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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팬들 가슴에 대못, 영화·드라마 원작 게임

성수안 기자

기사등록 2024-05-04 20:00:48 (수정 2024-05-04 20: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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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유명 게임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드는 것처럼, 유명 영화나 드라마를 게임으로 만드는 사례가 많습니다. 원작 IP의 유명세를 활용해 게임의 흥행 요소로 삼는 전략이죠. 잘만 만든다면 게임의 흥행뿐만 아니라 가라앉은 원작 IP의 인기를 다시 살리며 '정주행'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죠. 하지만 못 만들면? 게임의 흥행 실패는 물론 원작 IP에 대한 이미지 실추까지 안 하느니만 못한 시도가 되어버립니다. 게다가 불행하게도 사람들 기억에 더 오래 남게 될 것입니다. 잘 만들었을 때보다 더 오래 말이죠.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런 기대 이하의 작품들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게임사에 길이 남을 역대 최고 게임들이 출시된 2023년엔 마찬가지로 게임사에 길이 남을 역대 최악의 게임인 '반지의 제왕: 골룸'과 '스컬 아일랜드: 라이즈 오브 콩'이 출시되었고, 올해는 시작부터 '수어사이드 스쿼드: 킬 더 저스티스'와 '킹덤: 왕가의 피'라는 원작 팬과 게이머 모두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게임이 출시되었죠.

​대놓고 망치지 않으면 실패하기도 어려운 영화와 드라마 원작 게임들. 대체 어떻게 만들었길래 원작 팬, 게이머, 전문가 모두에게 외면받게 된 걸까요?

킹덤: 왕가의 피

넷플릭스 '킹덤'은 가상의 조선에서 펼쳐지는 좀비 드라마입니다. 주로 현대나 근미래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삼는 대다수의 좀비 영상물과 다르게 중세 조선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 기존 사극에서 보기 힘든 좀비라는 설정을 적극 사용한 사극이라는 점에서 좀비 영상물과 사극 양쪽 장르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넷플릭스 첫 한국 드라마인 킹덤은 이렇게 독특한 설정과 멋진 영상미로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두어 넷플릭스를 비롯한 각종 OTT에서 한국 드라마를 제작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국내에선 액션 스퀘어라는 게임사가 PC 모바일 멀티 플랫폼 ARPG '킹덤: 왕가의 피'를 개발했습니다.

​드라마에 등장했던 조선에서 좀비들을 상대하는 소울라이크를 표방했지만, 출시 후 게이머들의 스팀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며 현재까지도 '대체로 부정적'에 머물고 있습니다. 게이머들은 드라마에서 선보인 킹덤 IP의 매력, 그중에서도 시각적인 디자인은 잘 살렸지만 소울라이크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 밸런스와 레벨 디자인의 완성도는 수준 이하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특히 모바일 환경을 그대로 PC에 이식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작감과 그래픽 옵션, BM 구조 때문에 PC 버전은 에뮬레이터 이하라는 평가도 있었죠.

​즐길만한 스토리가 부족한 부분도 지적받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개국 공신인 킹덤, 더 나아가 원작 웹툰인 '신의 나라'도 독특한 소재와 매력적인 스토리로 많은 팬을 매료시켰는데 게임은 그렇지 못한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킹덤: 왕가의 피는 원작 팬과 게이머 양쪽 모두에게 양산형 ARPG에 킹덤 스킨만 씌운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킬 더 저스티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슈퍼맨과 배트맨이 활약하는 DC 코믹스의 악역들을 모은 해결사 팀으로 주로 위험한 임무에 투입하기 위해 결성됩니다. 개성과 광기가 넘치는 악역들이 마지못해,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진심을 다해 임무를 해결하는 반전 매력 덕분에 슈퍼맨이나 배트맨, 원더우먼, 플래시 같은 선역 이상의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상당한 상업적 성과를 이루었지만... 게임은 팬들에게 외면받았습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킬 더 저스티스 리그'는 락스테디 스튜디오가 만든 오픈 월드 TPS입니다. 락스테디 스튜디오는 배트맨 아캄 3부작을 통해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개발사지만, 이번 수어사이드 스쿼드: 킬 더 저스티스 리그에선 이해하기 힘든 완성도, 그중에서도 수준 이하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줘 팬과 전문가 양쪽에게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사랑받는 이유는 선역들과 티격태격할 수 있는 악동 같은 매력 덕분인데 이번 게임에서 선역들은 그들에 대한 존중 없이 죽어나갔고,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얄팍한 술수로 멍청한 선역들을 죽인 삼류 악당으로 추락했죠. 비단 팬들뿐만 아니라 일반 게이머조차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특히 아캄 3부작의 주인공이자, DC 코믹스를 지탱하는 대들보인 배트맨에 대한 묘사는 팬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DC 코믹스 최고의 탐정인 배트맨은 조심성 없이 세뇌당하고, 무려 사람들을 '살해'하는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물론 배트맨도 세뇌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고, 민간인 살해도 세뇌 탓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을 보여주는 연출이 지나치게 엉성해 그의 최후가 너무나도 허무하게 느껴집니다. 이번 게임은 시즌제라 향후 업데이트로 스토리가 추가될 수 있지만, 실패한 게임에 업데이트를 할 여력이 있을지, 지금까지 보여준 스토리 텔링으론 그렇게 업데이트된 스토리가 과연 팬들을 설득할 만한 호소력을 지닐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스컬 아일랜드: 라이즈 오브 콩

