표는 무엇인가?
이상혁: 사우디는 처음 간다. 사우디는 돈이 많은 나라라는 인식이 강해서 이번에도 그런 것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다. 사우디 가서 분위기도 보고, 새로운 대회 참여하는 것에 재밌다고 생각한다.
Q. 다른 프로스포츠의 경우 은퇴 선수가 헌액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페이커 선수는 현역이다.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나?
이상혁: 게이머의 삶을 살다 보면 다른 스포츠에 관심을 두기 어렵다. 명예의 전당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처음 알았고, 은퇴 전에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들었다. 사실은 잘 모르겠다. 그만큼 많은 분께서 인정해 주셔서 뜻깊은 헌사를 받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Q. 꾸준히 T1에서 활동하고 있다. 팀에 대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 앞으로의 관계는?
이상혁: 입단 전부터 좋은 팀이라고 생각했고, 함께하면서 돈독해지고 선수보다 일원이 된 느낌이다. 앞으로 좋은 관계로 많은 팬분께 즐거움 드리는 관계로 키워나가겠다.
Q. 2013년부터 프로 생활을 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다양한 변화를 겪은 선수는 드물다. 블라인드 픽처럼 사라진 방식 중 되살렸으면 하는 것이 있는가?
이상혁: LPL에서 이전 픽을 선택하지 못하는 방식을 보여줬는데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블라인드 픽도 보는 분들 입장에서 즐거울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는 분들이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헌액되기 위해 인성, 커리어, 영향력 등 여러 가지가 중요한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음 헌액자는 누구로 예상하는가?
이상혁: 커리어나 실력이 우선시될 것 같다. 다음 선수는 잘 모르겠다.
Q. T1을 고집하는 이유는?
이상혁: e스포츠판이 많은 변화를 겪었다. 산업적 성장이 급격하게 일어나 한 팀에서 계속 뛰는 경우가 없었다. 다른 팀 이전도 고민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T1의 여러 가치가 저랑 잘 맞았고, 여러모로 팬분들도 계셨고, 한국 롤의 숙련도도 높아 여러 요소가 겹쳤다.
Q. 10년 커리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이상혁: 항상 팬분들이 언급하는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작년 징동전이 떠오른다.
Q. 예전에 벤츠 전기차를 받았다. 많이 타봤나?
이상혁: 전기차를 잘 몰랐는데 타보니 전기차의 팬이 되었다. 이번 차는 전기차는 아니지만 너무 감사하다.
Q. 초창기엔 돈이나 명예를 좇았지만, 팬들을 위하게 되었다고 했다. 가치관이 바뀐 계기는?
이상혁: 작년에 스스로 삶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이 했다. 돈이나 명예는 한시적이고 계속 큰 것을 쫓게 된다고 생각한다. 제게 의미 있는 것 중 하나가 팬분들이 저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시고, 게임이라는 매체가 부정적인데 좋은 영향력을 어떻게 펼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생활하려고 생각한다.
Q. 페이커 신전이 문을 열었다. 직접 방문하고 팬과 인사를 나눌 계획은?
이상혁: 오늘 가서 답사를 하려고 했다. 신전이라는 단어가 부담스러운데 한번 가볼 생각이다. 대상혁 예배를 하시던데 저도 예배드리고 오겠다.
Q. 페이커 선수에게 많은 선수가 영감을 얻는 이유가 굴곡이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극복하는가?
이상혁: 지금도 굴곡이 있다. 그런 것들을 이겨내면서 성장했고, 다른 분들이 이런 모습에서 힘을 받으시면 좋겠다. 편지를 많이 받는데 힘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항상 감사드린다.
Q. 팀원들 반응은?
이상혁: 직접 표현하지 않아도 무대에서 얘기하는데 뿌듯한 표정을 보여줘서 축하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Q. 페이커에게 롤이란?
이상혁: 많은 분들 앞에서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꿈도 못 꿨는데 많이 해보니까 되더라. 생각을 진솔한 말로 하게 되고, 선수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은데 어렸을 때 대화를 많이 하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대화를 많이 하게 되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지 접근하는 방식도 배우게 되었다.
Q. 많은 선수가 보고 있을 텐데 페이커가 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는 한 마디 부탁한다.
이상혁: 노력하신다고 제가 될 거라고 말씀드리진 못하겠다. 게임을 많이 생각하고, 본인만의 강점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10년 넘게 선수 생활했는데 페이커만을 위한 유니폼을 받았을 때 심정이 궁금하다.
이상혁: 세계 단 하나 밖에 없는 유니폼이라 뜻깊었고, 물건보다 사람들의 마음이 와닿았다. 많은 분께 축하를 받을 수 있어서 뜻깊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