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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물열전] 도-모, 슬레이어입니다! 하이쿠를 읊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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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주연과 조연, 다양한 등장인물이 있듯이 게임에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게이머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특히, 대작이라 평가받는 게임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작품 밖에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등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게임은 게이머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선사하며 일상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어 줍니다.
 
때론 주인공, 때론 친구, 때론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킨 개발자들까지 게임에 관련된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습니다.
 
[편집자 주]

길티기어 시리즈의 조연 중 하나인 슬레이어=상, 이 남자 참으로 댄디합니다. 1,000년을 묵은 흡혈귀라는 정체 때문에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대단하여 언제나 달관한 태도를 유지하고, 그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여유를 잃지 않으며 목숨을 건 싸움조차 스쳐 지나가는 여흥거리로 생각하기 때문에 말 안듣는 젊은 이들에게 공평하게 꿀밤 한번씩 먹여주고 지나가는 '세계관 최강자'의 포스를 뿌리고 다니죠.

​그렇다고 젊은 이들을 멸시하고 다니는 꼰대가 아니라는 점 또한 이 캐릭터를 빛나게 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호전적인 전투광이지만 살생은 싫어하며 새파랗게 어린 조직의 후배들이 반기를 들더라도 그들의 의견을 경청 후 자신과의 전투를 통해 가치를 증명하면 최대한 존중하는 등 좋은 상사의 귀감으로도 충분한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음속보다 빠르고 법보다 가까운 '마파 헌치'의 댄디함을 느껴보라

​남들은 마법과 과학이 한데 어우러진 초과학병기인 '아웃레이지'나 온갖 '금주법', '기어화' 등등의 치사한 술수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 댄디한 남자는 오로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두 주먹 하나로만 전투에 임하고 있으며 그 강함의 차원이 다른 덕분인지 법보다 빠른 주먹이 상대에게 먼저 날아간 후 비로소 겉옷이 따라오거나 주먹이 꽂히면 맞은 상대는 지구 한바퀴를 돌아서 슬레이어의 뒤에서 날아오는 등 그윽한 연출이 돋보입니다.

​라운드 내에서 KO를 당하더라도 꼴사나운 비명을 지르거나 쓰러지는 일 없이 가만히 서서 턱을 괴는 모습은 그 남자만이 취할 수 있는 댄디함의 극치이며 맞으면 실제 죽는 일격필살기나 굴욕을 선사하는 기술에 피격당하더라도 그의 얼굴에서는 여유로운 미소는 떠나가지 않습니다.


▲ 지도를 바꿔버릴 수준의 버섯 구름이 생겨나도 그저 여유만만한 그는 역시 댄디하다

그는 지독하게 아내 '샤론'을 사랑하는 천상 사랑꾼이기도 합니다. 살기 위해서는 인간의 피가 필요하여 부득이하게 암살 조직을 운영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러한 저주받은 운명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 불로불사 체질의 아내 '샤론'을 만나자마자 미련 없이 사회에 해악을 끼칠 우려가 있는 조직에 대해 해산을 선언하였으며 매 시리즈에서 등장할 때마다 아내와 찰떡같이 붙어다니며 부창부수를 실천하고 다니는 중입니다.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슬레이어가 꼼짝 못하는 상대가 바로 '샤론'임을 제작진이 공인하고 있으며 보기 드물게 슬레이어가 침착한 태도를 잃는 장면은 오로지 샤론과 관련된 상황에서만 등장하고 있죠. 하지만 그만큼 쿵짝이 잘 맞고 있기 때문에 슬레이어의 기행을 이해해주고 그의 댄디즘을 옆에서 같이 실천해주는 것 또한 샤론입니다.


▲ 이 댄디한 남자를 휘어잡는 여자 또한 어찌 보면 댄디함의 극치일지도

그의 댄디즘을 완성시켜주는 마지막 방점은 바로 풍류입니다. 일본식 자작시인 '하이쿠'를 짓는 것이 취미이기 때문에 구작에서는 일격 필살기 연출에서 무작위로 하이쿠가 들어가고 있으며 최신작인 스트라이브에서는 일격 필살기 시스템이 삭제됐지만 매치 승리를 따낼 경우 아내와 함께 한 소절씩 하이쿠를 읊어 완성시키는 황금 패턴을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정상적인 인간의 사고 패턴을 가지고 있지 않기도 하고 시대를 초월하는 센스 덕분에 그의 하이쿠는 범인(凡人)들로부터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슬레이어의 주먹 앞에 쓰러진 상대는 그가 하이쿠를 읊는다면 이를 듣고 모두 '댄디'를 외치며 감탄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부모 고릴라, 조부모도 고릴라, 나는 고릴라와 같이 언뜻 보면 아무말 대잔치 같은 소절이 나오더라도 결코 그의 댄디즘을 의심하려 들지 마십시오. 우리는 스킵 버튼이나 재시작을 빠르게 누르기보다는 하이쿠를 감상하고 댄디를 외치며 감탄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지상과제입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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