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드라마 트루디텍티브 시즌4 봤는데 실망스러웠음. 기대했던 부분은 정보 접했을 때 조디 포스터가 포함된 여자경찰 둘이 알래스카에서 미스테리한 사건을 수사하는 얘기에 살짝 코스믹호러 같은 느낌도 있다는 점이었음

예전에 러브크래프트꺼 광기의 산맥이라는 소설 봤었는데 1950년쯤에 남극 처음 간 탐사대가 어디에서도 못본 1만미터짜리 거대한 산이 주욱 늘어서있고 그게 다 똑같이 생긴걸 보며 되게 불길해하는 부분이 있거든. 그리고 핏자국이 보이고 처음 보는 생물의 사체가 있고 해서 기괴했었음. 물론 참형사는 현실기반 드라마니까 그런건 없겠지만 그래도 언뜻 풍경이나마 그럴싸하게 나올줄 알았는데 기대랑 너무 다르더라

코스믹 호러는 없다시피 하고 경찰들이 수사하는 내용도 적고 중요한 부분에서 신비한 예감에 의존함. 페미니즘 얘기를 넣는거는 요새 대세일테니까 익숙하지 근데 연대를 중요시하려고 원주민 얘기를 넣으면서 명확하게 선악구도를 여성과 원주민은 선하고 남성은 침략자다 이렇게 잡고 가니까 얘기가 너무 납작해져버림..

얘기가 흐르면서 변화한다든가 아니면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든가 하는 입체적인 인간이 없고 남자는 무능하고 나쁨, 여자는 영리하고 선함, 원주민은 선함 여기서 변하지 않음. 애초에 시청자층을 여성으로 한정한거 같은데 문제는 이 시리즈는 아재들이나 보던 드라마라는 거임. 아재용 드라마를 페미니즘 사이다 서사로 만들어놔서 리뷰 찾아보니까 성별별로 평가가 극과 극이다.

그간 남자가 주인공하던 시리즈에 쌓인게 많았다는듯 조디 포스터는 시종일관 신참 남자형사를 개같이 갈구고 굴림. 이런 식의 의아한 분풀이가 시즌내내 이어짐. 나중에는 신참이 아빠(나쁨,비리경찰)를 죽이게 되는데 시신유기를 도와주는 사람이 대학교수 하다가 은퇴한 여성 노인이지만 이상하리만치 극지생활 전문가임

멋진 여성캐릭터를 만들려다보니 인생내내 책상에서 펜대 굴리던 교수가 시체를 물 밑에 가라앉히려고 폐에서 바람을 빼는 것까지 능숙하게 하게 된 것임. 마치 사람 많이 죽여서 유기해본 것마냥. 그렇게 여성의 도움을 받아 아빠의 시신을 아들이 얼음바다에 유기하는게 한 해의 마지막날이고 시신 유기를 마치고보니 새해가 되어 있음. 좀 얄팍하다는 생각이 듬

그리고 연대하면 큰 힘이 생긴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지 원주민 여성들 모이는 장면마다 음악을 깔고 신비해보이는 연출을 함. 그게 너무 과해서 백인들이 오묘한 이국의 음악을 들으면서 아 좋네요 영적인 느낌이 드네요 하면서 미개인취급을 칭찬으로 숨기는 느낌이었음. 이런 부분이 위선적이라고 느낌. 감독도 보니까 멕시코에서 온 이민자던데 원래 살던 사람들 존중한다면서 이해는 없이 묘사만 신비하게 해주는 거 같았음

애초에 알래스카 원주민이 왜 힘들고 어떻게 힘든지는 아예 얘기가 안나옴. 원주민인 주인공 여동생은 정신질환을 앓다가 자살까지 하는데 고통의 배경은 없고 우리들은 원래 힘들어요 이런 대사로 퉁침. 미국인들이야 말하지 않아도 다 알지 않냐는 걸 수도 있지만 그래도 묘사가 너무 부족하다고 느낌. 제레미 레너 나오는 윈드리버라는 영화 보면 원주민들 어떻게 사는지 나오거든? 불쌍하게 대하지도 않는데 사는 모습만 보여줘도 너무하네 싶음. 이 드라마는 그런 것도 없이 그냥 위하는 모양만 내는 것 같았음. 그래서 위선 같은거

마지막으로 형사물인데 수사가 별로 없음. 시즌1,2,3은 형사가 메인이라 정말 드라마 내내 돌아다니면서 탐문수사 하고 질문해서 얻은 답변 속 사소한 디테일에서 단서를 얻어서 점점 진실을 알게 됨. 시즌4는 자꾸 신비한 힘이 끼어듬. 환청이 들리기도 하고 죽은 사람을 보는듯한 장면도 나오는데 분위기 연출용도 아니고 수사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결국 형사물로 시작해서 미스테리물로 가다가 우덜식 사이다 결말로 엥?하면서 끝남. 그렇게 알맹이는 페미니즘뿐인 드라마가 되었읍니다.

만듦새도 구려. 때깔 곱게 하고 장면전환마다 힙한 음악, 오묘한 음악 튼다고 작품성이 생기는게 아닌데.. 진짜 한 화 50분동안 음악 나오는게 10~20분은 될거임. 진심 애플티비가 드라마 더 잘만들듯 

살인사건현장 수사하면서 fuck만 말하던 미드 wire

옛날 hbo 드라마나 다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