킹콩은 1933년 영화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괴수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영화는 영화를 찍기 위해 해골섬에 도착한 주인공 일행이 고대 생물들과 원주민에게 쫓기다가 거대 고릴라 '콩'에게 제물로 바쳐졌지고, 구출된 후 콩을 포획해 미국으로 데려와 구경거리로 만들었지만 결국 탈출 사태가 벌어져 콩이 자살하는 일련의 이야기입니다. 콩이 한 손에 미녀를 움켜쥐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오르는 장면은 많은 미디어에서 패러디로 다룰 정도로 유명하며, 주인공 콩은 킹콩 영화 외에도 다양한 매체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게임도 예외가 아니죠.

​이구아나비의 '스컬 아일랜드: 라이즈 오브 콩'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그래픽은 조악하고, 전투는 지루하며, 스토리와 연출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거대 괴수를 주인공으로 삼았지만, 정작 그 거대함을 느낄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해 게임을 하다보면 그냥 고릴라와 도마뱀, 꽃게, 거미와 싸우는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진행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버그를 산재되어 있어 게임 이전에 미완성 제품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결국 출시 직후 메타 스코어 전문가 평점 24점, 유저 평점 3.6점을 받으며 아래서 설명드릴 반지의 제왕: 골룸과 함께 2023년 최악의 게임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 골룸

스컬 아일랜드: 라이즈 오브 콩과 쌍벽을 이루는 게임이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놀랍게도 사실입니다. 그것도 판타지 소설의 최고봉 '반지의 제왕'을 원작으로 삼은 게임인데 말이죠. 데이달릭 엔터테인먼트의 '반지의 제왕: 골룸'입니다.

​반지의 제왕: 골룸은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에 등장하는 골룸을 주인공으로 삼은 게임입니다. 그 특유의 생김새와 '마이 프레셔스'라는 대사로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는 캐릭터가 된 골룸은 사우론이 만든 사악한 반지 '절대반지'로 인해 타락한 인물로 미천한 존재지만 사우론 몰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냅니다. 원래 인격인 '스메아골'과 스스로 대화하면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나 주인공 프로도를 위하는 모습에서 연민을 느끼며 팬이 된 경우도 있지만, 반지의 제왕 역사에서 골룸은 최후를 제외하면 그렇게 주목할 만한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게임의 주인공, 그것도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서사시 반지의 제왕의 게임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스토리 면에서 반지의 제왕이라는 거대한 서사와 비교하면 주인공으로서 골룸의 서사는 굉장히 빈약한 편이고, 이를 게임으로 만드니 알맹이 없는 이야기가 탄생했습니다. 프로도나 간달프, 아라고른 같은 반지 원정대 인물은 물론 골룸과 수수께끼를 나누던 빌보조차 등장하지 않아 영화를 통해 반지의 제왕을 접한 게이머는 흥미를 느낄 수 없으며, 골룸의 비중이 극에 달하는 운명의 산 장면조차 다루지 않아 팬들 입장에서도 골룸의 서사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차라리 게임성이 좋다면 모를까 이 부분도 수준 미달입니다.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벽타기와 점프만 계속되며, 은신이나 퍼즐같이 머리를 써야 하는 부분도 지루합니다. 굳이 골룸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를 잠시 옆으로 치워놔도 이 게임은 게임으로서 완성도가 부족하죠. 결국 강점인 IP부터 게임 완성도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2023년 최악의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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